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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철제가구 1위 비결



산업용철제가구 1위 비결

행복경영 실천하는 ㈜태진이엔지 강희철 대표이사



고속 성장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중요시하는 요즘 느리게 걷기를 당부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남 보기에 좋아 보이는 회사보다 직원들이 행복감을 느끼는 직장이 더 중요하다는 ㈜태진이엔지(ENG) 강희철 대표이사. 외환위기 때 부도난 태진엔지니어링을 인수하여 오늘날 클램핑툴과 산업용철제가구 분야에서 자타 1위 기업으로 인정받기까지 강 대표의 남다른 경영철학이 큰 몫을 했다. 인천 남동공단의 유수지를 배경으로 자리 잡은 ㈜태진이엔지 본사를 찾아 그 동안 회사의 성장과정과 그 속에 녹아 있는 강희철 대표의 행복경영 이야기를 들어봤다.



후발주자로 시작해 업계 선두로


인천의 남동, 부평, 주안공단은 수도권에서 손꼽히는 제조사 밀집 지역이다. 그 중 남동공단에 위치한 (주)태진이엔지는 클램핑툴과 산업용철제가구 생산에서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탄탄한 기업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연 매출 100억대를 유지하며 올해는 150억 달성을 바라보고 있다. 이는 경쟁 업체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1999년에 설립해 해당 분야의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십년 넘게 큰 위험 없이 꾸준히 성장, 전국적인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태진엔지니어링이라는 회사가 모태이긴 하지만 외환위기 때 완전히 쓰러져 몇 달째 방치돼 있던 것을 강희철 대표가 인수하면서 완전히 새롭게 탄생했다. 강 대표는 그간의 공을 전적으로 직원들에게 돌리며 자신은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나는 제조 기술을 가진 것도 아니고, 영업을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모두 신나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만 하는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해요.”
강희철 대표는 대우의 전성기 시절 대우중공업에서 인사, 구매, 기획, 국내영업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며 꼬박 17년을 근무했다. 그는 대기업의 구성원으로 일하며 좋은 직장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고 그것이 지금의 사업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한다.
“저도 젊은 시절 오로지 일에 매진했어요. 소위 박 터지게 일했죠. 당시 회사의 모토 중에 ‘희생’이라는 항목이 있었어요. 회사라는 대상은 실체가 없는데 여기에 희생을 하라는 것은 결국 사주에 대한 희생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나는 돈 많이 버는 회사가 아니라 구성원이 행복한 직장을 경영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어요.”



직원 신뢰 바탕으로 부도 회사 회생


48세에 회사를 그만두고 시작한 일은 철판 유통업이었다. 자연스럽게 공구업계에 인연이 닿았고 2년여 동안 업계 관계자와 지인들도 늘어났다.
그러다 98년 외환위기가 터졌다. 어음 거래에서 연쇄부도가 터지면서 태진이엔지의 전신이 되는 태진엔지니어링도 부도를 피할 수 없었다.
“지인에게서 이 회사를 인수해서 경영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왔어요. 당시는 모두가 고통 받던 시절이었죠. 직원들 월급이 밀려 있던 것은 물론이고 6~7개월 동안 현장은 방치돼 있었고. 고민을 했지만 한번 해보자 결단을 내렸죠.”
기존 인력만 추슬러 99년 1월 1일 태진이엔지(ENG)로 창업했다. 하지만 회사가 정상화되기까지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매출이나 이익이 턱 없이 낮은 것은 당연했고 직원들의 신뢰를 얻는 것부터가 과제였다.
“당시는 생존이 목표였어요. 전략을 짜고 구상하고 이럴 여력 없이 몸으로 때워 가며 무조건 열심히 했던 기억밖에 없어요. 게다가 기존의 직원들 입장에서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 사주로 온 거니까 믿음이 없는 상태였어요. 근처에 방을 얻고 합숙하면서 의기투합 했는데 그것이 믿음을 얻는 과정이었던 거죠.”
강 대표는 아이템이 평범해도 사장과 직원 간의 믿음이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덕분에 당시 사원 17명에 연 매출 20억이던 회사가 지금은 70여 명에 연 100억 원 넘는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공단 안 500평 규모가 비좁아지자 유수지를 낀 전망 좋은 곳에 1300평 터를 마련하고, 2007~2008년 2년에 걸쳐 공장과 사옥도 전부 새로 지었다.



이윤 추구의 근본 이유는 ‘직원 행복’


이 회사의 주력 상품은 철제공구함과 클램핑툴. 산업현장 어디에서나 필요로 하는 제품군이기 때문에 수요가 많은 반면 소재나 기능면에서 타 업체와 큰 차이를 만들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작은 차이로 승부를 내려면 디자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깨닫고 힘이 필요한 부분은 강하게, 아닌 부분은 곡선으로 세련되게 디자인하는 등 차별화에 주력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전시회에서 태진이엔지의 제품을 처음 본 사람들은 수입제품인 줄 오해할 정도다.
매출 증대를 위해 취급 품목도 늘렸다. 물류운반기계와 실험실용 가구를 제조하고 있는데 특히 물류운반기계는 수출을 목표로 ‘토비카(TOVICA)’라는 이름으로 개발하고 있다. 대만, 중국과 비교했을 때 가격경쟁력이 있으려면 기술과 디자인이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에 기술력과 디자인을 압축해 1년에 하나씩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이제 업계에서 태진이엔지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렇게 차곡차곡 경쟁력을 키우며 15년 동안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엇을 위한 성장인가라는 뚜
렷한 목표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는 직원의 행복을 위해서 이윤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강 대표의 철학이다.
“수익을 낸 후 직원을 위해 쓰는 것과 직원 행복을 위해 수익을 추구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기업은 이윤을 내야할 사회적 책임이 있습니다. 그 근본 이유는 직원의 행복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합니다.”



직원 복지에 아낌없이 투자


회사 슬로건도 ‘나와 내 가족, 우리 이웃을 위해’로 정했다. 대부분 집보다 직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에 즐겁게 일하는 직장을 만드는 데 아낌없이 투자하겠다는 강 대표의 의지가 담겨 있다. 사옥은 건립 전부터 철저하게 복지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남녀휴게실은 기본이고 헬스장과 탈의실, 샤워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췄다. 로비 한쪽에는 미니 도서관도 운영 중이다. 식당에도 유명 작가의 작품을 전시해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다. 옥상은 야외공연장으로 공간을 짜임새 있게 구성했고 한쪽에는 고추와 상추가 나는 미니 텃밭도 있다. 복지 제도도 잘 갖췄다. 자녀들의 고교 학비는 전액 제공, 대학 등록금은 학기당 100만원씩 지원한다. 자녀수 제한도 없다. 정년 퇴직자에 대한 복지 대책도 구상하여 내년부터 사내근로복지기금도 운영할 계획이다. 근무 환경이 잘 자리 잡히니 동아리 또한 활성화됐다. 마라톤, 낚시, 당구, 탁구, 그룹사운드 등 종류도 다양하고 지원금도 나온다. 공연이나 오케스트라 단체 관람 등의 문화생활도 정기적으로 마련한다.
“직원 복지에 고민이 많습니다. 사주 중심의 좋은 회사가 아니라 직원 중심의 좋은 직장을 만들고 싶은데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죠.”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신념을 갖고 노력하겠다는 강 대표의 다짐이다.


즐겁게 일하면 성공한 것 아닌가


여러 사람이 일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는 강희철 대표. 회사가 커질수록 소통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그는 철학에 대한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경영자가 내거는 경영 철학이 말이 아닌 실천으로 옮겨지면 사장과 직원 사이에 믿음의 끈은 계속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강 대표는 기업인 안철수, 고양원더스 구단주 허민, 박태환을 후원한 중소기업 SJR기획 우형철 대표를 존경하는 인물로 꼽았다.
“이들은 어떻게 벌 것인가보다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한 사람들입니다. 이윤의 목적에 대해 명확한 철학과 실천이 있는 사람들, 멋있고 보람 있게 쓰는 사람은 다 내 멘토죠.”
지금은 강 대표가 회사 지분을 모두 소유하고 있지만 향후 코스닥 상장이 이루어지면 직원들에게 주식을 배분해 줄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머리 좋은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죠. 하지만 꼭 이지기 않더라도 즐거우면 그것이 성공한 것 아닌가 싶어요.”
남에게 보여지는 것이 행복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강 대표. 그의 행복경영이 앞으로 또 어떻게 펼쳐질지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