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전체메뉴 열기

MAKERS

㈜대경

 

방폭, 선급인증까지 유럽에서 인정받는 46년 노하우

 

㈜대경

 

 

부산 사하구에 소재한 본사 외 강서구에 2공장이 있다.  본사 부지는 IMF 시절 자금난으로 인하여 일부를 매각하였으나, 2015년 다시 부지 전체를 매입하여 공장동을 신축하였다. 여기에 유현준 교수가 설계를 맡아 자연과 어울리는 커뮤니티동(하단사진)을 기획, 아름다운 바다풍광을 품은 회사 전경이 완성됐다.

 

 

국내 업계 최초로 KS인증을 획득, 이제는 방폭, 선급인증으로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맞춤형 호이스트 제작 전문기업 대경을 찾았다.

 

 

주문제작 전문 노하우 갖춰


호이스트는 소모성 제품이 아니다. 안전장비로 분류되기에 안전성에 대한 검토는 기본이다. 김홍식 대표는 물건을 들어 올리는 기능은 물론 환경에 따라 적합한 제품은 따로 있다고 말한다.

 

대경 김홍식 대표이사.


“기존 제품군이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때 제품을 개발합니다. 고객들의 별도 요구사항이 있을 경우, 설계부터 새로 하기도 하고요. 기본 아이템에 소재를 바꾼다든지, 표면처리를 한다든지, 작업환경에 맞는 하역 또는 이송작업이 가능하도록 최적의 제품을 만들어 내는 거죠.”

 

 

체인블록 국내 첫 KS인증 


대경은 1994년 업계 최초로 체인블록 KS인증을 받았다. 그만큼 기술력과 노하우가 뛰어나다.


“저희는 최소 0.5톤에서 최대 50톤까지 생산이 가능합니다. 일반 제조사는 20톤 이하의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데, 저희는 50톤 이상 제품까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죠. 사용자 요청에 따라 표준형, 해양환경용, 방폭형, 클린룸형으로 구분제작합니다. 트롤리의 경우 100톤까지 제작가능해요. 대형트롤리는 연간 수백대씩 생산하고 있죠.”


트롤리는 체인블록과 함께 중량물을 좌우로 이동시키는데 사용된다. 푸시타입은 가벼운 물건을, 기어타입은 5톤 이상 고중량의 물건을 이동하는데 적합하다. 국내외 일반 산업현장은 물론 조선소, 육·해상 플랜트 등에 꾸준히 공급 중이다.


1978년 설립, 세계시장에서 경쟁


대경은 1978년 중공업의 중심지 부산에 설립되었다. 1979년 체인블록 생산을 시작했으며, 지난 46년간 ‘안전’을 최우선으로 기술개발에 매진해오며 세계적인 호이스트 브랜드가 되었다. 이를 위해 해양플랜트 업계에서 중요한 품질인증을 확보해두고 있다. 국제적인 선급기관으로부터 받은 선급 형식승인인 DNV·GL과 CE 그리고, 방폭형 인증 ATEX 등이 대표적이다. 

 

선급 규정 맞춘 설계와 제조가 경쟁력


“선박에 특정 선급이 지정되어지면, 그 규정에 맞게 제작해요. 각 나라별 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그걸 다 맞춰 생산하기 쉽지 않아요. 동종업계가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죠. 저희들은 해양 부문 가장 상위 인증인 DNV-GL을 확보하고 있어 유리합니다.”


각 규정에 맞춘 주문제작방식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김 대표는 대경의 남다른 제조노하우는 소재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훅, 체인이 특히 중요해요. 부품이 입고될 때부터 샘플링 테스트를 하죠. 소재부터 설계, 도면, 제조까지 단계별로 테스트를 진행해요. 선급검사 자체가 매우 까다로운데다 담당검사관이 직접 방문하여 검사를 진행합니다. 그런 검사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업체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선급 심사가 가능한 사내 테스트 장비


수출은 ‘젠’으로 브랜드 이원화


선급 인증을 확보한 덕분에 수출도 활발하다. 독일, 프랑스, 영국,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 20개국에 고객을 두고 있다. 특히 130~150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유명 호이스트 업체인 독일 HADEF, 프랑스 VERLINDE 파트너사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대경은 기존 국내시장에 주력해왔어요. 2006년 독일전시회에 처음 갔더니 한 대만업체가 우리 브랜드명인 ‘블랙베어호이스트’를 똑같이 쓰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수출용 브랜드를 따로 만들었죠. ‘젠(GEN)’, 영어로는 세대를 이어간다는 뜻이고, 일본어로 보면 으뜸이란 의미를 담았어요.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2009년 1월 대표이사로 취임


김홍식 대표이사는 경영2세다. 게임회사에 근무한 특별한 이력이 있다. 거기다 단계별 경영수업을 받기보다 대경의 또다른 길을 개척하며 경영일선에 합류했다. 

 


“엔씨소프트 사업팀에서 3년 근무했어요. 워낙 동료들과 재밌게 일했기에 그들과 지금도 교류하고 있어요. 그러다 서른살이 됐는데, 하고싶은 일보다 이제는 해야할 일을 할 때다 싶었죠. 국내시장은 이미 아버님께서 꽉 잡고 계셨기에 저는 전략적으로 해외를 공략했어요. 서울에 무역사무실을 차렸고, 그때부터 대경의 해외시장 개척이 시작된 겁니다. 그렇게 실적을 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회사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어요.”

 

 

가격경쟁보다 주문제작으로 승부


해외수출을 진행하면서 넘어야할 벽은 또 있었다. 품질은 인정받았지만 가격면에서 중국과 비교된다는 점.


“중국과 아무리 경쟁해도 더 싸게 만드는 방법은 없어요. 그렇기에 우리만의 특화된 시장이 필요하다 판단했죠. 표준형은 물론 폭발위험구역에서 사용가능한 방폭형, 반도체, 제약, 식품공장에서 사용가능한 클린룸형까지 고객요청과 환경에 맞춰 설계변경과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 특히 원하는 승인이나 선급검사를 받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다는 것까지요. 이렇게 한 곳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통합적으로 진행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죠.”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위기도 수차례. 


“매일이 위기였어요. 2016년 이후 중공업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매출이 급감했어요. 힘든 시간이었죠. 작년부터 다시 상승곡선을 타고 있어요. 이 흐름을 잘 유지하는 게 현재 목표입니다.”


대경은 올해 10% 매출신장이 목표다. 지난해 분기별 목표설정을 통해 초과달성을 이룬 경험을 올해 다시 이루고자 한다.

 

최문성 부장과 포즈취한 김홍식 대표. 2006년 사업에 본격합류하며 중학시절 친구인 최 부장에게 함께 하자 요청했다. 그렇게 함께 17년차가 됐다. 


레버블록계의 명품으로 인정받아


그동안 매출을 견인해온 레버블록은 대경의 효자상품. 내구성과 안전성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워낙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어서 레버블록계의 명품으로 불리고 있어요. 가장 가혹한 환경인 국내 대형조선소들에게 공급하고 있죠. 요즘도 옛날 로고가 찍힌 제품 수리가 들어와요. 아무리 오래된 제품도 부품이 있기 때문에, 갖고 가면 다 고쳐준다는 신뢰가 구축돼 있습니다.”


그러나 산업 트렌드가 바뀌는 만큼 시장이 요구하는 제품도 달라지고 있다.


“이십년 전만 해도 레버블록이란 제품을 한달에 5천개씩 만들었어요. 없어서 못 팔았죠. 그러나 지금은 생산량이 50% 가까이 감소되었습니다. 산업 방향이 달라지고 있는 거예요.”


레버블록의 기능이 다른 장비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찾은 새로운 시장이 바로 선박내 하역운송장비인 MHE(Material Handling Equipment)다. 

 

 

중량물 핸들링 장비로 품목 확대


MHE는 중량물을 핸들링 하는데 사용되는 모든 장비이다. 특히 고객사 요청에 맞는 사양으로 특수제작 중이다. 선박 내 좁은 장소에서 사용하기 좋은 크기, 고중량의 물건 핸들링을 위한 중량과 특수소재 등을 고려해 소형 크레인류, 트롤리류, 스태커 등을 설계부터 생산, 검사 후 공급하고 있다. 대부분의 제품 도면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


“과거 국내 한 대기업이 대형 해양플랜트를 수주했는데, 장비의 상당수가 사용환경에 적합하지 않게 제작되어 폐기된 적이 있었어요. 그로 인해 선박 인도가 지연되는 등 상당한 손해를 입은 적이 있었죠. 당시 저희에게 새로 요청이 들어왔고, 현장에 맞는 제품을 제작해 공급했습니다.”

 

내실 다지며 직원 함께 성장


창업주인 김성진 회장은 제조업이 발전하고 자본시장이 커지던 70년대, 무역상을 하며 일본 수입장비들을 들여왔다. 매출은 계속 성장했지만 우리만의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그게 대경의 시작이었다. 


“무역사업을 통해 다양한 제품들을 취급하며 건설이나 운송산업에 많이 쓰이는 체인블록을 눈여겨보신 거예요. 사업초기 고생을 많이 하셨지만 결국 제품 생산에 성공하셨죠. 아버지께서는 국산제품 개발에 대한 꿈을 이루셨고, 이제 저는 대경 유니폼을 입은 우리 직원들이 오랫동안 걱정없이 함께 할 수 있는 기업이 되기를 꿈꿉니다. 우리회사는 근속연수가 30년 넘는 분들이 많아요. 대경에서 시작, 또 대경에서 마무리하는 인생이 후회 없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해외출장을 많이 다니며 한국에 소개되지 않는 제품들을 가져오려고 노력해왔다는 그. 


“30대 초반에는 백년기업 만드는 게 목표였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쉽지 않다는 걸 느낍니다. 경쟁도 치열하고 또 경영2세로서 중압감도 커요. 잘 해나가야 한다는 숙제를 늘 안고 있죠. 제가 노력해서 파악하고자 하는 게 있을 때 아버지는 이미 다 아시고 바로 핵심을 던지십니다. 아버님 말씀처럼 앞으로 더 단단하게 내실을 다져나가는 대경을 만들어가겠습니다.” 

 

글·사진 _ 김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