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유일의 확대경 생산업체 세기광학기기
확대경은 육안으로는 자세히 볼 수 없는 물체의 미세한 부분을 확대 관찰하는 제품으로 우리 생활과 밀접한 제품은 아니다. 그러나 산업 현장의 필수품으로 제품을 출고하기 전 불량이 있는지 검토하는데 흔히 사용된다. 그래서 확대경의 판매량이 곧 산업전반의 제품 불량률을 좌우한다고 말할 정도다. 지금 현재 우리나라에서 확대경을 생산하는 업체는 세기광학기기가 유일하다. 세기광학기기의 확대경은 과거 미국과 일본에서 수입된 확대경과 국내 시장을 두고 싸워왔고, 지금은 저렴한 가격의 중국산 제품과 싸우고 있다. 30년 가까이 국산 확대경을 생산한 세기광학기기의 박해태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유독 어려웠던 초창기
박해태 대표가 세운 세기광학기기는 1985년 설립되어 지금까지 대한민국 확대경을 생산하고 있는 유일한 업체. 지금 현재 관공서나 학교에서 볼 수 있는 확대경은 대부분 세기광학기기에서 제작된 제품이다. 현재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많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세기광학이지만 세기광학기기의 초창기시절에는 유독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제가 확대경 제작에 뛰어든 것은 친구의 권유로 시작했습니다. 사업을 하기 전에 광학쪽으로 여러 가지 경험을 했었어요. 한 30년 전에 지금도 절친한 친구로 남아 있는 ‘아주광학’의 최상관 대표로부터 확대경 사업을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 받았었죠. 그때 당시 확대경은 모두 외국에서 제작된 제품을 수입하여 사용했는데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자체적으로 확대경을 생산해야 한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확대경이라는 것이 산업 기반의 필수품이거든요. 그런데 정작 제품을 생산해 보니 일본 제품과 미국 제품에 비해 소비자의 호응이 떨어지더군요.”
처음부터 시장에 내어 놓으면 큰 호응이 있겠다고 많은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좁은 국내 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미국 제품에 밀리자 박해태 대표는 우선 수출을 생각했다.
“그때 아주 고생을 많이 했지요. 자본금도 많이 없어서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서울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인데 제품이 팔리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한 3년 동안 미국에 제품을 수출 했습니다. 세기광학의 제품 품질은 미국제품에도 밀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미국시장에는 가격을 무기로 내세우는 대만제품이 있더군요. 미국에서 대만제품과 가격싸움을 하게 되니 무척이나 경영이 어려웠지요. 제품을 만들어 판매를 하더라도 실제로 남는 이득이 없거나 손해를 보는 경우도 더러 생겼어요.”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다
박해태 대표가 처음 세진광학기기를 세워 확대경을 만들 때는 확대경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확대경을 만들어 판매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걸까. 그리고 확대경이 언젠가는 주목받으리라는 확신은 어떻게 가지게 된 것일까.
“처음 기업을 세울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가 아주 잘 산다고 하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가 계속 발전하고 있다. 사람들의 소득수준이 올라가고 있다고 느꼈거든요. 언젠가는 우리도 저 품질 제품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고 좋은 품질을 생산한다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전자제품이나 반도체를 생산해 제품검사를 하는데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확대경입니다. 육안검사에 필요하니까요. 거기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득수준이 올라가면 우리도 외국처럼 피부미용에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뷰티숍도 생겨날 것이라 생각했고요. 그럼 당연히 피부를 자세히 보기위해 확대경도 사용할 것이라 예상했죠.”
실제로 지금 현재 세진광학기기의 확대경은 산업현장 뿐만 아니라 뷰티숍과 미용학원 및 학원 수강생들의 인기상품이다. 박해태 대표의 예상이 맞아 떨어진 것.
IMF로 국내시장에서 주목 받아
세진광학기기의 확대경이 국내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IMF라는 계기가 있었다. 세진광학기기가 미국시장에서 철수하고 오직 국내에서만 외산제품과 싸우며 판매를 늘려가며 몇 년을 보내는 도중에 IMF가 찾아왔다.
“1997년 IMF가 오히려 저희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실 세기의 확대경과 다른 선진국의 제품과는 품질에서 큰 차이가 안났어요. 다만 인지도의 차이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환율급등으로 외산제품의 가격이 큰 폭으로 급등을 하니까. 소비자들이 세기의 제품을 찾게 되더군요. 그때 처음으로 세기광학의 확대경을 접한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이 써 보시더니 수입제품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인지하시고 그 이후로도 계속 찾게 되신거죠.”
IMF이후 세기광학의 확대경은 산업제품의 품질관리 확인용으로 많은 인기를 얻게 된다. 육안으로는 확인이 잘 안되는 부분도 확대경을 통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를 넘어 90년대만 하더라도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제품 품질이 일정하지 않거나 좋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러나 IMF를 겪은 이후 국내기업은 제품 품질에 많은 신경을 쓰게 되었고 환율급등과 맞물려 세진광학의 제품을 찾는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
관공서에 비치된 세기광학기기
이후 꾸준한 성장을 계속하던 세기광학기기는 2009년에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오게 된다. 세계적으로 퍼진 금융위기의 여파가 세기광학기기의 매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갑자기 매출이 뚝 떨어지게 된 것이다.
“금융위기의 여파도 있었지만 중국 수입제품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기 시작하니 버티기 힘들더라고요. 일본 미국제품을 물리치니 중국제품이 들어온 것이죠. 그런데 그 위기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전국의 관공서에 세기광학기기의 확대경을 비치하기 시작했거든요. 당시 확대경 중 8배율 제품이 국내에는 없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세기광학기기가 선택된 것입니다. 지금도 관공서에서 저희 제품을 발견하면 반갑고 대견한 마음까지 듭니다.”
세기광학기기의 제품 가격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런데 값싸게 들어오는 중국제품과 나날이 뛰어오르는 원자재 가격은 박해태 대표의 경영상 부담으로 찾아온단다. 그래도 세기광학기기에는 활기참이 넘친다. 관공서에서 세기광학기기의 확대경을 비치한 것처럼 결국 소비자는 세기의 제품을 찾아 준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AS와 편리함이 중국제품과의 차이
중국제품과 세기광학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A/S다. 중국제품은 A/S가 와도 부품을 구할수 없기에 사소한 고장에도 수리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세기광학의 확대경은 어떤 고장이라도 A/S를 통해 제품을 되살려 소비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 또한 사용자의 편리함 부분에서는 중국산에 비해 확실한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생산라인이나 조립라인, 병원, 어디서든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편리함이라는 성능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세기광학의 확대경이다.
“위기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굴지의 대기업들도 언제나 위기의식을 느끼고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바쁜데, 저희 같은 회사는 위기의식이 더하죠. 질적인 향상과 동시에 가격적인 메리트도 있어야 하니까요. 고객의 요구가 점점 다양해지고 그 범위도 폭넓어 지면서, 제품을 개발에도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사용자의 소리를 많이 듣고 그것을 반영하여 제품을 생산하겠습니다.”
세기광학기기의 경영이념은 진심 (眞心). 거짓이 없는 참된 마음이다. 제품을 만들 때도 고객을 대할 때도 진심을 다하는 세기광학기기의 미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