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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항공
이제는 드론으로 물건을 배송하는 시대다. 실제로 작년 7월부터 몇 몇 편의점 업체는 드론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에서 드론 배송 관련 노하우를 가장 많이 확보한 기업 파블로항공을 방문해 보았다.
몇 천원 가격의 공구가 없어 수 십 억 설비가 멈추는 곳이 산업 현장이다. 배송비가 들더라도 공구를 빨리 확보해야 하는 산업현장은 공구상의 빠른 배송서비스를 원한다. 최근 편의점 업계에서는 드론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가 화제였다. 편의점 상품을 드론으로 배송 서비스하는 기업 중에서는 파블로항공이 유명하다. 이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파블로항공 물류사업부 신경태 차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작년 7월 경기도 가평의 한 편의점에서 외곽지역의 펜션과 캠핑장으로 라면이나 커피와 같은 제품을 드론으로 배송했습니다. 파블로항공이 개발한 ‘올리버리’라는 앱을 통해 편의점에서 주문 결제가 가능하고요. 약 1km 거리를 배송하는데 이륙에서 착륙까지 약 3분이 소요되었습니다. 드론의 크기와 배송거리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5kg까지는 드론으로 공구 배송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편의점 물건 배송에 사용된 파블로항공의 드론 모델 PA-H3 드론의 경우 최대 5kg의 수화물 적재가 가능하며 반경 8km 비행이 가능하다. 8km 떨어진 곳에 공구를 배송하고 다시 돌아오는 것까지 가능 한 것. 시속 36km의 속력으로 비행하는 이 드론은 2022년 국토부 드론규제샌드박스 실증 사업에 참여해 도심지 물류 배송 누적거리가 1,909km나 된다.
“PA-H3 드론이외에도 다양한 드론이 존재합니다. 이미 드론으로 풍경 영상을 촬영하는 것은 일상화된 상황이고 아이들 장난감으로 사용되는 드론도 존재하니까요. 크기를 키우면 더욱 멀리 그리고 무거운 수화물도 적재 가능 할 것입니다. 저희가 개발한 ‘블루버드’라는 드론은 고정익 항공기에 수직이착륙 시스템을 적용한 e-VTOL(Vertical Takeoff and Landing)이라는 기체인데 3kg 수화물 적재도 가능하고, 140km 떨어진 곳까지 2시간 비행하는 것이 가능하죠.”
신경태 팀장의 말에 따르면 드론과 수화물이 무거울수록 운영시간이 줄어들고 배송 거리도 줄어들며 배터리 성능에 따라 드론의 성능이 달라진다. 드론은 자동차와 비슷하다. 종류에 따라 수 십 만원에서 수 천 만원의 가격을 자랑하고 유지비도 매 월 들어간다. 보통 드론 유지비에 있어 가장 큰 금액을 차지하는 부분이 배터리다. 배터리는 사용 횟수가 정해진 소모품 개념으로 비행시간 효율, 출력, 온도 등을 고려하여 리튬폴리머(LiPO) 배터리를 가장 널리 사용하고 있다.
“드론에 사용하는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대략 충방전 300회가 평균 수명입니다. 앞서 설명드린 PA-H3 드론의 경우 12셀 LiPO 배터리 2개가 장착이 되고 배터리 한 개당 100만원 수준이에요. 세 달에 배터리 1개를 소모한다고 보면 한 기체에 배터리만 1년 유지비용으로 800만원이 들어가겠죠. 드론을 더 많이 활용하면 그 유지비도 더욱 늘어날 겁니다. 그리고 물품관리법 조달청고시에 따르면 드론에 대한 내용연수는 5년을 기준으로 잡고 있습니다. 드론을 5년 동안 운영했다면 폐기해야 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자동차도 그렇지만 드론 자체도 소모품입니다.”
구글이 운영하는 드론 배송업체 Wings Aviation는 미국과 호주에서 커피, 토스트 등에 대한 배송을 2022년 3월까지 20만 건을 돌파했다. 집라인(Zipline)이라는 기업은 아프리카에서 의료품 배송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드론 제작 및 배송 기술력이 외국과 비교해 어떠한지 물어보니 외국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
“기술력은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습니다. 드론은 제작부터 운용까지 모든 시스템은 충분히 갖춰져 있어요. 다만 우리나라는 미국 같은 외국과는 배송 환경이 달라요. 예를 들어 미국은 마당이 딸린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고 아프리카도 드론을 운영하는데 공간상 제약이 별로 없죠. 반면 우리나라는 특정 지역에 인구가 몰려 있고 아파트가 많습니다. 골목길에 있는 빌라 같은 주택형식도 있고요. 그래서 우리나라 지리적 환경에 맞는 드론 운용법이 필요합니다. 파블로항공이 가평과 같은 지리적 조건에서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죠. 물론 도심지 배송을 위한 정부 실증은 마친 상태입니다. 여러 가지 법적, 제도적으로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일들이 많이 있다고 봐요.”
공구상이 배달 직원을 고용하는 것처럼 드론을 구매해 개인이 물건 배송을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안전을 위해 항공기처럼 매번 정비 수리를 해야 하고 날씨의 제약도 받는다. 바람 많이 불고 비가 많이 오면 대형 여객기가 비행을 미루는 것과 마찬가지. 드론 조종 자격증을 딴다고 바로 드론을 직접 운영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드론을 구매해 배송 사업에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죠. 그런데 드론은 ‘항공’ 분야이기에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항공기 한 대를 운용하는데 조종사뿐만 아니라 정비도 해야 하는 것처럼 드론도 마찬가지에요. 상황에 맞게 드론을 활용하는 기술, 프로그램도 같이 개발되어야 사업에 활용 할 수 있습니다. 파블로항공도 도심지에서 비가시권 비행 승인받는 과정에 있어 많은 토의와 연구 끝에 승인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개인이 드론을 구매해 운용하는 것 보다 오토바이 ‘퀵’ 서비스처럼 한 번 배송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는 드론 배송서비스가 나오면 그것을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그런 배송 서비스가 출시 될 것입니다.”
드론 산업은 새롭게 성장을 거듭하는 신규산업이다. 파블로항공은 설립 한지 불과 4년 만에 임직원 106명이 일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8년 SM 이수만 회장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 받아 최초 10억원을 투자받고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든 이후 다양한 투자사로부터 지속적인 투자를 받으며 지금까지 누적 투자금액만 170억원을 넘겼다. 그 사이 80km 해상 최장거리 드론 물류 배송 신기록, 511대 집단 군집 드론 불꽃쇼로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 되는 등 다양한 활약을 보이고 있다. 다음은 김영준 대표의 말.
“드론의 종류와 사용 목적에 따라 사업 방향성은 다양합니다. 드론을 통한 물류사업, 드론을 활용한 공연 촬영 및 아트쇼, 드론 제작, 드론 통제 시스템 개발, 산업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사업 분야가 있죠. 파블로항공은 그것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립픽 개막식에서 선보인 드론쇼는 인텔이 선보인 것이었습니다. 국내 기술력으로도 군집비행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 파블로항공의 시작이었죠. 가까운 미래에 드론이 공구를 배송하는 날이 올 것을 기대합니다.”
글·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