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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의 녹과 때를 벗긴다 인우테크



산업현장의 녹과 때를 벗긴다
 
인우테크




그림 그릴 때 쓰는 붓처럼 생긴 브러쉬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 중 털이나 섬유가 아닌 강철 철사로 만든 브러쉬를 우리는 와이어 브러쉬라고 부르는데, 와이어 브러쉬는 산업 전반에 다양하게 사용되는 제품으로 재료의 녹 청소 및 도료 제거에 주로 사용된다. 와이어 브러쉬와 더불어 제품 표면이나 연마에 자주 사용 되는 것은 Sand Paper. 즉, 사포다. 이런 산업용 브러쉬와 사포는 현대 사회에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공구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연마제품 제작회사는 부산의 벤처기업인 ‘인우테크’. 변화하는 산업 현장에 맞추어 다양한 연마제품을 생산하는 인우테크를 찾아가 보았다.


한때는 귀한 몸, 와이어 브러쉬
 
와이어 브러쉬라는 공구는 지금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다. 그러나 불과 3, 40년 전만 하더라도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물건이 바로 와이어 브러쉬였다. 산업 다방면에 사용되는 와이어 브러쉬였으나 제대로 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이일영 사장이 인우테크를 세우게 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와이어 브러쉬나 산업용 사포를 제작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군대를 다녀 온 후 몇 년 동안 성남 시청 시설 관리과에서 일을 했었고 또 삼성중공업에서 자재관리 업무를 하기도 했습니다. 여러 산업 기자재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이죠. 그때 당시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여러 기업에서는 조선업에 큰 기대를 하고 많은 투자를 할 때였습니다. 그런데 배 한척 만드는데 대량으로 소모되는 것이 와이어 브러쉬입니다. 현장에서는 와이어 브러쉬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계속 들어오는데 그때 당시에는 와이어 브로쉬 구하기가 참 어려웠거든요. 제대로 생산하는 기업도 없었구요. 그래서 내가 만들어 보자 해서 이 업종에 뛰어들게 되었죠.”
 
선박을 건조할 때는 많은 철판이 사용된다. 그런데 철은 가만히 놓아두어도 녹이 스는 물건이다. 그래서 선박 건조에 필요한 철판을 사용하기에 앞서서 용접할 부위에 있는 녹을 제거해야 한다. 녹을 그대로 두고 용접을 하면 용접결함이 쉽게 일어나기 때문. 그 녹을 제거 할 때 사용 되는 물건이 바로 와이어 브러쉬와 사포다. 대한민국의 조선업이 발달하기 전 선박제조 선진국은 바로 유럽이었다. 그래서 브러쉬나 사포 제작 기술 또한 유럽이 발달했고 당시 대한민국에는 제대로 된 물건을 제작하는 기업은 전무 했다.



다양한 곳에 판매한 인우테크 제품
 
이일영 사장은 인우테크를 세우면서 고품질의 와이어 브러쉬를 생산하게 된다. 그런데 처음부터 바로 조선업종에 제품을 납품하지는 않았다. 이일영 사장이 제품을 판매한 곳은 바로 부산지역의 신발 공장이었다.
 
-하필 부산에서 시작을 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1980년대 후반까지 부산의 신발제조업은 대단했거든요. 한때 부산의 주력산업이었으니까요. 신발제작에도 브러쉬가 많이 소모 됩니다. 신발에 본드 칠을 한 다음 본드를 긁어내야 하니까요. 꼭 신발공장만 아니더라도 다양한 곳에서 주문을 받아 판매를 했습니다. 와이어 브러쉬가 워낙 다양한 곳에 사용되는 물건이니까요. 그때 전국의 5일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인우테크의 브러쉬를 홍보하고 판매했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참 크죠. 사업과 산업. 그리고 경영에 대해 배우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인우테크의 전성기는 기업이 세워진 80년대와 90년대였다. 대한민국의 산업 전반이 크게 발전을 하는 순간이었고 그래서 와이어 브러쉬와 사포는 제작 되는 대로 팔렸다고 한다.



중국산 가격경쟁과 싸워라
 
그러나 곧이어 위기도 찾아오게 된다. 기존의 다른 연마제품 생산 업체들이 중국으로 진출 하고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제품단가를 낮추어 공급하는 저가공세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그것은 우리 인우테크에만 위기로 다가 온 것이 아니고 결국에는 이 연마제품 생산 업계의 위기로 찾아오게 됩니다. 기업은 사람이거든요. 공장을 중국에 세워 중국인을 쓰니 결국 어떻게 되겠어요. 중국에 귀한 기술을 다 가져다 주게 되고 시설이나 설비 투자는 많이 했는데 단가는 낮추어 버렸으니 경영이 힘들지 않겠습니까. 결국 중국인들에게 공장 권리는 다 뺏기고 빈털터리로 오는 경우도 생기죠. 또 대기업에 납품하는 경우 한번 낮춘 단가를 올리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 일반적인 제품의 경우 중국인이 만든 중국산만 쓰게 되었죠.”



자동화로 높인 경쟁력
 
예전에는 공업용 사포나 와이어 브러쉬나 연마제품을 만들 때는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작업을 해야 했다. 직접 사람이 망치를 두들겨 와이어 브러쉬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인건비가 싼 중국에서 제작된 제품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할 수 밖에 없었다. 인우테크는 그 위기를 자동화 기계 설비를 도입하여 극복하게 된다.
 
-원래 브러쉬나 사포를 만드는 기계가 있었습니까?
 
“처음부터 그런 기계는 없지요. 유럽에서나 있을까. 사실상 이건 노동집약형 산업입니다. 그러니 중국산 제품에 상대가 되지 않는거죠. 그래서 브로쉬 만드는 기계를 주문하여 만들었어요. 그때 지역의 많은 교수님들로부터 자문과 도움도 많이 받았지요. 기계를 통한 자동화를 통해서 제품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제작단가를 낮출 수 있었어요.”
자동화를 통해 중국산 제품의 저가 공세를 극복하던 인우테크. 그러나 중국산 저가 공세보다 더 큰 위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IMF가 바로 그것.


IMF 극복은 유통회사와 함께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더라도 산업 현장에 제품이 도달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전국의 공구상과 대기업 생산현장에 납품을 하던 인우테크는 IMF를 통해 체질개선을 하게 된다.
 
-유통회사와 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주위의 평입니다.
“예전에는 저희들도 물건을 차에 싣고 배달도 하고 그랬죠. IMF 이전에 그렇게 했는데 그렇게 하니 물류비용이 엄청났었거든요. 제조회사에서 영업부까지 함께 운영을 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큰 자원 낭비입니다. 그래서 IMF 때 회사 경영이 어려웠어요. 그때 그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유통회사와 함께 공생하려고 노력했죠. 영업은 유통회사에 맡기고 인우테크는 이후 제품생산이나 개발에 주력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제품도 보다 빨리 개발할 수 있었고요.”


특허제품으로 매출을 늘리다
 
인우테크는 자동화된 설비를 도입하여 제품단가를 낮추는 한편 회사의 체질을 개선했다. 그렇기에 신제품 개발에 주력할 수 있었고 신제품을 개발하며 많은 특허 기술을 획득하게 된다.
-노동집약형 제조업인데 많은 특허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특허제품을 하면 남과 경쟁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식 재산이 좋은 것이죠. 남이 만들지 못하는 것을 만드는 것이 인우테크의 생존 비결 같습니다. 시장은늘 다변화 되거든요. 특수강을 만드는 기술이 좋아지고 그만큼 다양한 재질이 개발되고 사용되면서 그 재질을 연마하는 제품인 브로쉬나 사포도 발전해야 하는 것이죠. 실제로 인우테크의 매출은 특허제품 비중이 높습니다.”


이제는 해외로 눈을 돌릴 때
 
인우테크는 현재 새로운 공장부지를 매입하여 새롭게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기존 국내 시장 소비에 주력했던 것과는 달리 해외수출도 기대하고 있다. 인우테크 제품의 품질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상품으로 일찍이 산업이 발달한 유럽에서도 호응도가 높다.
“오래전부터 많은 제품을 개발하면서 대한민국에서는 최고의 제품을 생산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출장을 통해 본 저희 제품의 호응도는 상당했고 고무적이었어요. 국내시장이 작다면 해외 시장개척으로 더욱 큰 성장을 기대해봅니다. 이제는 국내가 아닌 세계를 상대로 보다 깊은 기술개발을 통해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해야겠죠.”
국내 산업환경이 변화하면서 노동집약형 업종은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모든 제조업종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자동화된 공정도입과 기술개발 신제품 개발로 작은 공장에서 명품기업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인우테크도 마찬가지. 인우테크의 승승장구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