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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산업
보급형보다는 고급사양,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제품개발로 용접기자재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성도산업. 시장 방향성을 파악해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1993년 설립, 부산산업용품유통단지 내 4층 규모 빌딩사옥에 제조공장을 꾸린 성도산업. CNC선반 8대를 비롯해 전문 생산라인을 갖추는 등 용접기자재 분야 30년 전통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윤연하 대표는 무엇보다 내 사업을 지켜갈 수 있는 제품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윤 없는 제품을 하면 안돼요. 이윤이 없다는 말은 내 기술이 없다는 뜻이에요. 가격경쟁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듭니다. 남이 따라 하기 힘든 제품, 우리만 가진 제품이 있어야 합니다. 저희는 금형 및 제품을 1년에 10가지 이상 만들어요. 그러나 바로 시장에 내놓는 건 아니에요. 시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꾸준히 개발을 이어가는 거지요. 제품이 10년 후 빛을 볼 수도 있어요.”
용접산업 분야는 저가형 시장 70%, 고급형 시장 20%, 그리고 첨단형 시장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저가형의 경우 대량 보급형이 중국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채산성이 맞지 않다고 말하는 윤 대표. 성도산업은 특히 미그(MIG)와 티그(TIG), 로봇용, 플라즈마 웰딩과 해양관련 분야 고급형 제품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 고가시장 제품의 경우 원자재 비율이 20~30% 해당돼 이익률이 높다. 자동화장치 등 주문형 제품생산으로 미래방향을 설정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품목이 많은 이유는 제품개발을 지속하기 때문이에요. 어느 제품이 시장에서 인정받게 되면 곧 비슷한 제품이 나오게 되고, 가격경쟁으로 이어지면서 마진이 줄어들게 되죠. 그래서 필요할 것 같은 제품을 미리 연구하고 만들어요. 시장을 선도하는 거죠. 새로운 제품군을 만들어가는 게 제 업이라 생각합니다. 중소기업이 살길은 오직 기술이니까요.”
용접시장에서 부자재들은 다양한 제품군을 가지고 있다. 용접하는 방법, 소재, 환경에 따라 각각 부자재들이 다르기 때문. 새로운 아이템들이 계속 출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신규 제품을 계속 출시해야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적인 부분은 제외된 채 가격만 검토되는 현실이 어렵다는 윤 대표.
“시장에서 수입품이 비싼 것은 인정하지만 국산품 가격은 인정하지 않는 모순을 겪고 있죠. 원자재나 인건비가 상승되고 있는데도 납품가는 10년 전 가격이나 비슷하니까요. 그럼에도 2~3천만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 개발 가능한 틈새제품을 계속 내놔야 해요. 큰 비용이 드는 제품은 우리 같은 업체가 개발하기엔 무리죠. 100개 아이템 만들어 한 달에 하나만 팔아도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저희는 에어플라즈마 토치가 효자상품입니다. 지금도 꾸준히 나가니까요. 물론 마진율이 높진 않아요. 2000년대에는 경쟁업체도 없고 마진이 컸어요.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되면서 가격경쟁이 이루어져 가치가 떨어졌죠. 이제는 원자재비중이 85%나 됩니다. 저가제품도 많이 들어오고요. 품목을 완전히 없애지는 않지만 고가 제품,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들을 계속 개발할 수밖에 없죠.”
용접산업은 자동차, 조선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성도산업의 경우 조선관련 용접부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2007년부터 조선소에 납품을 해왔지만 지금에서야 보람을 느낀다고.
“용접품목군은 일반 소비재가 아니기 때문에 제품 사이클이 느려요. 장인정신이 없으면 버텨내기 힘듭니다. 자동차산업은 안전성 문제가 크기 때문에 초기 개발 R&D단계부터 검증을 같이 거친 업체라야 수주가 가능합니다. 검증 안 된 국내업체에게는 진입장벽이 높죠. 그에 비해 해양관련분야는 바로 성과가 나와요. 현재 조선3사와 거래하고 있는데, 수입에 의존하던 용접부품을 저희가 직접 개발해 납품하고 있어요.”
산업의 큰 흐름을 봤을 때 자동차는 전기차, 조선산업의 경우 LNG(액화 천연가스)운반선 또는 추진선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배가 시꺼먼 연기를 낸다는 건 옛말이에요. 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친환경에너지인 LNG가 주목받고 있지요. 기화된 에너지를 다시 회수해 엔진가동에 쓰거든요. LNG추진선 등 우리 조선업계가 선박수주를 많이 하고 있어 최근 거래량도 점점 늘고 있어요.”
성도산업은 티그 자동화가 가능하도록 TIG 필러 장치를 개발함으로써 조선소, 배관용접, 중공업분야 등으로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저희는 티그, 미그, CO2용접 부품이 주력 상품입니다. 특히 티그용접 반자동 토치를 개발했는데, 저희만의 노하우를 녹여낸 거죠. 티그용접사 같은 고급 기능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범용기술자들도 할 수 있도록 개발한 거거든요. 특허도 냈어요. 티그용접의 경우는 숙련되는 데만 5년 걸립니다. 그만큼 어려운 작업이에요. 원래는 사람손이 원칙이지만 자동화장치로 생산성이 2.5배 이상 올라갈 수 있어요. 이게 범용화 되면 공정개선, 원가절감 등 업계에 큰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최근 알루미늄 용접토치도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일반 토치는 와이어를 밀어주는 방식이 푸시형이지만 ‘푸시풀’ 형식으로 획기적인 개선을 이뤘어요.”
성도산업은 용접관련 부자재를 전문 생산한다. 주요 품목은 70~80종. 그에 따른 액세서리를 포함하면 천종이 넘는다. 그래서 신입사원이 오면 제품교육에만 최소한 3개월이 걸린다고.
“상장사 및 대우, 삼성, 현대중공업 등에 납품하고 있고, 동남아, 중국, 일본 등으로 수출하고 있어요. 핵심 차별화 제품군은 플라즈마 웰딩, 플라즈마 절단 등으로 오랜 노하우와 함께 남다른 강점을 갖고 있죠. 플라즈마 부문은 특허가 네 개 있고요. 플렉시블, 컨듀트케이블은 국제특허도 보유하고 있어요.”
전체 매출의 20~25%가 수출이며, 국내비중이 훨씬 높다. 해외시장만 주력하다 문제가 생길 경우 내수시장을 개척하기 쉽지 않다는 윤 대표. 그래서 제조사 스스로 고정고객 즉 판매처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제조사와 유통사는 같이 성장해나가는 동반자에요. 조금더 비싸더라도 좋은 제품을 사려는 소비자들도 유통사가 저가제품을 권하면 그걸 쓰게 돼요. 외산을 쓰는 사람은 비싸도 그걸 쓰거든요. 고가시장이 분명 있어요. 용접업계가 품목은 세분화되어있고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쉽진 않아요. 제가 용접조합 이사로 있는데, 제발 좀 싸게 팔지 말고 좋은 거 팔라고 해요. 단가 남는 거 팔라고요. 중요한 건 업계 모두가 잘되는 거니까요.”
공업의 기반인 금속, 단조, 용접, 도금, 도장 등은 산업의 기초가 된다. 그러나 말그대로 3D업종이기에 다음 세대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데 안타까움을 표한다.
“제가 업계에 발을 들인지도 벌써 41년째네요. 이 세대가 끝나면 기초산업분야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 걱정이 됩니다. 특히 용접부자재 시장이 저평가되어 있어요. 거기다 원자재 가격은 등락이 크고, 대기업 오더에 매여 가격경쟁으로 종속되는 현 산업구조도 성장을 막아요. 청년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분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용접봉 출하량으로 경기를 가늠한다는 윤 대표. 용접봉 판매가 늘어날수록 자동차, 건설, 중공업, 조선 쪽 경기가 좋다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 직원이 15명이에요. 그동안 용접기계나 용접방법, 소재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며 지금까지 사업을 이어왔습니다. IMF도 이겨내고 2012년까지 성장가도를 달렸지요. 저희 같은 경우 위기를 이겨낸 비결은 업체수 다변화에 있어요. 이후엔 사회전반적으로 경기도 좋았고요. 2012년을 정점으로 조선경기 하락 등 하향세였지만, 지난해부터 리턴할 수 있는 골든크로스가 왔다고 봅니다. 올해는 본격 반등하리라 기대하고 있어요.”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기술력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 또 용접기자재 설계에서부터 개발, 생산,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ISO9001 품질인증 및 안전, 소방관련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우리만의 기술력으로 성장해나가겠습니다. 자동화, 경량화는 물론 해외기술을 국산화함으로써 우리 고유한 기술력과 노하우로 우리 업을 지켜내겠습니다.”
글·사진 _ 김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