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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스㈜
가공현장에서 공구를 교환할 때 그 원인이 파손인지 마모 때문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절삭유 오염문제를 공구파손의 주요 원인으로 꼽으며 세계 최초로 절삭유탱크 이동형 청소기를 개발한 네오스를 찾았다.
60대 시니어들이 일을 냈다. CNC 공작기계, 자동화설비, 부품가공, 쿨란트 필터링시스템 등에서 30년 이상 노하우 갖춘 노장들이 모여 절삭유탱크 이동형 청소기를 개발한 것.
“개발후 개선하고 또 피드백후 개선하고, 개선작업만 수차례, 결국 7년 걸려 완성했어요. 쉽지 않았지만 정말 보람 있습니다.”
네오스 김윤상 대표는 2014년 시니어 제조 벤처기업으로 출발했다. 자동차, 전자제품의 부품 가공시 사용하는 핵심장비인 CNC공작기계 주변설비인 페이퍼 필터링 시스템, 마그네틱 세파레이터, 오일스키머, 유수 분리기를 자체 개발 및 생산하는 창원소재 기업이다. 이젝터와 스키머 펌프기술을 응용한 양정 높이 7미터 오일스키머와 유수 분리기를 세계 최초 개발하기도 했다. 최근엔 이젝터 방식 오일스키머를 한국수력원자력에 공급했다.
김 대표는 잦은 자동차 리콜사태를 보며 기업들이 수백억 손실을 입는 것을 늘 안타깝게 여겨왔다. 또 자동차 주요부품 표면조도 불량이 주요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임을 지적한다.
“자동차 부품가공전문가나 공작기계 제조사들과 얘기할 때마다 절삭유, 연마유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문제를 설명해도 전혀 관심을 갖지 않으시더라고요. 그룹 회장님이 품질경영을 아무리 강조한들 부질없는 구호에 불과해요. 한국도 독일이나 일본처럼 가공시 절삭유 관리는 최소 30미크론, 연마유는 10미크론 정도로 관리를 해야 합니다.”
CNC공작기계 가공시 가공유와 칩들이 탱크에 쌓이게 된다. 아무리 기능이 뛰어난 기계로 가공, 연마를 하더라도 필터링이 제대로 되지 않고 미세칩이 윤활유 등과 섞여 3~4일 지나면 응고돼서 탱크바닥에 쌓인다. 이로 인한 절삭유 부패와 악취는 가공공장의 필연적 문제로 대두돼 왔다.
“유럽은 기계 자체에 필터링설비가 갖춰져 있어요. 대표적으로 디엠지 모리세이키 제품의 경우도 그래요. 필터링설비 유무에 따라 가공 품질차이가 엄청 납니다. 필터링이 되지 않으면 가공중 표면에 보이지 않는 스크래치가 발생해 표면조도가 좋을 수 없죠. 그 스크래치에 이물질이나 오일이 축적되어 불량원인이 되기도 하고요. 가공현장에서 이미 품질은 정해지는 겁니다.”
절삭유탱크 오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탱크 상부에 떠있는 습동유, 이물질, 슬러지 등이 여과되지 않은 채 절삭유와 함께 노즐을 통해 공급되면 공구파손 위험도가 높아진다. 가공현장에서 공구 교환시 공구마모가 원인인지, 공구파손이 원인인지 관리가 필요하다. 절삭유 청정도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는 이처럼 표면조도, 원가절감, 생산성 향상과 직접 연결된다. 그래서 절삭유 컨디션을 관리하는 설비가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이게 고가장비다 보니 중소기업현장에서 직접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 착안, 개발한 것이 바로 절삭유탱크 이동형 청소기 ‘OsFiL-P-80-600’이다.
이는 CNC공작기계 한 대당 설치해야할 필터링 시스템을 이동식으로 개발한 것이다. 청소기 1대당 공작기계 20대까지 커버가 가능해 자금부담이 되는 중소가공회사에는 주효할 것이라 예상한다.
“처음에는 고정식으로 개발했어요. 그러다 이동형으로 개발해달라는 시장요구가 있었죠. 고정식인 하이브리드 필터링 시스템에 바퀴를 달았어요. 이 제품은 페이퍼 필터로 분당 80리터를 처리해 30미크론까지 여과할 수 있어요. 여기에 600리터 하부탱크가 1차, 2차 클린탱크로 구분, 유수분리기 기능까지 되어 있어 절삭, 연마공정에도 적용이 가능하죠. 자동 스크래퍼로 이물질이 자동배출되고 150m 길이의 페이퍼가 자동으로 회전돼요. 지금까지 공기를 이용한 진공펌프식 칩처리 청소기는 있었지만 절삭유까지 여과하진 못했어요. 10분 만에 깨끗해집니다.”
김윤상 대표는 물론 전직원 모두 60대로 구성된 네오스. 시니어들로만 구성된 기업에서 어떻게 이런 혁신적인 제품이 탄생했을까.
“부산, 울산, 창원 등 경남지역에는 대한민국 산업의 견인차역할을 했던 베이비부머세대 인력들이 많아요. 대부분 현장에서 은퇴했지만, 이렇게 좋은 인력들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싶었죠. 이분들은 기계소리만 들어도 문제를 바로 알아차리는 분들이거든요. 말그대로 달인들이죠. 여기에 저의 마케팅, 경영능력을 조화시켜 함께 역량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제 시니어와 주니어의 일대일 매칭을 꿈꾼다. 점차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시스템으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
“절삭유 모니터링 시스템인 IoT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온도, 농도, pH, 입자크기 등 절삭유 상태와 펌프가동시간을 공장관리자와 네오스가 실시간 원격 컨트롤하는 시스템개발을 마무리해 내년부터 공급 및 렌탈사업화할 계획입니다. 대한민국 모든 가공공장이 우리 청소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다음세대와의 협력이 필요해요.”
절삭유 청정도 관리사업에 이만큼 투자하고 몰입해온 데는 김 대표만의 스토리가 있다.
“독일 장비에 15억을 투자해 로봇자동화설비까지 갖춘 업체가 있었어요. 그런데 절삭유 노즐이 막힌 거예요. 알고 보니 비싼 장비를 갖췄지만 필터링설비를 넣지 않아 문제가 생긴 거죠. 오히려 자동화설비가 아니었다면 가공후 사람 손으로 탱크내 미세칩이나 지그 사이의 이물질을 청소하고 관리했을 텐데 그게 안 된 거예요. 스마트팩토리로 갈수록 절삭유 청정도 관리는 필수입니다.”
김 대표가 처음 문제의식을 가진 것은 CNC공작기계 제조사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다.
“시장환경은 바뀌는데, 기술은 25년전 그대로라 독일과 기술제휴 필요성을 느꼈어요. 그런데 모두가 반대했어요. 회사를 떠나고 바로 네오스를 창업했죠. 처음엔 칩처리용 진공청소기를 수입해 팔았어요. 그런데 자꾸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개발을 결심 후 전문가 찾아 삼만리라고 지인 통해 추천도 받고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전시회를 엄청 다녔어요.”
문은 두드리는 자에게 열린다고 했던가. 독일이 세계적인 명품자동차 브랜드가 많은 만큼 자동차 부품 필터링 기술도 세계최고일 터. 정답은 바로 그에게 익숙한 시장인 유럽에 있었다.
“산업의 기초분야 달인들이 다 유럽에 있어요. 세계 최초로 오일스키머 유수분리기 만든 독일회사를 찾아가 기술을 이전받았어요. 75세된 달인이신데, 멘토역할을 해주신 거죠. 다른 부족한 분야는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등 각국 장인들에게 모두 전수받아 우리만의 기술을 가지게 됐어요. 근데 이제는 안 보여줘요. 처음에는 공장문 활짝 열어줬는데 말이죠.”
기술을 받았다고 한 번에 개발을 완료한건 아니다. 똑같은 기술이라도 가공공장 환경이 다르다보니 실패를 거듭했다. 유럽과 우리나라 현장과는 차이가 컸다.
“기계축이 다 끊어져버리더라고요. 디테일하게 접근할 수 밖에 없었죠. 그렇게 우리만의 포지션을 찾아낸 겁니다. 이제 특허만 7개, 독자기술을 갖추게 됐어요.”
김 대표는 삼성물산 기계사업부 출신이자, 독일 주재원으로 10년간 근무하며 유럽 현지에서 잔뼈가 굵은 종합상사맨이다. 중공업, 자동차, 반도체, 조선소 등 삼성그룹 계열사 해외 설비소싱, 구매를 도맡았기에 이미 기계설비와 친숙했다.
“당시에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늘 허탈했는데, 이제 전시회를 가도 기술개발은 물론 세계시장규모, 경쟁사현황 등 마케팅분야 조사,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기에 세계시장을 상대로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현재 매출은 20억원 정도다. 현대, 기아, 두산, 포스코, 대한항공 등 대기업이 주요 고객이다보니 깐깐한 검증과정도 다 거쳤다. 유럽, 미국, 일본, 중국으로 수출을 추진 중이며, 중국과 슬로바키아 현지공장도 준비 중이다. 앞으로 제품표준화와 유통전략을 통해 글로벌시장에서도 자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년 후 매출액 100억원이 목표다.
지금 매출에 안주하면 서민갑부는 되겠지만 대한민국 가공공장에 새로운 역사를 남기고파 홍익기업을 꿈꾼다는 김 대표. 그러나 제조사에서 원가절감은 필수다. 레이저절단, 용접, 벤딩, 도장 등 우수한 품질력을 갖춘 4~5차 협력사를 발굴하는 한편, 유니트는 중국 및 한국제조사와 직접 거래하며 생산원가를 절감하고 있다. 전체 임직원 평균 연령 62세. 단순히 시니어의 반란 쯤으로 치부되기에 업계 혁신을 가져왔다.
“저는 히든챔피언을 꿈꿉니다. 히든 챔피언이란 대중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해당분야 세계시장 1~3위 기업을 말해요. 2~3년 내 독자적인 특허기술을 가진 네오스가 히든챔피언이 될 것이라 자신합니다.”
글·사진 _ 김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