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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배기 저울 생산업체 삼성계기

우리집 저울처럼
 
저도 확실합니다



다니던 회사 부도나자 인수
 
알짜배기 흑자회사로, 삼성계기 황인구 대표


농촌의 수확기가 되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저울이 있다. 시장이나 작은 슈퍼에서 흔히 보게 되는 초록색 외관을 지닌 스프링 저울이 바로 그것. 튼튼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고 또 전자저울처럼 전기가 들지 않는 장점으로 일상생활 곳곳에서 쓰인다. 이러한 저울을 제작하고 있는 곳이 바로 20년 역사를 자랑하는 삼성계기다.




빚더미 회사 … 다녀야 돼, 말아야 돼?
 
대한민국에서 제조를 하는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일은 보통일이 아니다. 이제는 웬만한 모든 제품이나 부품이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에서 생산되기에 한국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것이 큰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삼성계기는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스프링 저울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더군다나 황인구 사장이 대표이사로 부임할 때는 부채만 수 천 만원이었다.
“제가 여기 입사하고 5년 만에 회사가 부도를 냈어요. 직원 월급도 제대로 못주는 상황이 된 것이죠. 그만큼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그때 사장님이 저보고 이 회사 인수해 보지 않겠느냐고 하는 겁니다. 사업계획서를 가져와 보라 하시더니 보고는 제게 공장을 인수해 주더군요. 그때가 1995년이었는데 회사의 순수부채만 4,800만원 이었습니다. 당장 공장을 인수는 했는데 협력업체들이 물건을 주지는 않더라고요. 물건만 떼이는 경우가 생길까봐서요. 사정 사정하면서 꼭 약속을 지키겠다. 물건을 팔아서 이익이 생기면 바로 갚는다 걱정하지 마라 찾아가고 또 찾아가서 협력업체로부터 부품을 받고 부품 조립 생산해서 빚을 갚아 나갔죠. 협력업체 도움 없이 혼자서는 부도 위기를 극복 못해요. 물건을 주면 돈을 꼭 갚는다는 신용을 주는 것이 바로 위기 극복의 방법입니다.”
20년 전의 삼성계기는 그랬다. 직원 월급도 제대로 못주는 회사였고, 협력업체에서 부품을 주는 것을 꺼려하는 업체였다. 이런 업체가 다시 정상궤도로 올라선 것은 협력업체와의 약속과 신용을 지켜 협조를 얻어낸 황인구 대표의 노력과 열정이다.



사표내면 잡을 줄 알았던 회사가 …
 
황인구 대표는 대학시절 화학을 전공하여 대기업 1차 협력 업체에 다녔다. 이후 퇴사를 하고 스프링 저울을 생산하는 기업에 입사를 했다.
“대기업 1차 협력 업체가 첫 직장이었어요. 입사할 때는 3년 후 일본에 발령을 내주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사표를 내고 나왔죠. 사람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게 아니더군요. 딴에는 그 회사에서 저를 잡을 줄 알았는데 잡지는 않고 그렇게 다른 직장을 알아보다가 지인의 추천으로 이 스프링 저울 제작 회사에 들어오게 된 거죠. 생산 관리자로 몇 년 일을 했기에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협력업체 도움을 받아 회사를 운영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익을 내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필요 없는 부서는 없애고 공정 과정을 줄여야겠다고 생각을 했지요.”
황인구 대표는 기존에 있던 전자저울 연구개발 부서는 과감히 없애고 이익률을 실현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다. 인력구조조정을 하고나니 남는 것은 공정과정을 줄여 이익률을 높이는 길뿐이었다.
“15명이 일하던 공정을 연구를 거듭해 지금은 4명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특허도 따게 되고요. 제가 큰 기술이나 지식이 없어서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제품을 만들고 부수고를 여러번 했어요. 그렇게 제작 과정의 긴 공정을 없애려고 노력했죠. 필요 없는 부품을 빼거나 기존 부품과 일체화 시키는 과정에 많은 연구를 했습니다. 그렇게 공정과정을 줄이니 인건비가 빠지더군요. 제품 생산량이나 가격은 그대로 두고 2천 만원 연봉을 받는 직원 10명을 줄이면 1년이면 2억 4천 만원의 이익이 발생합니다. 또 빈 직원의 수 만큼 제가 더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 회사의 이익으로 돌아오더라고요.”



직원보다 열심히 일하는 사장님
 
그렇게 공정과정을 줄이고 직원의 일의 효율을 높이자 이익률은 크게 늘어났다. 그러면서 직원못지 않게 전력으로 회사를 인수하면서 함께 진 부채를 모두 갚는데까지 오는데 5년 걸렸다고.
“인수 후 첫 3년 동안은 죽을똥 살똥 일만 했습니다. 제가 지금 손이 부드러운데 예전에는 안그랬어요. 사장이지만 직원들과 함께 조립라인에서 제품 조립을 했거든요. 손이 거칠어질 정도로 하니까 돈이 되더라고요. 빚도 갚고 자식도 키울 수 있고. 5년 지나니까 빚도 다갚고 돈이 모인다는 것을 느꼈지요. 그때는 전 일요일도 없었어요. 주중에는 직원들과 함께 일을 하고 주말에는 공장에 나와 혼자서 전표작업을 해야 했거든요. 대한민국에서 중소기업 사장님으로 살아남기란 그렇게 힘이 드는 것 같았습니다. 말이 사장님이지 그 정도로 남보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기업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요.”
그렇게까지 열심히 한 이유를 물어보니 황인구 대표는 쑥쓰러운 듯이 대답했다.
“여기서 일을 하신 분들이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도 있고 또 경력도 많으신 분이 많아요. 그런데 제가 지시만 하면 되겠습니까. 그리고 무언가 첫 직장에서 나와 재취업을 할 때 느낀바도 많았고요. 어렵게 재취업한 회사가 5년만에 부도가 났는데 그때 제 나이가 서른다섯살이었습니다. 다시 다른 회사에서 재출발하기란 어렵겠다고 생각 했죠. 그리고 내가 가만히 계산을 해보니 이리 이리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는 확신도 있었고요.”



20명 할 일을 4명으로 줄여라
 
공정과정을 줄이는 것은 여러 가지 이득을 가져다준다. 단지 인건비를 아끼는 것 뿐만 아니라 여러 직원을 관리해야 하는 수고로움도 덜어줬다고.
“정말 그래요. 직원이 한 20명일 때는 직원 중 한 사람이 아프거나 개인적인 일로 회사를 나오지 않게 되면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가 생겨요. 그런데 4명으로 줄이면 급하면 저나 아내가 투입하면 되는 것이거든요. 20명이 할 일을 4명으로 줄이는 것은 말이 쉽지 엄청난 노력이 필요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이 업계에서는 살아 남을 수 없겠더라고요. 실제로 기계식 저울을 생산하는 곳이 예전에는 10군데 정도 되었는데 지금은 5군데 정도 됩니다. 그만큼 치열하죠. 국내업체하고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산 제품과도 경쟁을 해야 하니까요. 그나마 아직까지는 품질이 중국산 보다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품질에 비해 가격 경쟁력도 갖추고 있구요. 다 공정과정을 줄여서 가능한 일이죠.”


‘내 월급 못받아도 직원 월급 준다’ 원칙
 
삼성계기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모두 50대 중반을 넘긴 나이다. 60대나 70대인 사람들도 있다. 황인구 대표는 모든 직원들에게 무턱대고 월급을 많이 줄 수 없지만 30년 이상 혹은 20년 이상 일한 직원들이기에 최대한 많은 혜택을 주려고 노력한다.
“정말 잘해주고 싶지만 모든 것을 줄 수는 없습니다. 대신 모든 것을 공개할 수는 있지요. 매입하고 매출하고 이익률도 모두 공개를 합니다. 그렇게 공개를 해서 이렇게 월급을 줄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알려줘요. 그렇게 일을 하니 직원들도 큰 불만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장인 저도 당장 필요할 때는 생산라인에서 일을 하는 걸요. 다만 예전에는 직원 월급이 최고로 박한 회사였는데 지금은 어딜 가더라도 이 업계에서는 섭섭하지 않을 만큼의 대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직원분들도 불만 없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죠. 제가 월급을 못 받는 경우가 있더라도 직원분들 월급은 밀리는 경우도 없고요. 그것이 바로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게 하는 방법 아니겠습니까. 저는 저 스스로 남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후회도 없습니다. 물론 회사를 보다 크게 키우지는 못했지만 지금 일하는 직원들도 이 회사에 만족하고 또 저 역시도 이 회사에 만족을 합니다. 뒤돌아 보면 참 열심히 해 왔고 또 앞으로도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이 업계에 있으면서 망하는 다른 저울 생산회사를 보면서 무리하게 사세를 확장하기 보다는 회사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는데 직원들도 이런 저를 이해해주고 믿고 따라주어서 참 고맙고 기쁘기도 합니다.”
삼성계기는 대기업은 아니다. 그리고 큰 기술력을 자랑하는 기업도 아니다. 그러나 황인구 대표는 삼성계기를 튼튼하고 안정된 기업으로 직원들이 안심하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직원들은 황인구 대표를 믿고 따라 훌륭한 스프링 저울을 생산하고 있다. 저렴하면서 튼튼한 스프링거울 제조업체 삼성계기는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을 것이다.


글, 사진_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