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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나일론 앵커 혜성산업
한국산 나일론 앵커 최초로 시작해 최고만 만들죠
혜성산업
나일론 앵커는 창문틀과 문틀, 싱크대와 단열재, 석고, 샷시 등을 고정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공구다. 벽 상태나 재질, 치수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된다. 간단한 소모성 공구지만 목수를 비롯한 건설현장 작업자의 필수품이다.
최고의 나일론 앵커를 만든다는 혜성산업을 찾아가 보았다.
국내 최초 나일론 앵커 국산화 성공
나일론 앵커의 호칭은 다양하다. 칼브록, 칼블럭, 칼부록 등 다양하게 불린다. 브럭을 block으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실은 plug(플러그)에서 온 말이다. 나일론 앵커는 콘크리트, 벽돌, 블럭 등에 나사못을 고정할 때 사용하는 플라스틱 못집이다. 위 재료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나서 맞는 사이즈의 칼브럭을 박아 넣고 나사못을 조이면 나사못과 재료 사이가 확장하면서 단단하게 고정된다. 칼브럭이 쓰이기 전에는 나뭇조각을 구멍에 넣고 못을 박아서 썼다. 지금도 칼브럭이 없다면 현장에서 나무젓가락이나 나무조각을 깎아 이 방법을 쓰기도 한다. 다만 욕실이나 옥외처럼 습기에 노출되는 장소에 오래되면 나무가 삭아 부스러질 수 있다. 혜성산업의 김산영 대표는 국내 최초로 나일론 앵커, 칼브록을 국산화한 사람이다.
“처음에는 모 외국기업이 한국시장에 선보인 것으로 국내에 유통이 됩니다. 그런데 가격이 제가 보기에 엄청 비쌌어요. 창틀보다 나일론 앵커 몇 개 사서 쓰는 가격이 더 나갈 정도니까요. 단순한 소모성 공구인데 이렇게 비쌀 이유가 없거든요. 나일론 앵커는 1911년에 John Joseph Rawlings이라는 영국 사람이 발명하여 Rawlplug라는 상표로 판매한 것이 시초입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대략 100년 전에 나온 간단한 소모성 못입니다. 그러니 외국에서는 이 제품이 흔하고 저렴했어요. 당시 1990년대에 외국회사가 이것을 국내에서는 비싸게 판매하니 제가 국산화를 한거죠. 외국산 칼브럭을 대체 할 수 있으니까요.”
최고 품질만 만드는 것이 자부심
혜성산업에서 제작하는 칼브럭은 그 종류가 다양하다. 사이즈와 재질에 따라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사이즈와 재질이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제품을 개발하는데 많은 비용이 든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재고관리도 그만큼 더 어렵다. 품질관리도 마찬가지다.
“제품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품질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나일론 앵커인데 나일론 재질을 사용하지 않는 업체들도 있거든요. 그리고 너무 저가의 제품들은 제가 보기에 공정에 심혈을 기울이지도 않아요. 예를 들어서 제품에 풀림처리를 가해야 하는데 그냥 귀찮아서 대충 짧은 시간으로 만든 다음에 선보이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이해는 합니다. 중국산 제품이 들어오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결국 생산설비가 부족하니 인건비를 낮추려고 공정을 간략화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품질이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혜성산업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겨울이 되어도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나일론 앵커가 저희 제품이라고 자부합니다. 가격은 중국산 제품보다 비쌀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자부합니다.”
혜성산업은 겨울이 되면 매출이 크게 늘어난다고 한다. 겨울이 되어도 플라스틱이 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혜성산업이 품질을 고집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못 자체도 열처리를 잘해서 잘 부러지거나 꺾이지 않는다. 보다 높은 하중을 잘 버틴다는 의미다.
금형제조에서 나일론앵커 제조로 변신
김산영대표는 처음부터 나일론앵커 제작으로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다. 그는 처음에는 금형을 제작하는 회사를 운영했다. 젊은 나이에 수 십명의 직원과 함께 사업을 했다.
“경영에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주력 거래처가 도산하면서 함께 무너졌죠. 참 힘들더라고요. 세상일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몇 년간의 고생이 허망하게 사라지니 괴롭더군요.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게 됩니다. 그때 아내가 저를 잘 돌보아 주었기 때문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큰 빚이 있었지만 제가 금형기술을 가지고 있으니 제품 제조를 할 수 있는데 무엇을 만들어 팔아서 재기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죠. 여러 사람을 만나보니 이것을 만들어 팔면 되겠다 싶었어요. 처음에는 공장도 없어서 가정집에서 아내와 함께 나일론앵커를 제작해서 판매를 했습니다. 그런데 제작 과정에 풀림처리가 중요하더라고요. 품질이 떨어지면 고객들은 외면합니다. 처음 제품을 제작할 때 불량도 나오고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품질 하나만큼은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감산영 대표가 아내와 함께 고생한 이야기는 끝이 없다. 하루에 2시간 혹은 3시간을 자면서 제품을 제작하고 판매하고 배달하는 일을 했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일만해 깡마른 몸이 되어버렸다. 그 정도로 최선을 다해 일을 하자 금형제조업을 하면서 진 빚을 갚고 혜성산업도 점차 성장 할 수 있었다.
더욱 다양한 제품으로 승부할 것
혜성산업이 성장하게 된 것은 자동화 설비의 힘이 크다. 나일론앵커의 완전품은 못에 나일론 앵커를 꽂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사업 초기에는 사람의 손으로 하나 하나 꽂아서 완성되었으나 지금은 자동화 설비로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어 진다.
“자동화 기계를 제가 연구하고 만들어낸 것이 아주 좋았습니다. 이제 사람 손으로 하나 하나 만들어서는 경쟁이 안됩니다. 외국산 저가 제품과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제조업은 자동화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도전하고 시도하다보니 좋은 생산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생산성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소비자의 요구에 응해야 합니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사이즈의 제품을 요구하지요. 그것에 맞춰서 끊임없이 제품을 개발하니 혜성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보급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사업을 하면서 남보다 차별화되는 모습을 지켜왔다고 자부합니다.”
혜성산업이 생산하는 제품은 다양하다. 나일론앵커, 디스크, 판넬캡, 인서트를 비롯해 각종 나사 및 앵커를 제작한다. 한 개의 제품을 팔아서 성공하는 세상이 아니다. 다양한 제품을 갖추기 위해서 자체 제작한 최신기종의 플라스틱 사출생산 설비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공장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은 모두 고객의 요구에 대응해야 한다. 가격과 품질, 생산성, 많은 재고까지 모두 갖춘 혜성산업의 미래는 튼튼하다.
글·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