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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링벨트 전문 (주)주영산업

 

자동재봉기로 생산성 수출용 내수용 차이 없어요

 

슬링벨트 전문 (주)주영산업

 

 

 

  

슬링벨트와 화물 자동바 전문제조업체인 주영산업. 끊임없는 기술투자로 자동재봉기를 개발해 원가는 낮추고, 국제기준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는 등 품질경영을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다.

 

 

원단제조에서 섬유벨트 전문기업으로 거듭나


주영산업은 원단 제조회사에서 출발했다. 슬링원단 직조를 하면서도 완제품을 만들지는 않았다. 이는 26년 이상 기업을 경영해온 박정구 대표의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무엇을 잘하는지 판단해야 해요. 돈 번다고 무조건 뛰어들면 안돼요. 평생 벨트 짜는 걸 해왔으니 그 길을 고수해야죠.” 
그러다 완제품을 제조하게 된 계기가 생겼다. 슬링벨트 제조업체들의 과잉경쟁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원단 납품업체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12~3년 전 갈림길에 섰어요. 제조를 해야 하는데, 선뜻 시작하질 못해요. 죄다 수작업이라 사람이 없으면 공장을 못 돌리거든요. 기계 덩치도 옷감 미싱과는 달라요.”
기존 방식으로 하면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재봉기 10대가 있으면 10명의 인원이 필요했다. 6개월 이상 작업해 숙련공이 되면 회사를 떠나는 것이 다반사였다. 다르게 제작해야만 했다. 그때 생각한 것이 바로 자동화시스템이다. 재봉을 자동화하지 않고는 미래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때부터 2~3년간 기계개발을 위해 뛰어다녔다. 결국 어렵게 기계를 개발하고 제품생산을 시작했다. 
“다들 미쳤다고 했어요. 지금도 슬링벨트 자동재봉기는 찾기 힘들어요. 기계를 개발해서 품질 좋은 제품만 만들면 잘 팔릴 줄 알았죠. 그런데 1년간 거의 못 팔았어요.(웃음) 단가가 안 맞았거든요.” 

 

 

지금도 설비투자는 현재진행형

 
스스로를 고지식하다 평할 정도로 박 대표는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일에 매진해왔다. 
“제조업은 5년만 투자하지 않으면 설 자리가 없어요.  지금의 설비로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죠. 6개월, 1년 쓰면서 계속 업그레이드했어요. 아마 처음부터 자동화라인이 아니라 수작업으로 경쟁을 했다면 지금의 주영산업은 없겠죠.” 
일에는 자기 그릇이 있다고 믿는 그는 기계설비 확충에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지금도 계속 투자하고 있죠.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예를 들어 좋은 차를 사면 그만큼 감가상각비를 까먹어요. 그러나 기계에 5천만원을 투자한다면 그만큼 벌어다주죠. 사실 어려워도 저지르고 보는 편입니다. 그러면 어느새 해결이 돼요. 누가 얘기하더라고요, ‘샘물이 아깝다고 안 쓰고 놓아두면 결국 고여서 썩는다.  아무리 작은 샘물이라도 계속해서 퍼 쓰면 물이 계속 샘솟는다’라고요.” 

 

 

품질관리 비법은 바로 ‘원칙대로’

 
특별히 주영산업이 치중하는 것은 바로 품질관리. 박 대표는 그 비법으로 좋은 원자재 쓰고, ‘원칙대로’ 생산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강선, 연선이 있어요. 같은 굵기인데 강도가 다르죠. 그냥 봐서는 몰라요. 매뉴얼대로만 하면 됩니다. 이 일을 해오면서 가장 속상한 건 품질관리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거예요. 미국, 유럽 뿐 아니라 베트남 등 동남아지역으로 수출하는 제품들은 내수용보다 강도가 30% 높아요. 기준이 없으니 다 제각각이죠. 예를 들어 고속도로에 화물차가 짐을 싣고 달리는데 벨트가 끊어지면 어떻게 되겠어요? 화물차 기사분들이 저희 제품을 명품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잘 만들기보다 원칙대로 만들었으니까요. 가장 안타까운 게 생명과 직결된 사고가 많이 나는데도 여전히 변화가 없다는 거죠.” 
박 대표는 섬유벨트 제작기준과 체계 정립을 위해 10년간 매달려왔다. 아직도 포기하지 못하고 타협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 일이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2010년에 이미 KBS뉴스로 보도되기도 하고, 고용노동부 등 각 부처나 산업안전보건공단, 국민권익위원회, 심지어 2016년 국정감사에 이르기까지 슬링벨트와 화물 자동바, 고박용 벨트 등 생산기준을 만들어줄 것을 수차례 요청하며 문제를 제기해왔다. 대기업 납품도 마찬가지. 대기업 상선이나 제철소 등 특수벨트를 개발하고 납품하면서 현장에서 일어나는 안전문제에 대해 제품 테스트 및 기준강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수출용, 내수용 차별없이 국제기준 맞춰 제작

 
“해외수출제품들은 안전율 7:1로 정해져 있는데, 저희는 그 기준에 따라 컬러제품을 안전율 7:1로 생산합니다. 
생명과 직결된 제품이기 때문에 늘 긴장하며 만들어요. 품질에 자신있기 때문에 우리만의 시장을 만들고 싶어요. 2년 전부터 수출용과 내수용 차별없이 국내시장에도 판매하고 있어요. 유럽과 미국의 컬러 기준율에 따라 제품을 만듭니다. 품질 더 좋다고 가격을 더 높이진 않아요. 제대로 만든 만큼 그 가치를 인정해주시길 기대할 뿐입니다.” 
주영산업은 수출비중이 전체 매출의 30% 정도다. 제품마다 시리얼 넘버가 다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주문과 동시에 생산에 들어간다. 거기다 톤수, 사용하중, 품질인증서 등을 제품 하나하나에 다 동봉해 포장한다. 그래서 어디서 만들었고 어디로 가는지 기록이 남는다. 일본 수출품의 경우 다른 하자가 없는데도 라벨이 조금 더 깊이 박혔다고 클레임이 들어오기도 했다. 
“가격경쟁만 한다면 중국 못 따라가요. 기준없이 하면 한순간에 다 무너져요. 당장 편하고 돈 많이 버는 것보다 제대로 만든 제품으로 안전한 산업현장을 지원하는 게 제 꿈입니다.”

 
자동화시스템으로 미래기회 기대
 

주영산업은 직원 2명에서 시작해 이제 30명 직원을 거느린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지금 다들 어렵다고 말하지만 주영에겐 오히려 기회라고 말한다. 
“공급과 수요의 밸런스에 따라 가격이 결정돼요. 지난해 원자재값이 60~70% 올랐는데, 제품값은 못 올렸어요. 업계는 3년 정도 정체기를 겪었고, 투자도 미비했어요. 최저임금이 올라 원가절감은 더 어려워졌고, 원자재 생산량은 늘어나고 있죠. 앞으로 시장은 수요와 공급 밸런스가 깨질 거라 봅니다. 수작업 생산시스템도 한계가 오겠죠.”
본사 공장 규모는 1,700평에 달한다. 제2공장의 경우도 공장 규모가 3백평이다. 원사가 입고되면 원단을 짜고 중량별 컬러로 구분해 인쇄파트로 넘어간다. 백색벨트는 바로 제단하고 봉제, 포장단계를 거쳐 출고된다. 
“맨땅에 헤딩하듯 사업하며 수월했던 적이 한번도 없어요. 모든 걸 내려놓고 10년간 편하게 살까도 생각했어요. 실제 3년간은 전원주택 지어 농사도 짓고, 닭도 키우며 살았어요. 그런데 직원 30명이 되니 열심히 해야겠죠? 공장 시작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보려합니다.”(웃음) 
그의 말처럼 지난해 10월부터는 내수시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1년 공장 증설을 계획하며 부지도 마련해놨다. 
“앞으로는 저희가 쓰는 원재료량의 2~3배로 늘리려 합니다. 기술이나 품질은 세계 어디 나가도 뒤지지 않는데, 생산규모가 이에 못 따라가요. 완제품으로 전환했을 때처럼 이젠 생산규모를 키워야할 때가 온 것 같아요. 돈이 아니라 시간과 기술력의 문제죠.” 

 

 

비전을 주는 기업으로 성장 꿈꿔

 
많은 중소기업들이 인재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비해 주영산업은 젊은 인재가 많다.
“30~40대 친구들이 기술진으로 포진해있어요. 물론 월급도 많이 주면 좋겠지만, 저는 꿈을 주는 기업을 만들고 싶어요. 비전이 있으면 힘들어도 버틸 수 있어요. 자녀 학자금 지원도 더 확대하고,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직원 근속기간과 제품의 품질은 같이 간다고 봅니다. 기술개발과 함께 지켜나가야 할 게 바로 사람, 우리 직원들이죠.”
주영산업이 개인의 것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는 박 대표. 최근 JIS인증 최고등급인 4등급을 획득한 만큼 세계 어디와 붙어도 자신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물론, 직원들 나아가 업계와 함께 상생의 길을 걷기를 꿈꾼다. 

 

글·사진 _ 김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