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전체메뉴 열기

MAKERS

수출하는 소독기 - 경부기업

 

소독기 기능 높여 수출 실적 올리다

 

경부기업

 

 

 

 

경부기업은 연막소독기 전문업체다. 내수시장 65%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동남아시아와 유럽으로 수출 폭을 넓히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연막소독기 국산화, 해외 수출 상승세

 
“국내시장도 중요하지만 해외시장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수출상과 협력해서 중국 광저우나 독일 베를린 등 해외전시회에도 정기적으로 참가하고 있고요. 유럽시장은 개척한지 얼마 되진 않지만 성과가 높아요.”
이지훈 대표가 아버님이 운영하시던 기업을 완전히 인수받은 지 어느덧 9년차. 2009년 공장사정이 나빠지면서 대학을  자퇴하고 본격적으로 일을 맡아하게 됐다. 
“학업을 중단한 데 대해 후회는 없어요. 저는 중학교 때부터 일을 해왔어요. 방학 때마다 일을 했고, 평소에도 학교마치면 공장 와서 아버지를 도왔죠. 학교와 불과 300미터 거리였거든요. 이 분야에 관심도 많고 기계를 좋아하니까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연막소독기 국산화를 이룬 최초 기업이라는 자부심도 갖고 있고요.”
경부기업은 442평 정도 규모에 상시직원은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여름철 성수기가 되면 아르바이트 직원이 합류해 직원은 11명으로 늘어난다.  
“국내 소형 연막소독기 시장은 연간 1만5천대 규모로 봐요. 저희는 일년에 1만7천5백대 정도 제작하는데, 9천5백대 정도가 내수용입니다. 수출은 지난해 8천대 정도 했습니다. 주로 동남아시아 시장에 집중적으로 수출하고 있어요.” 

  

 

 

모기 유충 쓸려 내려간 20011년이 큰 위기
  

젊은 패기 가득한 그에게도 어려운 시기는 있었다. 
“2011년이 제일 먼저 생각나네요. 그해 비가 엄청나게 내렸어요. 모기 유충들이 다 쓸려 내려가 모기가 없어졌다고 방송에서 막 떠들었었죠. 그러다보니 매출이 뚝 떨어졌어요. 매출이 예년에 비해 60% 밖에 안 됐어요. 때마침 신모델 개발로 여유자금을 다 소진한 상태였거든요. 자금 압박이 심했고 사정이 많이 안 좋았어요. 매입처에서 대금 독촉전화도 많이 오고, 이후 거래가 중단된 업체도 생겼죠.” 
차츰차츰 대금을 다 갚았지만, 필요한 부품을 다 납품받기는 힘들게 됐다. 전화위복이랄까. 이때 자체 기술개발과 부품생산에 눈을 돌리게 된 것.
“당시 중고기계 들여와서 직접 만들기 시작했어요. 용접부터 시작했죠. 점차 파이프 벤딩, 절단, 몰딩성형기까지 들여왔어요. CNC자동선반, 자동복합기도 들여와 하나하나 자체제작에 힘을 실어갔죠. 그렇게 일거리가 늘어나면서 직원을 늘려갔고 노하우도 생겼어요.” 

 

 

기술을 갖춰야 경영이 된다는 신념 하나로

 
이 대표는 기업 경영 전에 공구상에서 수리도 하면서 일을 배운 경험이 있다. 어린 시절에는 집에 있는 전자제품도 많이 해체해봤다고. 아니나 다를까 타 업체 휴대용 버너, 가스난로 등 실제로 설계 개발을 해준 이력도 있다는 그. 
“처음엔 기술자가 한 사람도 없었어요. 저는 지금까지 제가 다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일해 왔어요. 지금도 현장에 있는 기계를 저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요. 사장이 무조건 알아야 직원도 키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에 대한 그의 고집은 결국 제품 안정화에 기여했다. 품질이 좋아지면서 매출도 올라갔다. 기술 중심 경영 덕분에 2011년 큰 위기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KB100 개발로 기존 연막소독기 문제 개선 

 
경부기업 주력제품으로는 ‘KB-90’과 ‘KB-100’이 있다. 특히 ‘KB-100’의 경우 기존 제품의 문제점 개선을 위해 겁 없이 도전장을 내민 지 1년 반 만에 개발에 성공. 경부기업을 살리는 효자상품이 됐다.
“기존 방식은 디젤 및 약제를 한통에 혼합하여 코일(열교환기)로 공급하는데, 이때 800도 이상 가열된 코일에서 기화점이 낮은 약제가 탄화되어 찌꺼기가 발생해 코일이 막히죠. 이때 약제가 소실돼 방제효과가 낮아지는 것은 물론 펌프 부식을 유발하게 됩니다. 이게 제품 고장률을 높이죠. KB-100은 약제를 코일로 공급하지 않고 바로 분사노즐 앞으로 공급해 열에 의한 탄화나 약제 소실이 거의 없어요. 또 방제효과도 최대한 볼 수 있습니다. 강산성인 약제를 별도의 통에 주입하니 펌프 부식도 방지되죠. 이것이 다른 제품과의 차별성이자 강점입니다.” 
2012년 이후 국내 및 해외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기업의 매출을 끌어올린 대표상품으로서 이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 
“처음 아이디어를 가지고 자체 설계 후 제품 모델링하고 금형제작, 제품화하기까지 생각보다는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2010년 말 제품 개발 후에 특허도 바로 신청했고, 국내에 아직 이런 제품은 찾아볼 수 없어요. 열에 대한 탄화가 없으니까 코일 수명이 길어지는 등 기존의 문제도 분명 해결했죠. 그러나 단점은 있어요. 약제통이 따로 있다 보니 사용상 불편함이 생긴 거죠. 그 부분도 개선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앞으로 더 좋은 제품으로 발전시켜야지요.” 

 

 

CE인증 획득, 차별화된 제품으로 승부수 

 
해외로 수출되는 제품은 KB-100이 전량을 차지한다. CE인증도 갖추고 있다. 아무래도 단가가 저렴해 쉽게 접근이 가능한 KB-90은 국내시장에서 많이 팔린다. 
“수출 초기 KB-90의 경우 수리 부속품이 굉장히 많이 들어갔어요. 그만큼 고장률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바이어나 수출업체로부터 관련 애로사항에 관한 지적도 많았고요. KB-100은 그런 부분에서 확실히 좋아졌죠. 2~3년 전부터 동남아 시장에도 KB-100만 수출하고 있어요.”
이 대표는 다른 업체와 똑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건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다. 제품 뿐만 아니라 부품도 마찬가지. 제품에 들어가는 전체 부품이 70여 종인데, 그 중 50여종을 자체 생산하며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누구보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 
“연막소독기 분야에 뛰어든 신생업체들도 꽤 많지만 결국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 팔더라고요. 그건 큰 의미가 없다고 봐요. 우리만의 특장점이 있어야죠. 무엇보다 새롭고,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는 게 제조사로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경영에 앞섰던 아버지, 기술경영으로 뒤를 잇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부족하셨지만, 누구보다 경영에 앞섰던 아버지. 그에게 아버지는 어떤 존재일까?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거래처를 대하는 방법이라든지, 경영 노하우는 제가 따라갈 수 없죠. 저의 경우는 현장에 다녀보고, 다른 업체도 방문해서 제가 배워할 것들, 보완할 것들을 챙겨요. 이와 함께 경부기업의 첫 제품인 KB-90도 계속 개선해왔어요. 모델명도 KB로 통일하고요. 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버지와 인식의 차이가 있었지만 계속해서 노력하는 제 모습을 보고 인정해 주셨어요. KB-100도 세계적으로 처음 나온 방식이라 자랑스러워 하셨고요.” 
추울 때나 더울 때나 공장에 나오셔서 혼자 작업하셨던 아버지의 성실함과 책임감을 존경한다는 그 역시 아버지를 닮아간다. 
“한창 바쁠 때는 하루에 3시간 자고 일해요. 5살 된 딸이 보고 싶지만, 아직은 일 우선으로 살고 있어요. 집까지 불과 25분 거리인데도 주말에만 들어가요. 낮에는 직원들과 같이 일하지만 저녁에는 저 혼자 일해요. 설비도 봐야하니까요. 이제부터는 좀 바꾸려고 해요. 기술자도 키우고 있고요.”  

 

 

안심하고 판매할 수 있는 제품 만들 터 

 
경부기업은 지금이 한창 바쁠 때다. 5월부터 8월까지가 성수기. 내수시장 대응과 함께 수출을 이어가면서 내년 사업을 준비하게 된다. 어려운 경기에 제조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이 때다. 경부기업만의 돌파구가 있을까? 
“개발비 부담이 큰 게 사실입니다. 자금이 모이면 개발하고 또 동시에 설비 자동화를 갖추려고 관련 공부를 하고 있어요. 현재 제품이 자동설비 생산에 어려운 점이 있어서 연구 중이고요.” 
책이나 인터넷 자료도 찾아보고 주위 업체들 찾아가서 벤치마킹도 한다는 이 대표. 
“저는 무엇이든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미예요. 무조건 밀고 나가죠. 원리적인 부분 파악하고 응용해 직원들이 좀더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함께 계속 갈 수 있는 환경을요. 직원 중에 제일 오래된 분은 7년 됐어요. 5년 된 분도 있고요.”
직원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아르바이트 한 사람 7명 중 3명이 올해 다시 일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일 하실 분 찾기가 쉽지 않아요. 주위에 좋은 업체들도 많은데 다시 도와주시겠다고 오시니 복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고 있어요.”
올해는 2만대 매출이 목표라는 이 대표. 시설 투자는 물론 사업체 법인전환도 고려중이다. 
”사업을 확대할 성장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더불어 다음 제품에 대한 계획도 갖고 있고요. 시행착오를 많이 겪은 만큼 새롭게 개발할 때는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으로 마음을 다잡고 있습니다. 연막소독기는 제품 특성상 고장률이 높아요. 사용방법이 잘못 되거나 한두 번 써도 고장 날 수 있는 게 바로 연막소독기거든요. 최대한 고장률을 낮춘 제품을 만드는 게 저희 몫이죠. 공구상에서 보다 안심하고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신제품도 개발하고 있으니 경부만의 노하우를 믿고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사진 _ 김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