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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공구인 칼럼] 드라이버 보면 내 안의 열정 꿈틀거려


드라이버 보면 내 안의 열정 꿈틀거려





우리나라는 자동차, 배, 항공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 강국이다.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세계최고의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기업을 보유한 나라이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과 첨단 IT산업과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유명한 나라다. 그러나 그런 우리나라도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 바로 드라이버와 같은 수공구 제작 기술이다. 나는 현재 국산 드라이버의 품질 수준은 일본제나 독일제와 비슷할 정도로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까지 그들을 뛰어 넘어서 세계 최고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들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 

기업인이 아닌 기술자의 삶

나는 지금도 드라이버를 보면 오기가 생긴다. 현재 국산 센툴 드라이버의 품질은 가격대비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지만 그래도 최고급 독일제 드라이버를 볼 때마다 이것을 뛰어 넘고 싶다는 도전 욕구가 생기는 것이다. 드라이버는 누구나 사용하는 가장 기초적인 개인 공구다. 처음 센툴을 세우고 드라이버를 제작했을 당시 국산 드라이버의 품질은 평가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좋지 않았다. 제품이 좋지 않아 산업 현장에서는 일본 제품만 고집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TV하면 국산 TV를 최고로 생각하지만 한 때는 일제 TV를 최고로 여기고 국산 TV를 저급품 으로 취급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국산 드라이버의 처지도 TV와 비슷했다. 국산 드라이버는 소비자들에게 그저 싼 맛에 사용하는 제품이었다. 나는 정말 소비자가 믿고 사용할 수 있는 드라이버를 우리 손으로 만들고 싶었다. 우리 기술로 가장 기본적인 수공구 하나 제대로 못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최고의 드라이버를 제작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나는 센툴을 설립하고 드라이버 제작에 몰두해왔다. 
 
간단하지 않은 드라이버 제작

드라이버 쉽지 않느냐고 물을지 모른다. 그러나 드라이버 제작은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십자 모양으로 드라이버 끝을 섬세하게 다듬는 기술과 드라이버의 재료가 되는 철을 제련하는 기술이 뛰어나야 품질 좋은 드라이버가 제작 된다. 더구나 소비자들은 드라이버를 험하게 다루는 편이다. 가혹한 환경에서도 드라이버의 날이 뭉개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기술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재료가 있어야 한다. 이는 곧 재료 확보 능력의 문제도 있다. 일본 드라이버와 국산 드라이버의 차이는 재료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그러한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철을 다루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드라이버 제작은 힘들지만 드라이버 제작에 따라오는 매력도 뛰어나다. 우선 제품 자체가 소형이고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는다. 차츰 차츰 공장을 확대 시키고 기술력이 늘어나면서 품질의 차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돈보다는 설비투자 좋아

나는 경영자이기 이전에 스스로를 엔지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품질을 중요시 한다. 가격도 중요하지만 품질이 우선이고 가격은 그 다음이다. 제품의 품질을 확인하기 위해 KS와 ISO를 기본으로 제작한 사내규격을 적용해 제작했다. 그리고 드라이버의 팁 부분 각도 검사는 게이지에 의해 실시를 하고 경도 검사도 기본적으로 실시한다. 드라이버의 경도가 너무 높으면 부러지고 경도가 너무 낮으면 마모가 심하게 발생한다. 그 접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부러지지도 않고 마모도 발생하지 않는 드라이버를 제작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제품이 제대로 제작되지 않을 때의 답답함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보통 사람들은 고급 자동차를 가지고 싶어하고 좋은 집을 가지고 싶어 하지만 나에게는 드라이버 제작에 필요한 설비나 시설이 더욱 탐이 난다. 
 
자금 & 자재확보의 어려움

많은 중소기업은 부족한 기술력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하지만 나는 다르다. 기술개발은 스스로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성과가 있었다. 그래서 내게는 기술개발보다 더욱 힘든 문제로 원재료 공급과 자금 조달을 꼽는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운 문제는 자금 조달이다. 대기업의 경우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 쉽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다르다. 회사가 가진 특허를 담보로 융자를 받아 보려고도 했지만 쉽지 않았다. 원자재를 확보하는 문제도 그렇다. 원자재 확보도 대기업은 1회에 많은 양의 원자재를 주문하니 무게나 수량에 대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뿐이 아니다. 중소기업 제품이기에 소비자들이 제품을 기피하는 것도 보았다. 특히 드라이버처럼 사용해보면 성능이 바로 드러나는 제품은 소비자들이 기존 사용하던 브랜드만을 고집하곤 한다. 나는 그 사실을 인지하고 센툴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세계 최고의 드라이버 제작하고파

처음 드라이버를 제작할 때와는 달리 이제 드라이버 제작에는 국내 시장만 바라보지 않는다. 수출을 고려하여 외국 시장도 생각하고 있다. 국내 드라이버 제작 기술력은 과거와 달리 크게 성장하였다. 물론 부족한 점도 많지만 내가 살아 있는 한 내가 발견한 우리 드라이버의 부족함은 다 보완할 생각이다. 살짝 부끄럽지만 나 스스로를 국내 최고의 드라이버 제작 엔지니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오만함이나 잘난척이 아닌 하나의 자부심이다. 그런 자부심이 있어서 나는 국내 최고를 넘어서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 대한민국이 발전하여 세계 여러나라의 모범이 되는 나라가 되는 것처럼 우리의 국산 드라이버도 발전시켜 세계최고 대접을 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