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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김영선의 행동관상학] 사업에도 밀당이 있다


사업에도 밀당이 있다




상대방을 잘 구슬리는 사업가들이 있다. 상대방을 유혹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반대로 자신이 누군가의 밀당에 속고 있는 건 아닐까? 행동관상으로 들여다보자.

좋은 아이디어 증명하란 말에 혹하지 말라

어떤 사업에 관해 자신에게 자문을 구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는 진짜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해서 자문을 구하는 경우다. 이러한 사람은 내 아이디어를 자신에게 어떻게 접목시킬까를 2차로 논의해오기가 십상인데 이는 바람직한 협업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쪽이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때 “그것 참 좋다”며 무릎을 친 뒤 “기왕이면 당신이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자신의 사정을 늘어놓고 빠지려는 사람이 있다. 이는 아이디어를 자문한다는 미끼를 던지며 투자를 노리는 사람이다. 두 번째의 사람일수록 사양을 하면 “그토록 좋은 아이디어인데 왜 안하느냐”라며 “혹 아이디어가 그릇된 것은 아닌지 되묻고 내말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그것을 구현해보라”고 권유한다. 어느덧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담으로 예컨대, “임대가 안 나가서 고민 중인 건물주들로부터 어떤 업종을 하면 좋겠느냐”는 자문을 흔히 받는다. 이때 이러저러한 컨설팅을 해주면 그 아이디어 좋다고 감탄을 하며 “그런데 그 아이디어대로 하기는 안타깝게도 자기에게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으니 김선생이 직접 해보면 어떻겠느냐”며 “협조하는 의미에서 자신은 아주 조금만 임대료를 받겠다”고 말해온다. 즉 아이디어를 말한 사람이 그 아이디어를 직접 실행하고 구현해서 입증해보이라는 권유를 다시 받는다면 이는 상대방의 노림수에 휘말리는 것이다. 애초에 아이디어만 제공할지 아니면 아이디어는 입 밖에도 내지 말고 투자를 할 것인지를 결정해서 반드시 두가지중 한 가지만 실천해야 한다. 아이디어를 내고 또다시 그 아이디어에 따라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투자를 한다면 대부분의 이익은 상대방에게 돌아가게 되어있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나는 조금만 먹겠다’라는 상대방의 유도다. 이는 자기 계획대로 상대방을 한걸음 더 내딛도록 유혹하기 위한 접대성 멘트다. 우리가 사업을 하면서 경계를 해야 할 중요한 한 가지는 이쪽에게 누명을 씌우고 그 누명을 벗으려면 무엇을 입증해보라는 논리다. 그런 경우를 당한다면 그냥 누명을 뒤집어쓰는 것이 훨씬 낫고 이익이다.
위에서 거론한 아이디어 자문사례도 마찬가지다. 당신의 아이디어가 맞는다면 자신은 조금만 이득을 볼 테니 투자를 해보라고 한다. 조금만 이익을 먹겠다는 말에 혹하거나 좋은 아이디어라면 왜 투자를 못하느냐는 누명을 벗기 위해서 끌려들어가는 순간 100% 당하게 되는 것이다. 결코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를 증명하기 위해 다시 뛰어드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내 한계 규정하는 사람, 무관심으로 대해야

한편 자신의 결론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나에 대한 한계를 규정하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말투는 중립적이나 어떠한 일에 결코 나와 함께할 생각이 없으므로 설득을 할 필요가 없으며 결코 설득도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자신이 카페 프랜차이즈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가정을 해 보자. 호텔 인테리어 공사건이 발생했을 때 나를 생각해주는 친구라면 “카페 인테리어를 조금만 응용하면 호텔 인테리어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애초에 나를 그 일에서 배제하려는 사람이라면 “너는 카페 인테리어밖에 못하잖아?” 혹은 “안하잖아?”라며 내 업무의 범주를 스스로 규정해버린다. 이때는 “아니, 나도 할 수 있어”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봐야 거짓말 한다는 식으로 몰린다. 그렇다고 상대방 말이 맞다고 시인하면 그는 말한 목적이 달성되었으니 대단히 똑똑한 양 의기양양해진다. 이럴 때는 “난 그런 거 관심 없어”라며 한마디 툭 던지고 관심을 안 보이는 것이 낫다. 그러면 자신의 계산의 틀이 깨지므로 이쪽으로 끌려오게 마련이다.
 
사업은 때론 이성을 유혹하듯

사업한다는 것은 어떠한 면에서 여자를 유혹하는 것과도 같다. 혼자 있는 여자는 아무리 유혹해봐야 넘어오지 않는다. 혼자 있으면 경계심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두세 명이 있는 여자에게 접근해 자신이 점찍은 여자는 무심히 대하고 다른 여자와 즐겁게 대화를 하다가 막판쯤에 무심히 대했던 여자한테 애프터를 신청하면 자신이 무시 당했다고 생각했던 여자는 ‘종국의 승리는 자신의 것’이라며 주변에 대한 과시를 위해서라도 수락할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는 ‘조삼모사’라는 사자성어를 이야기하며 원숭이의 어리석음을 비웃는다. 아침먹이로 도토리 3알을 주고 저녁먹이로 도토리 4알을 준다면 원숭이들이 화를 내나, 그 선후를 바꿔서 준다면 원숭이들이 좋아한다는 고사다. 하지만 인간도 다를 바 없다. 같은 선물이라도 한꺼번에 주는 것보다 시간적 간격을 두고 조금씩 주면서 관계를 다지는 게 상대를 유혹하기 더 쉽다. 본능에 관한 한 사람과 원숭이는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이러한 점을 파악하는 것이 행동관상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