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사장으로 산다는 것
근면성실했던 부모님 세대
나의 어머니도 조그마한 공구점을 운영하셨다. 어머니는 1년 중 360일 가게 문을 여셨다. 나는 그런 어머니를 보며 쉬는 날에 좀 쉬시라고 왜 이렇게 가게 문을 여시냐고 자주 핀잔을 드리곤 했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것은 고객과의 약속이라고 말씀하셨다. 나의 어머니를 비롯한 우리 아버지세대들의 근면 성실함은 실로 대단하다 생각한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 만큼 전쟁직후의 가난한 대한민국에서 현재의 잘 사는 대한민국이 되는 데에는 이러한 근면 성실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외국에서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모습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근면성실함이다. 그러나 필자는 예전 우리나라의 근면 성실함이 조금은 약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경제 문제가 높은 ‘청년실업율’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해서 번호표를 가지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내 주변에 중소기업을 운영하시는 사장님 중에 어떤 분은 젊은 사람을 아예 뽑지 않는다는 분도 있다. 그 이유는 이직률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현재 청년들은 구직난으로 고생하고 중소기업은 구인난으로 고생하는 아이러니가 발생되고 있다.
모험보다 안정을 찾는 현세대
젊은 패기를 갖고 중소기업을 중견기업, 중견 기업을 대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생각보다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2017년 4월 8일에 실시된 9급 국가직 선발예정인원은 4910명인데 반해 접수 인원은 22만 8368명으로 경쟁률이 46.5:1에 달한다. 한 대통령후보는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무원을 추가로 선발한다는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공무원의 수를 늘리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 수많은 공무원들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줘야 한다. 그렇다고 세금을 창출해 내는 많은 국민들의 생활이 어려운데 세금을 더욱 올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에게 주 5일제와 대체공휴일을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법과 ‘공무원들은 금요일에 4시 퇴근’등 이 발의되고 조만간 통과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런 법은 공구점과 철물점을 운영하시는 사장님들에게는 먼 나라의 이야기다.
중소기업 사장님은 나빠요?
공구를 보면 가장 우수한 제품을 우리는 일본제품과 독일제품으로 본다. 공구를 제작하는 내가 보기에도 두 나라의 제품이 매우 우수하다. 독일과 일본은 진정한 강대국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두 나라의 중소기업이 매우 건실하기 때문이다. 독일은 ‘마이스터’라고 불리는 장인들이 칭송을 받고 일본 역시 100년이 넘는 가업을 잇고 있는 우수한 중소기업들이 많다. 이러한 모습들은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실상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은 듯 보인다. 오히려 중소기업을 운영한다면 받는 시선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예전 어느 개그프로에서 외국인 노동자 분장을 한 개그맨이 ‘사장님 나빠요’라는 유행어를 퍼뜨렸다. 대부분의 중소기업 사장들이 외국인 직원들을 괴롭히는 이미지가 되었다. 그리고 요즘 인터넷에서는 중소기업 사장을 직원들은 부려 먹고 사장 가족들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식의 표현이 많이 나타난다. 물론 그런 악덕 중소기업 사장들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람 자체가 나쁜 것이지 그 특정한 사람 가지고 직업 전체를 그렇게 평가해서는 안된다.
한국 경제의 허리는 중소기업
중소기업을 표현 할 때 ‘99.88’이라는 숫자가 자주 등장한다. 이 뜻은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에서 중소기업 비중은 99.9%고 한국 전체 종사자 수(1596만명)의 87.9%가 중소기업에서 일해서 99.88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렇듯 중소기업은 나라의 허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런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은 슈퍼맨이어야 한다. 회사에서 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사람을 관리해야 하는 인사, 회사의 제품의 돈이 남는지 않는지 판단할 수 있는 회계, 마케팅, 세무 등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모든 결정을 내릴 때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점이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정신으로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을 이끈 것은 몇몇 대기업의 오너가 아니다. 많은 국민들이 힘을 합해서 이뤄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 중소기업 사장들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드러나진 않지만 새벽부터 일어나 문을 열고 밤새 고민하고 맡은바 자기 일을 충실히 하는 중소기업 사장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말이 있다. 하나씩 하나씩 돌을 날라 산을 옮긴 우공의 신념이 어쩌면 중소기업 사장들의 모습이 아닐까. 대단한 학벌과 스펙, 엄청난 천재가 아니더라도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많은 경영자들이 바로 우공이산의 정신으로 기업을 이끌었다. 많은 어려움과 막중한 책임만 생각하지 말고 사장으로 산다는 것이 떳떳하고 보람찬 일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나 역시도 대한민국 중소기업 사장으로 산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하나씩 하나씩 돌을 나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