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기술 어디까지 왔나?
달리는 존재에서 생각하는 존재로
전통적으로 자동차는 힘과 속도를 상징한다. 자동차의 성능은 마력(horse power)과 토크로 평가됐다. ‘달리는 존재로서의 자동차’는 이제 근원적인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자동차는 얼마나 잘 달리느냐로 평가 받지 않고, 얼마나 똑똑한가로 평가 받을 시기가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똑똑한 차를 스마트카(Smart Car)라고 한다. 스마트해지는 자동차는 궁극엔 인간으로부터 운전대를 빼앗아갈 것이다. 스마트카가 아주 넓은 개념의 똑똑한 자동차를 통칭한다면, 인간으로부터 운전대를 완전히 빼앗을 궁극의 스마트함을 갖출 자동차는 무인자동차(Self-driving Car)다. 운전석 자리가 걷어지고 탑승자들은 서로 마주보게 된다. 자동차는 이동수단이라기보다는 스마트한 사무실로 진화할 수 있다. 인간은 운전에 빼앗긴 시간을 되찾고 이동하는 시간은 업무 효율 향상을 위해, 레저를 위해 활용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처럼 자동차가 완전히 운전대를 빼앗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교통법규, 자동차 관련된 인프라 등 산업 전반에 걸친 대수술이 이뤄져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전한 무인자동차가 도래하기 전단계의 자동차인 자율주행자동차(Autonomous Driving Car)가 현재로선 예상 가능한 미래 스마트카 시대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운전석에 여전히 운전자가 앉아 있지만 운전자의 선택에 의해서 자동차는 자율로 주행한다. 이러한 변화는 완벽하진 않지만 이미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 테슬라와 벤츠의 일부 양산 차량은 반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해 제한적인 상황에서 운전대를 놓아도 자동차가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운전을 한다.
스마트한 모바일 기기로 진화하는 자동차
이제 자동차는 내연기관이 아니라 스마트한 모바일 기기로 진화하고 있다. 2007년 아이폰 등장 이후 지난 10년간 핸드폰이 스마트한 모바일 기기의 주인장 역할을 담당했다면, 2017년 이후 스마트한 모바일 기기의 전쟁터는 핸드폰에서 자동차로 넘어오는 상황인 것이다.
똑똑해질 자동차는 길거리의 이미지 데이터, 다른 차들과의 거리, 자동차의 실시간 상태 등 무수히 많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산하고, 클라우드로 전송하게 될 것이다. 막대한 데이터를 연산해야 하는 자동차는 고성능 반도체를 다수 탑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로 거대한 사물인터넷으로서의 자동차는 IT기술의 전쟁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동차의 평가가 과거 내연기관의 힘인 마력(HP)으로 평가되었다면 이제 얼마나 똑똑한가(IQ)로 평가될 것이다. 그럼, 자동차의 스마트함은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 이제 시작이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겠지만, 인간 운전자의 인식하고 판단하고 행동을 취하는 일련의 과정을 떠올리고 이모든 과정을 인공지능이 대체한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인텔의 모빌아이 인수, 이유는?
인식에 해당하는 자동차의 눈 역할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기업인 이스라엘 기술기업 모빌아이는 얼마 전 인텔에 15조원에 인수되었다. 왜 반도체의 전설적 기업이 자율주행차량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막대한 자금을 들여서 인수했을까 의아해하는 시각도 많았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 이후를 리드할 가장 중요한 모바일 기기로 자율주행차를 인식한다면 인텔의 행보를 이해할 수 있다. 모빌아이가 보유한 기술이 자율주행차 시대의 핵심적인 길목기술일 가능성이 높고 자율주행차를 빼놓고 미래의 사물인터넷 확산을 이야기 할 수 없다면 인텔은 자신들의 반도체를 미래적 제품에 성공적으로 장착하기 위해서도 모빌아이의 인수를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2016년 인텔과 모빌아이, 그리고 BMW 세 회사는 전략적 협력을 통해 2020년까지 완전자율주행차량을 선보이겠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하만(Harman, 미국의 세계최대 자동차 전장그룹) 인수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 음향기기로 시작한 하만은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산업의 리딩기업이다. 자동차가 모바일 기기로 거듭나는 전환기라면 세계 모바일 기기 분야의 리딩기업인 삼성전자는 숙명적으로 자동차산업에 침투해야 하는 것이다.
우버의 자율주행트럭은 꿈이 아닌 현실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과감한 행보는 반도체, 전자 기업뿐 아니다. 차량공유업체인 우버도 자율주행트럭 기술업체 오토(Otto)를 약 8천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오토는 맥주병을 가득 실은 대형 트럭을 수백km 완전 자율주행모드로 달려 물류창고로 도착하는 시범운행을 성공했다. 미국 근로자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직업인 장거리 트럭운전사의 일자리가 단번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 말기에 백악관에서 발간된 인공지능 리포트에서도 미국에서 트럭운전기사는 2~3년내 사라질 가능성 가장 높은 직업군으로 꼽기도 했다.
트럭운전 기사 분들의 직업 안정성에는 분명 재앙 같은 소식일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은 절대 퇴보하지 않으므로 결국엔 트럭운전은 기계에게 넘겨질 운명에 처해있다. 자율주행 트럭은 고속도로 교통사고 발생건수 감소와 물류의 효율화에 기여할 것이다.
자율주행차 시대는 이제 막 개화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한다. 시대의 흐름을 민감하게 읽고 대비하는 국가, 기업이 미래의 부가가치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