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하면 성격 보인다
경청하는 사람은 상대 존중하는 덕망가
여럿이 모여서 대화를 나눌 때 타인의 말을 묵묵히 경청하는 사람은 최고의 덕망가이자 내실 있는 실력자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러한 사람은 내가 가까이 할수록 이익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말을 끝까지 듣지를 못하고 중간에 가로막거나 방해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유형 가운데에서도 사람의 됨됨이를 살펴볼 수가 있다. 내가 말을 시작하는데 내말을 이어서 말하며 자신의 말로 내말을 가로막는 사람은 조금은 얄밉지만 실은 나를 존중하는 사람이다.
“지난주에 설악산에 다녀왔는데…(나는 속으로 아름다운 설경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나 불쑥 상대방이 말한다.
“캬 설악산 입구 OO식당 가봤어? 설악산에서 수확한 산채나물로 비빔밥을 해주는데 정말 죽이더라. 그리고 주인여자가 얼마나 미인인지 어쩌고 저쩌고…”
내가 말하려던 내용과는 설악산만 공통점일 뿐 엉뚱한 데로 끝도 없이 흘러간다. 결국 나는 의도했던 본연의 말을 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분명 나를 존중하는 사람이다. 그보다 못한 자는 내말을 가로막고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이다.
“아 설악산은 그렇다 치고, 지난번 영식이를 만났는데 어쩌고 저쩌고…”
이처럼 말의 연속성이 없이 내말을 가로막는 이런 사람은 일단은 나를 가벼이 보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양반이다. 여럿 앞에서 내가 이야기를 하는데 바로 자기 옆사람이나 앞사람을 시선으로 붙잡고 전혀 뚱딴지같은 말을 자기들끼리 시도하는 사람이다. 내말을 이어받거나 끊는 것이 아니라 아예 못 들은 척 하고 새로운 대화의 장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는 나를 무시하거나 내게 적대적인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한편 다른 대화의 장을 만든 사람의 상대가 응하지 않고 다시 나를 주시할 때, 자신도 말을 멈추고 내 대화로 들어오는 사람은 화해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대화상대로 선택한 사람이 나의 대화로 귀를 기울여도 또다시 옆사람 또다시 앞사람으로 시선을 던지며 계속 자기 말을 이어가는 사람이 있다. 이는 듣는 사람도 말을 토막토막으로 들어서 당췌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다. 이러한 사람이라면 굳이 화해를 시도할 필요가 없다. 이쪽에서 화해를 시도해도 자신에게 빌러왔다고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또 다른 대화의 장을 마련하려는 사람은 사회적으로도 직업이나 인품이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관심·인정 바라는 사람, 칭찬·유혹에 약해
여럿이 모였을 때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직접 못하고 자신에게 친한 사람에게 말하면서 나는 귀동냥으로 알게 하는 사람이 있다. 예컨대 내가 인테리어 업자인줄 뻔히 알면서도 나에게 못 묻고 내가 들리도록 옆사람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번에 우리집 리모델링 하려는데 돈이 얼마나 들까?”
이는 일종의 퍼포먼스인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내가 그 말을 듣고 자신에게 말을 붙여주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이는 평소에 나름대로 자존심은 있으나 주변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즉 자신이 보석이라고 착각하고 이를 타인이 먼저 알아봐달라는 심정인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아부나 유혹에 대단히 약하다.
이러한 사람에게 직업을 빗대어 “이런 일을 하실 분이 아니실 것 같은데”라거나 혹은 사는 지역을 빗대어 “서울 강남에 사셔야 어울리실 분 같은데”라고 말해보라. 갑자기 사람 볼 줄 안다며 10년 지기가 되어 있는 속, 없는 속 다 내보이며 혹하고 넘어온다. 나와 대화를 할 때 내 말에 이견이 있는 사람이 나를 반대할 때가 있다. 예컨대 내가 “이 동네 아파트 가격이 더 이상 오르는 것은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치자. 이 말에 반대의 의견을 갖고 앞으로도 계속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하지만’이라고 말을 시작하면 이 사람은 설득의 가능성이 거의 없고 나와 대립각을 이를 공산이 크다. 반면 ‘그래도’라고 말을 시작하는 사람은 대부분 나에게 설득을 당하고 동조해 주기가 십상이다.
“하지만 이 동네에 학교도 들어서고 대형마트도 들어올 예정인데요?”(설득불가)
“그래도 이 동네에 학교도 들어서고 대형마트도 들어올 예정인데요?”(설득가능)
이처럼 말투나 조사나 말하는 자세만 유심히 살펴보아도 충분히 상대방을 읽을 수가 있는 것이다.
사투리 강한 사람은 정 두터운 독불장군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인데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이 보이는 방언의 유형은 3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자기 출신지 지역 본고장의 말투를 완전 서울말로 바꾸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은 늘 주의를 의식하고 남의 눈치를 살피며 머리가 영리하고 기민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 반면 강한 협박에는 즉시 굴복한다.
둘째로는 자기 본고장의 말과 서울말이 적당히 믹스되어 중화된 말투를 갖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은 환경 친화적이며 인품이 원만하나 때로는 기회주의자적인 사람도 간혹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서울에 와서 살면서 오히려 자기 고향에 살 때보다 사투리가 더 강해지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사람은 독불장군 식 성격으로 의리를 중시하고 ‘내가 왜, 어때서?’ 라는 의식이 강하다. 배짱과 깡이 센 편이나 주변에서 고립되어 고독한 사람이 많다. 하지만 한번 친해지면 정말 정이 두텁고 끈기가 강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