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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공구인칼럼] 흙수저 2세 경영인의 100년 기업 꿈


흙수저 2세 경영인의 100년 기업 꿈



사업 창업… 만만하게 보지마라

이번 정부에서 청년실업의 해결 방안의 하나로 창업을 홍보하는 모습을 봤을 때 제조업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경영인의 입장에서 나는 많은 걱정을 했다. 물론 페이스북이나 구글, 다음카카오, 네이버 등 창업을 통해 IT로 큰 성공을 거둔 기업도 있다. 하지만 2000년도 초반 많은 우수한 젊은이들이 IT 창업을 하였다가 IT버블 이후 몰락하는 것을 보았다. 그렇기에 청년실업의 해결책이 꼭 창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런 경험 없이 정부의 투자금을 받아 본인만 확실하다는 제품을 가지고 창업을 시작할 때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 창업. 즉, 경영은 제품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사, 마케팅, 재무, 회계 등 많은 부분을 함께 동반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창업을 할 때 성공만 생각하지 실패에 대한 위험 관리는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분명한 사실은 창업을 했다가 시장에서 반응이 좋지 않을 때 따르는 막대한 피해는 창업자 본인이 스스로 책임지게 된다.
 
금수저? 나는 흙수저 경영인  

필자는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까지 이렇게 3대째 망치를 생산하고 판매하고 있는 3세 경영인이다. 나는 부모님이 사업을 하시면서 느끼셨던 희로애락을 어렸을 때부터 간접적으로 경험을 하며 자랐다. 과감한 투자를 하실 때도 봤고 월급날 돈이 없어 쩔쩔매시는 모습도 보고 자랐다. 이러한 간접적인 경험은 책에서 볼 수 없었던 2세, 3세 경영인이 배울 수 있었던 살아있는 교육이다. 주위 친구들은 부모님이 하시던 사업을 이어하는 것이 마치 금수저를 물려 받은 것처럼 평가하며 엄청 편하게 사업을 한다고 나에게 말하곤 한다. 세상이 그렇게 바라보듯 친구들도 그렇게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시선일지도 모른다. 3세 경영을 하면서 사람들이 나를 향해 보는 편견을 깨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회사가 어려울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부모님이 다 만들어 놓은 시장에 좋은 제품도 있는 데 무엇을 걱정하느냐다. 반면 회사가 잘 될 때는 부모님이 다 해놓으신 것이니 마치 내가 아무런 고충이나 어려움이 없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2세 경영인들이 가진 고충과 성공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 속과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금수저가 아니라 누구도 가지고 싶어하지 않는 흙수저인 경우도 있다.
 
가업 어려워지자 불가마 앞으로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을 때 나는 하얀 셔츠를 입고 서류 가방을 들고 출근하는 나의 미래를 상상했다. 하지만 그 즈음 영창단조공업 공장에 큰 산사태가 발생하여 엄청난 재산 피해액이 발생하였고 회사는 적자가 누적되고 있었다. 부모님께서는 더 이상 회사 경영이 어려워 고민하고 계셨다. 나는 그것을 모른 척 할 수 없어 구원투수 격으로 회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남들은 0에서 시작했다지만 그 때의 상황을 돌이켜 보면 나는 마이너스에서 시작한 것 같다. 직원들은 직원들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경영인의 아들이 낙하산처럼 회사에 왔다고 생각하고 나의 지시나 생각을 따르려 하지 않았다. 또한 대학교 때 전자공학을 전공해 경영에는 전혀 지식이 없는 상황이라 낮에는 현장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는 대학원을 다니면서 경영공부를 해야 했다. 영창망치를 만드는 생산현장은 위험하기도 하고 고된 일이다. 대학시절 노트와 펜을 쥐던 내 손은 건설현장 일꾼처럼 거칠어지고 불가마를 가까이 하다보니 피부도 검어졌다. 그러나 하나하나 현장에서 기술을 배우고 이론적인 경영 공부도 병행했다. 그러자 회사는 점차 체계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었고 제품에 대한 기술의 습득도 다른 직원들보다 빠르게 되었다. 그렇게 되니 직원들도 서서히 나를 인정해주고 새로운 직원들로 교체가 되면서 회사가 안정되어 갈 수 있었다. 지금도 내 손은 거칠다. 모든 중소기업 사장님이 그렇지만 현장 일손이 밀리면 내가 직접 현장 생산라인을 돌려야 한다. 일부 금수저의 행태만 보고 모든 경영2세가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리고 이런 2세 경영인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흙수저 2세들, 장인정신이 경쟁력

내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거래처를 가면 아버지 또래 분들만 계셨는데 지금은 다른 업체에서도 점차 2세 경영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영화나 뉴스에 나오는 ‘금수저, 안하무인’의 2세 경영인이 아니라 부모님이 일궈 놓으신 사업을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해 더 큰 책임감과 노력을 쏟으며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들이다. 많은 2세 경영인들이 부모님과 마찰이 있는 것으로 안다. 아버지는 개울가에 던져 놓은 아이처럼 다 큰 자식을 불안해하고 자식은 아버지가 세상의 변화를 못 읽고 계신다고 또 자식을 믿지 못한다고 불만을 갖는다. 하지만 경험을 비추어 볼 때 그런 트러블은 회사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사업체가 빨리 안정되기 위해서는 부모님은 자식을 믿고 자식은 부모님의 말씀을 진심으로 귀담아들어야 한다. 몇몇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소기업 및 유통업체의 2세 경영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배우는 것이 책임감이다. 그 회사를 가업으로 또 자식에게 물려주겠다는 책임감이 회사를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독일에는 100년을 넘어 300년 넘는 공구업체들이 있다. 제품을 보면 확실히 모양을 따라한 중국산과 차이가 느껴진다. 우리는 그것을 장인 정신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기술력과 노하우가 독일이나 일본을 강대국으로 만드는 초석이라 생각한다. 금수저를 쥐고 태어난 팔자 좋은 2세 경영인이 아닌 흙수저 2세 경영인이 장인정신을 가진다면 그 회사는 반드시 100년 넘는 장수기업이 될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의 2세 경영인들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