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대 ‘망치’의 자세
다양한 망치로 위기 극복
나는 태어나는 그날부터 지금까지 망치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할아버지가 세우신 ‘영창단조공업’을 손자인 내가 이끌고 있어서다. 우리 집안 3대가 망치를 만들면서 주위사람들에게 듣는 이야기가 있다. 망치는 하나를 사면 평생 사용하는데 망치를 만들어 팔아서 살아 갈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이러한 생각은 보통 망치라는 것을 장도리로만 알고 있다는 뜻이다. 망치 생산을 3대째 해오면서 우리 기업은 다양한 망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망치도 저마다 그 특성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이처럼 다양한 망치를 보면 그 속에서 각종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
중국과 일본 사이 샌드위치, 한국
우리나라 경제는 위기 때 마다 샌드위치에 비유되곤 한다. 일본의 기술력과 중국의 가격경쟁력 사이에 우리나라 제품들이 많이 힘겨워 하기 때문이다.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소 분야는 이러한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이런 샌드위치 상황은 3대째 망치를 생산하는 영창단조공업이 오래전부터 느끼고 극복해온 상황이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일본 망치와 저렴한 가격의 중국망치들의 위협 속에서 시장점유율을 지키는 비결. 우리나라의 모든 제품들이 가진 숙제지만 우리도 저품질 중국제품과 고가격 선진국제품 사이에서 우리는 나름대로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했다.
호랑이에게 먹히지 않는 비결 3가지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속담이 있다. 현재 경제상황은 호랑이 굴에 비유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위기라는 호랑이에게 잡혀 먹히지 않으려면 아이디어, 기술, 품질 등 원칙을 지키면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 경쟁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다양한 제품군을 통한 고객만족 극대화
영창의 제품 종류는 50가지가 넘는다. 보통 망치하면 못을 박거나 빼는 장도리만 생각한다. 하지만 일명 빠루망치라 불리는 장도리도 망치 머리의 크기에 따라서 달라진다. 보통 사용자의 사용 특성에 따른 특대, 대, 중, 소로 나뉘며 그 종류도 다양하다. 예전처럼 한 품목을 대량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다양한 소비자의 만족도를 극대화 했다. 영창단조공업이 2016년도에 개발된 신제품 수는 10가지가 넘는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고객만족을 극대화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기업의 경쟁력을 올리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둘째. 디자인이 경쟁력이다.
망치는 튼튼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시장에서 뒤쳐진다. 공급과잉의 시대에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도 있다. 이런 속담을 통해서 옛 선조들도 디자인을 강조했음을 알 수 있다. 명품가방의 가격은 몇 백만원 정도 한다. 하지만 시장에 있는 가방의 가격은 몇 만원만 지불해도 살 수 있다. 같은 재료를 사용해서 만들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명품 가방의 가격은 물론 거품이 있다하더라도 그 수요가 많다. 이렇게 가격 차이가 나는 이유가 바로 디자인 때문이다. 그렇기에 망치를 만드는데도 산학협력사업을 통해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였다. 단순히 제품의 시각적디자인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헤드와 자루의 연결, 그립감을 고려한 사용자 편의를 고려한 디자인 등을 개발하기 위해 특별히 산업디자인학과와 산합협력을 맺었다. 좋은 망치를 개발하기 위해 200개 넘는 손잡이를 분석하였고 색깔까지도 다양하게 조사했다.
셋째. 경영마인드가 제일 중요하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사업을 하면 그 회사는 결국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영창단조공업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평소 생각하는 경영 목표는 다음과 같다. 1. SMART Working 2. Cost/Benefit 3. WinWin이다. 이러한 목표는 홍익인간과 같은 뜻이다. 사용자가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을 만들면 고객들은 그 제품을 찾는다. 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결국 나에게 이익으로 돌아온다고 확신한다.
위기는 기회, 우리는 이겨 낼 것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이 IMF때와 유사하다는 소식을 많이 접하고 있다. 20대 후반부터 망치제조업을 해온 나도 많은 어려움을 체감 한다. 이런 문제는 영창단조공업만의 어려움이 아니라 우리나라 제조업체 모두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상황이 심각하다. 그러나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호황은 좋지만 불황은 더욱 좋다는 말을 했었다. 원래 위기라는 말은 위험과 기회를 합쳐서 ‘위기’라고도 한다. 그 말은 이런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넘어 간다면 그 위기가 새로운 도약을 해 나가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광화문의 촛불을 보며 우리나라 국민의 결집력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느꼈다. 어떤 사람은 시위로 인한 혼란이 크다고 걱정하지만 나는 이런 혼란도 결국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성장통이자 우리나라에 필요한 좋은 약이라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우리 공구인도 이런 경제위기를 기회삼아 한 발 한 발 더욱 전진해 나갈 것을 믿는다.
글_이건우 영창단조공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