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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곽숙철의 혁신이야기] 경영의 6가지 불치병


경영의 6가지 불치병


첫 번째 불치병 : 경영자의 독단
 
내 병은 내가 안다고 하면서 주관적인 판단만 중시하고 의사의 진료 결과를 따르지 않는 환자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모든 일을 자신이 결정하려고 하는 독단적인 경영자가 있는 기업은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 《한비자(韓非子)》에 이런 말이 나온다.
“현명한 군주의 길이란 지혜 있는 자로 하여금 생각을 모두 다 짜내게 하여 그것을 근거로 일을 결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군주로서의 지혜가 막다른 데 이르지 않는다. 그리고 슬기로운 자로 하여금 그 재능을 스스로 알리게 하여 군주가 그것을 근거로 일을 맡기므로 군주로서의 능력이 막다른 데 이르지 않는다.”
군주가 지혜를 쓰면 쓸수록 다른 사람의 지혜를 빌릴 수 없으며, 오히려 자기 지혜를 버림으로써 더 지혜로워질 수 있고, 자기가 능력을 발휘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성공적으로 혁신을 이루고 탁월한 경영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조직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잠재능력을 활용해야 하며, 그것도 뛰어난 리더 한 사람이나 몇몇 우수한 인재의 능력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의 능력을 활용해야 한다. 한 사람의 머리는 한계가 있으며 아무리 우수한 인재라 하더라도 여러 사람의 지혜를 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불치병 : 성과만 중시하고 직원을 중시하지 않는 경영
 
몸은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돈과 명예를 중시하여 몸을 가벼이 부린다면 결국 몸을 망쳐 돈과 명예도 잃게 된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모든 성과는 직원에게서 나온다. 황금알을 단번에 몽땅 꺼내려다 거위를 죽여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이솝 우화> 속의 어리석은 농부처럼, 기업도 직원을 잘 돌보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 없다.
다음은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창립자이자 초대 CEO였던 허브 켈러허 회장의 말이다.
“내가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이다. 그러한 무형의 자산은 다른 경쟁업체들이 도저히 모방할 수 없는 경쟁력이다. 우리의 경쟁업체들이 우리의 비행기를 모방할 수 있다. 그리고 티켓카운터와 같은 하드웨어는 얼마든지 모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직원들을 복제해갈 수는 없다.”
직원을 중시하지 않는 기업은 머지않아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지식정보사회를 넘어 창조사회로 나아가는 지금, 갈수록 사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불치병 : 과도한 욕심에 근거한 무분별한 사업 확장
 
옷은 추위를 견딜 만하면 적당하고 음식은 배고픔을 채울 만하면 적당한 것인데 지나치게 이를 탐하면 병이 나듯이 기업도 욕심에 눈이 멀어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다가는 망하게 된다. 경영자들은 끝없는 성장을 추구한다. 달리던 자전거가 멈추는 순간 넘어지듯이 기업도 성장을 멈추는 순간 쓰러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이적인 속도로 성장을 하는 기업을 부러워하며 너나없이 성장의 페달을 더욱 세게 밟는다. 물론 성장은 필요하다. 그러나 너무 빠른 성장은 조직문화를 해치며 이는 결국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조직문화는 한마디로 사람에 관한 일이다. 그리고 그 토대가 채용 프로세스다. 이는 곧 자신의 조직문화에 맞는 직원을 선발하는 것이 조직문화를 유지하는 핵심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기업이 지나치게 빠르게 성장하다 보면 이 프로세스에 문제가 생긴다. 캐피털 원(Capital One)의 CEO인 리처드 페어뱅크가 “대부분의 기업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 중 2%를 채용하는 데 사용하고, 75%를 채용 실수를 관리하는 데 소모한다”고 한 것처럼 말이다. 지나치게 빠른 성장을 추구하다 좌초한 STX 그룹은 더 말할 나위가 없고, 지금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엄청난 사회적 갈등 또한 그동안 우리가 너무 빠르게 성장한 탓이라고 봐야 한다. 성장은 필요하지만 역량 이상의 빠른 성장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네 번째 불치병 : 커뮤니케이션의 단절
 
커뮤니케이션은 조직의 혈맥과 같다. 오장의 기가 안정되지 않으면 혈맥의 소통이 단절되고 혈맥의 소통이 좋지 못하면 온몸이 마비되는 것처럼,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은 조직은 마비된 신체처럼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죽은 조직이다. 인간이 동물과 구분되는 이유는 인간이 더 현명하고 더 고상하고 더 선량하기 때문이 아니라 언어라는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라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인간은 언어를 이용해 서로 지식과 정보, 감정을 교류하면서 문명을 발전시키고 꿈을 현실로 바꿔나간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되려면 명확한 목표와 전략을 설정하고 이를 조직구성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공유함으로써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 경영자는 바로 이 일을 하는 사람이다. 목표와 전략이 아무리 명확하더라도 조직구성원에게 공유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과 지식, 노하우 자체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서로 나누고 새로이 창출하는 과정, 즉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형성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섯 번째 불치병 : 실행력 부족
 
어떤 명약을 쓰더라도 그 약을 받아들일만한 기본 체력이 없으면 치료가 되지 않듯이, 실행력이 부족한 조직에는 어떤 전략도 효과가 없다. 기업의 실패 원인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그 기업의 전략을 문제 삼는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전략 자체가 문제인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기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략의 문제이기보다는 실행력의 문제이다. 물론 기업 특유의 전략을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설령 독특한 전략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독점하기는 어렵다. 전략은 그것이 실행되기 전까지는 비밀이지만 실행되는 순간부터 바로 노출되어 얼마 가지 않아 모든 경쟁자들이 같은 무기를 들고 싸우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그 기업의 고유한 능력, 즉 실행력이야말로 진정한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실행은 전략을 행동 프로그램으로 바꾸는 일이며 성공의 절대적인 요소다. 일이 되게 하고, 제대로 되게 하고, 다른 기업보다 잘 되게 하는 것이 미래의 비전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여섯 번째 불치병: 무분별하게 남의 방식을 따라하는 경영
 
그럴듯한 무당의 말에 현혹되어 의사의 처방을 믿지 못하는 환자처럼 무분별한 벤치마킹과 컨설팅을 선호하는 경영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다른 기업의 베스트 프랙티스(최고의 경영성과를 창출해 낸 운영방식)를 벤치마킹하여 성공한 기업이 있는 반면, 벤치마킹에 성공하지 못하는 기업이 더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많은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남의 방식을 따라하거나, 성공 체험을 갖기도 전에 또 다른 베스트 프랙티스를 유행처럼 도입하기 때문이다. 경영자들이 벤치마킹을 선호하는 이유는 사업영역이 비슷한 타사가 먼저 경험한 것을 참고하면 위험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참고하는 수준을 넘어 의사결정의 중요한 판단 수준으로 벤치마킹을 해서는 안 된다. 벤치마킹의 결과를 가지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우리 회사와 타사가 고객, 제품, 인력 등의 경영구조가 동일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벤치마킹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베스트 프랙티스의 결과뿐 아니라 그러한 결과를 창출하기까지의 과정을 잘 살피고, 그것을 자사의 현실에 맞게 적절히 가공하여 적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신의(神醫)로 추앙받던 편작(扁鵲)은 6가지 불치병 가운데 한 가지만 있어도 병이 중하게 되어 치료가 어렵다고 했다. 혹시 여러분의 조직도 이러한 불치병에 걸린 것은 아닌지 이번 기회에 한번 진단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