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이 힘이다
성공은 실천의 차이
사이먼 앤 가펑클의 멤버였던 폴 사이먼은 아프리카 토속음악을 주제로 새로운 음반을 낸 적이 있다. 유명한 음악가가 새 앨범을 냈으니 방송에서 주요 이슈로 다루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생방송 도중 평소 사이먼을 좋게 생각하지 않던 앵커가 아프리카 토속음악을 주제로 음반을 만드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비꼬는 투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사이먼은 이렇게 말했다.
“당연히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정작 실행에 옮긴 사람은 저 하나뿐입니다.”
성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실행’에 있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성공의 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이 성공의 길을 얼마나 열심히 걸어가느냐 하는 것이다. 결국 성공이란 앎의 문제가 아니라 실행의 문제인 것이다. 성공하는 기업과 성공하지 못하는 기업의 차이도 역시 실행에 있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기업의 성공의 길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문제는 조직구성원들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헌신하느냐 하는 것이다. 기업의 성공 또한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실행의 문제라는 말이다. 이에 관해 톰 피터스와 로버트 워터먼은 그들의 저서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서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초우량 기업들은 다른 평범한 기업들에 비해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있어 매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는 것을 실행하는 그 작은 차이가 엄청난 성과의 차이를 가져온 것이다.”
문제는 실행력
기업의 실패 원인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그 기업의 전략을 문제 삼는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전략 자체가 문제인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기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략의 문제이기보다는 실행의 문제다. 대부분의 경우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은 조직이 그 결과를 이끌어 낼 실행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 특유의 전략을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설령 독특한 전략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독점하기는 어렵다. 전략은 그것이 실행되기 전까지는 비밀이지만 실행되는 순간부터 바로 노출되어 얼마 가지 않아 모든 경쟁자들이 같은 무기를 들고 싸우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그 기업의 고유한 능력, 즉 실행력이야말로 진정한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실행은 전략을 행동 프로그램으로 바꾸는 일이며 성공의 절대적인 요소다. 일이 되게 하고, 제대로 되게 하고, 다른 기업보다 잘 되게 하는 것이 미래의 비전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일찍이 실행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철저하게 경영에 반영한 GE의 전임 회장 잭 웰치는 이렇게 말한다.
“현실에서 통하는 전략이란 사실 매우 단순 명료한 것이다. 전략은 너무 복잡하게 만들면 안 된다. 전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데이터와 세세한 사항들을 파고들수록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 점점 더 알 수 없게 될 뿐이다. 그것은 전략이 아니다. 그저 고통일 뿐이다. 승리하고 싶다면 전략에 관해 더 적게 생각하고 더 많이 행동해야 한다.”
그렇다면 실행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실행력이 하나의 습관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실행력은 습관적인 능력들의 집합이다. 그것은 마치 운동선수가 꾸준한 훈련을 통해 근력을 키우고 기술을 몸에 익히는 것과 같다. 즉, 실행력은 실행, 그것도 반복적인 실행을 통해서만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일을 미루지 않고 즉시 실행하는 습관, 목표한 성과가 나올 때까지 끈질기게 실행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실행력이 높은 조직의 특징이기도 하다.
즉시 행동하라
성과가 떨어지는 기업일수록 실행보다 검토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런 기업들은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곧장 해결을 위한 행동에 뛰어들지 않고 어떤 방법이 좋은지, 이 방법이 정말 완벽한 해결책인지 검토하고, 또 검토한다. 그리고 이도 미덥지 않아 외부의 전문가를 불러 또다시 검토를 시킨다. 기업의 이러한 ‘검토 문화’에 대해 사업가이자 미국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한 경력이 있는 로스 페로는 그가 이사회 멤버로 있었던 GM의 사례를 들어 이렇게 꼬집었다.
“EDS 직원들은 회사 안에 방울뱀이 들어오면 보는 즉시 죽여 버린다. 그러나 GM에서는 방울뱀이 나타나면 우선 방울뱀 대책위원회를 구성한다, 그러고 나서 뱀에 대해서 많이 아는 컨설턴트를 초빙한다. 그 후 이 문제를 놓고 1년 내내 왈가왈부 이야기만 하다가 마지막으로 동물원을 세우기로 결정한다.”
반면 성공한 기업들은 실행의 스피드가 매우 빠른 게 특징이다. 그 대표적인 기업이 도요타다. 도요타는 우선 해보고 부족한 점을 개선한다. 돌다리를 두들겨 보고 건너는 것이 아니라 건너는 동시에 두들기면서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가령 무거워 쉽게 옮기지 못하는 설비라도 이동할 필요가 생기면 도요타는 그 날 밤에 바로 이동시킨다. 반면 많은 기업의 경우 명절 휴무나 휴가철에 이동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한 검토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아무리 이동하기 전에 충분히 검토를 했더라도 이동시켜보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요타는 일단 옮겨놓고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결국 도요타는 다른 기업들이 수개월이 걸려 하는 일을 며칠 만에 끝내는 것이다.
비즈니스의 성공은 얼마나 예측을 잘해 내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맞닥뜨리는 변화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아는 것을 재빨리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능력, 이것이 궁극적인 경쟁력이다.
끈질겨야 승리한다
아프리카에 있는 한 부족에서는 극심한 가뭄일 때 기우제를 올린다. 그러면 반드시 비가 온다고 한다. 왜 그럴까? 유독 그들에게만 영험한 레인메이커가 있어서일까?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가 내릴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기우제를 올리기 때문이다.
리더들은 늘 훌륭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려는 의지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많은 리더들이 공들여 세운 전략을 완성하여 원하는 결과를 얻기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끈질기게 실행하는 데 집중하지 못한다. 오늘날 조직의 리더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잘 다듬어진 전략의 부재가 아니라, 그런 전략을 끝까지 밀고 나갈 굳건한 실행력의 부재에 있다. 현대의 비즈니스 게임은 새로운 전략을 창출하는 일이 아니라 현재의 전략을 꾸준히 고수하고 매달리는 데서 승패가 판가름 난다. 이 게임에서 승리하는 불변의 법칙이 바로 ‘끈기’다.
눈에 띄도록 높은 성과를 내는 조직은 전략 그 자체의 품질은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 현재의 전략에 집중하고 끈기 있게 실행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남들이 다 알고 있는 전략이라도 이에 집중하고 끈질기게 실행하면 훌륭한 전략을 최소한의 노력으로 대충 실행하는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난 성과를 거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조직이든 개인이든 가장 핵심적인 성공의 조건은 한 가지 계획을 전심전력을 다해 실행하는 것이다. 현재 여러분의 조직 앞에 놓인 가장 큰 도전거리는 새로운 계획을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계획을 고수하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일이다. 우리 속담에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이 있다. 옳은 말이다. 무엇이든 많이 알아야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아는 것만으로는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알기만 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이 속담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실행하는 것이 힘’이다.
글 · 곽숙철
경영혁신 전문가. 강의 및 기고, 자문 활동을 하고 있으며 CnE 혁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그레이트 피플>, , <경영 2.0 이야기에서 답을 찾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