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곽숙철의 혁신이야기] 새해계획, 매년 실패하는 이유는?
새해계획, 매년 실패하는 이유는?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저마다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올해에는 그동안 이루지 못한 것을 기필코 이루겠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연말까지 계획대로 실행하는 일이 얼마나 될까? 통계에 의하면 새해 결심의 60%가 실패하며, 실패의 대부분은 잘못된목표 설정에 기인한다고 한다. 이 같은 현상은 조직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
약속시간 나갈 때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 걸리는 당신
심리학자 로저 뷸러(Roger Buehler)와 그의 동료들은 학위논문 제출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언제 논문을 마칠 수 있는지 최선의 경우와 최악의 경우를 예측해보라고 했다. 최선의 경우라면 평균 24.7일이 걸릴 것이며,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안 좋은 일이 생기는 최악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48.6일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평균은 55.5일이 걸렸다. 자신들이 예상한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일주일이 더 걸린 것이다.
여행을 가거나 약속시간에 나갈 때 대부분의 경우 예상보다 실제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예상할 때는 대개 실제 상황을 감안하기보다는 최적의 상황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이렇듯 계획이나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현상을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라고 한다.
이렇게 계획오류가 생기는 이유는 첫째, 겉으로 어떻게 이야기 하는가를 떠나서 속으로는 자신의 능력보다 자신을 더 능력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둘째, 비현실적일 만큼 최적상황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셋째,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대충대충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넷째, 불안과 욕심 때문이다. 결국 계획한 대로 일이 되지 않는 것은 엄밀하게 말해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반복적인 착각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계획 오류는 사람인 이상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 문제는 계획 오류 그 자체가 아니라 이에 대한 반응이다. 학습능력이 있는 사람은 계획 오류를 경험했을 때 이를 자기이해의 계기로 삼고 자신에 맞게 계획을 수정해서 다시 시도한다. 하지만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자기비난에 빠지거나 우발적인 요인으로 돌리거나 더 큰 결심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함으로써 반복적인 계획 오류를 범한다.
성과 높이려면 온힘으로 겨우 닿는 목표 잡아야
성과를 높이려면 목표를 높게 설정해야 한다. 높은 목표는 사람의 마음을 열정으로 불타게 만든다. 사람은 본래 자신이 맞닥뜨리거나 만들어낸 도전적인 과제를 정복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본 교세라(Kyosera)의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회사라는 조직은 낮은 목표를 세우면 낮은 결과밖에 얻지 못한다.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높은 목표를 세워야 한다. 위대한 사업이라는 것은 높은 목표를 갖고서도 하루하루를 전력투구해야만 이루어지는 것이다. 높은 목표를 향해 노력을 거듭한 결과가 지금의 글로벌 기업 교세라를 만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목표를 무작정 높게 설정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달성하기 어려울 만큼 목표가 지나치게 높으면 마치 이솝 우화에 나오는 높이 달린 포도를 따려다 실패한 여우처럼 "저 포도는 신 포도일 거야"라며 자기합리화를 하거나 포기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느 수준의 목표가 적절한 것일까? 여기에 가장 적합한 개념이 '스트레치 골(Stretch Goal)'이다.
스트레치 골은 'stretch'라는 단어가 의미하듯이 '온힘을 다해 손을 뻗어 겨우 잡을 수 있을 정도의 도전적인 목표'를 뜻한다. 다시 말하자면 쉽지는 않지만 한번 도전해볼 만한, 기존의 사고방식이 아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발상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목표다.
스트레치 골이 설정되면 구성원들은 기존에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방안을 모색하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게 된다. 그리고 조직 내에 성공 체험이 쌓이면서 구성원들은 성취감을 느끼고 높은 목표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다. 이른바 도전적인 조직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도전적인 문화는 구성원들로 하여금 점점 더 높은 목표에 도전하게 만든다.
물론 이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는 구성원들의 저항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다. 스트레치 골이 제시되면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매우 당황해하며 불가능한 목표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렇듯 구성원들의 의지가 없이는 스트레치 골의 달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는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가지고 스트레치 골을 추진하되,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왜 반드시 이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지 설득하며, 목표 달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믿음을 줌으로써 구성원들의 추진 의욕을 높여야 한다.
계획보다 일단 저지르며 조율하라
1990년대 초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인 캐슬린 아이젠하르트(Kathleen M. Eisenhardt)와 베넘 타브리치(Behnam N. Tabrizi)는 연간 매출액이 5천만 달러를 넘는 유럽, 아시아, 미국의 36개 컴퓨터 제조업체에서 이루어진 72개 제품개발 프로젝트를 조사했다. 그 결과 두 사람은 프로젝트에서 혁신적인 결과를 이끌어낸 팀들은 공통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 적은 시간을 소모하고 실행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성공적인 팀들은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피드백 등 상황에 따라 계획과 실행을 번갈아가며 유연하게 대응했다.
우리의 통념과는 달리 철저한 준비와 완벽한 계획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 연구 결과는 보여주고 있다. 시간이 무한정으로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공한 조직들은 대체로 계획보다 실행에 더 집중한다. 개략적인 계획이 서면 일단 실행해가면서 다듬어간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완벽한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쪽보다 실행해가면서 계획을 보완해가는 쪽이 훨씬 성공 확률이 높다고 믿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데 쓰는 시간을 줄이고 실행하는 시간을 늘리라는 얘기다.
새해 사업계획은 전년 10월부터 수립하는 게 좋아
기업들은 연말이 되면 그 해 경영 실적을 분석하고 새해 사업계획을 세우느라 몹시 바쁘다. 그런데 경험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일은 여간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의지만으로 목표 달성을 할 수는 없으므로, 목표 달성을 확신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워야 하는 까닭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연말까지 당해 연도의 목표 달성에 온 힘을 쏟느라 시간에 쫓긴다. 그러다 보니 새해 계획이 부실해지고 일정도 늦어져 거의 1월 말이나 2월에야 계획이 확정되기 일쑤다. 이는 결국 빨라야 2월, 늦으면 3월쯤에야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간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렇게 계획이 부실하고 실행이 늦어지니 자연히 성과는 떨어지고, 그래서 또다시 연말까지 목표 달성에 온 힘을 쏟는 악순환이 반복된다.예전에 필자가 있었던 조직에서는 대개 10월이 되면 당해 연도의 경영 실적을 분석하고 다음 해의 사업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한다. 사실상 이때부터 그들은 당해 연도의 일이 아니라 다음 해의 준비에 몰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 연말까지 2개월 이상 남았는데 모두들 다음 해 준비에 몰입하면 당해 연도의 성과는 어떻게 되느냐 하는 걱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미 이때쯤이면 당해 연도의 경영 실적은 결정이 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사실 당해 연도의 경영 실적은 이전 해의 노력과 당해 연도 3분기까지의 노력에 의해서 대부분 결정되며, 당해 연도 연말에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실적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미리 계획하고 빨리 실행하는 것이 성과를 높이고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말이다.
글 · 곽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