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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공병호의 경영 한 수] 끝장을 봐야 성공한다


끝장을 봐야 성공한다

능력자보다 둔재가 성공가능성 높아
모자람 알기에 지식과 정보 받아들이며 끝까지 노력



 

뛰어난 사람이 왜 성공하지 못할까

A씨는 주변 사람들의 기대만큼 자신의 기량을 뽐내지 못하고 무대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가 가진 치명적인 약점 가운데 하나는 어떤 일을 시작하고 나면 꾸준히 결실을 볼 때까지 밀어붙이는 능력이 부족한 점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갖고 시작한 일은 많았지만 실제로 결실을 거둔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한 마디로 그는 실행력이 부족한 사람의 대표적인 사례다. A씨와 함께 어김없이 떠오르는 사람은 같이 일했던 B씨다. B씨는 평범한 학벌에 순발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었다. 재기발랄함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그는 항상 미리 준비하고 성실히 업무를 추진하는 유형의 사람이었다. 그는 지금도 같은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는 사람이다. 30대에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B씨보다 A씨의 앞날이 훨씬 전도양양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에 필자의 생각은 달랐다. A씨에게 항상 행운이 할 수 있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가 가진 특성 때문에 언젠가 비용을 치루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했다. 결국 우려대로 A씨는 중도하차를 하게 되고 B씨는 계속 전진해 자신의 분야에서 상당한 성취를 해 나가는 인물로 자리매김 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 B씨는 ‘실행력이 강한 사람’의 대표 주자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여기서 실행력은 시작에 능한 사람을 뜻하지만 동시에 끝까지 완주에 능한 사람을 뜻한다. A씨는 시작은 많았지만 무슨 일이든 끝까지 확실히 마무리하는 능력이나 태도의 부족 때문에 ‘실행력이 약한 사람’이었다.
어떻게 하면 ‘실행력이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실행력이 약한 사람은 어떻게 자신의 약점을 보강할 수 있을까? 일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성취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질문이나 고민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첫째   너무 잘나도 성공 걸림돌

좋은 학벌과 좋은 머리가 실행력에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A씨는 실제로 머리가 좋았고 순발력이 있었다. 무슨 일이든 쉽게 빠른 시간 안에 성과를 내다보니 자신을 지나치게 믿었던 것 같다. 우리는 주변에서 이런 일들을 심심찮게 관찰할 수 있다. 인생의 초년이 화려했던 사람들 중에는 무슨 일이든 시작하면 잘 할 수 있기 때문에 재능이나 기량을 갈고 닦는 것의 중요성이나 가치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좋은 교육을 받고 자신의 재능이나 머리에 대해 지나친 신뢰를 두는 사람들이다. A씨가 바로 이런 부류에 속한 사람이다. 하지만 B씨는 지나치다 할 정도로 겸손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똑똑한 사람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 미리 계획을 세워서 차근차근 해나가지 않으면 뛰어난 사람은커녕 중간에도 들 수 없다는 사실을 깊이 자각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인간적으로도 업무에서도 겸손의 덕목을 생활화하는 사람이었다.
 

둘째   깊이 파고드는 태도가 성공의 자산

B씨는 차근차근 쌓아가는 스타일의 삶을 살아간다. 그는 맡은 일을 깊이 파고드는데 익숙하다. 처음부터 그가 그런 성향을 갖고 있었지만 일을 해 나가면서 그런 태도가 얼마나 귀한 것인가를 깊이 인식하게 된 것 같다. 어떤 일이든 바닥까지 파헤치는 것이 습성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그가 하는 모든 업무는 회사에 엄청난 성과를 가져다줌과 아울러 그에게는 개인적인 자산으로 차곡차곡 쌓이게 됐다. 이를 두고 ‘창조적 축적’이란 표현을 사용해도 좋을 것이다. 그는 일을 하면서 동시에 개인적인 자산을 축적하는 두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해 왔다. 그러나 A씨는 ‘화전민’과 같은 생활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전부를 걸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특정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그의 직장 생활은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 드물었다. 간단한 경험이외에는 자산이라 부를 만한 것이 없었다. 항상 요령과 순발력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단순한 일도 깊이 파고들어가지 않으면 그의 업무로부터 개인적인 자산을 축적하기는 힘들다.


 

셋째   그냥 흘려버리는 것이 없다

B씨는 실행력에 대해 나름의 철학을 갖고 있다. 그는 실행력을 플로우(flow)가 아니라 스톡(stock)으로 이해한다. 그냥 흘러 가버리는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때문에 그에게는 남들 눈에 사소하게 보이는 일조차 사소하게 받아들이는 법이 없다. 단기적인 이득이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더라도 진지하게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고 도움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A씨에게는 그런 생각 자체가 없다. 그냥 그 시점만 피하면 된다는 식이다. 여기서 두 사람은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B씨는 성취 경험을 계속해나가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목격하게 된다. 쉼 없이 도전해 볼 만한 새로운 과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게 되며,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도전을 감행하면서 성취 경험들을 계속 축적한다. 반면에 의미 있는 성취 경험들을 충분히 갖지 못한 A씨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이득이 따르지 않는 일은 도전할 만한 가치가 없는 일로 받아들였다. 이것이 몇 년 동안 반복되면서 두 사람 사이의 실행력은 큰 간격이 생겨나게 된다.
 

넷째   겸손하게 배우려는 자세가 성장요소

B씨는 인간적으로도 겸손할 뿐 아니라 지적겸손도 갖고 있다. 그는 자신이 늘 잘 모른다고 생각한다. 마치 허기진 사람처럼 지식과 정보를 빨아들이는데 바쁘다. 언제 어디서든 새로운 것을 배워서 자신의 업무를 업그레이드 하는데 열심이다. 예전 것을 버리는데 익숙하고 새로운 것을 채우는데 적극적이다. 한마디로 그는 전천후 학습자다. 그가 처음부터 배움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B씨도 처음에는 더 잘 해야겠다는 욕심 때문에 배우는데 익숙했지만 시간이 가면서 배움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실용적인 이득이 남기 때문에 배우는 것이 아니라, 배움 그 자체가 가치가 있기 때문에 배우는 사람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A씨는 인간적으로도 다소 교만하지만 지적으로는 그런 성향이 더 강한 사람이다. 체계적으로 무엇인가를 배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스스로 그가 똑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남의 지식이나 정보를 잘 들은 다음에 이를 자르고 붙이는 편집(editing)에 능하다. 한마디로 남의 지식이나 정보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데 뛰어나다. 머리도 좋고 더욱이 암기력이 출중하기 때문에 한번 본 것이나 들은 것을 잊지 않고 요리조리 잘도 이용한다. 기업으로 치면 원천기술을 갖고 있지 않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시간이 가면서 점점 지식이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학습하는 것도 습관이라서 몸에 배어 있지 않은 사람이 있을 새롭게 시작하기가 쉽지 않은데 바로 이런 딱한 상황에 놓인 사람이 A씨다.
 

다섯째   즐거움 격차가 곧 실행력 차이

A씨에게 일은 일일 뿐이다. 큰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잡기에 무척 능하다. 사람은 누구든지 즐거움을 추구하고 하나의 즐거움에서 만족할 수 없다면 다른 즐거움을 찾게 된다. A씨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즐거움의 원천을 갖고 있다. 운동과 사람만나기 등이 보내는 시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의 재기발랄함과 화려한 언변은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때문에 어느 장소를 가든지 인기가 있다. 그런 즐거움이 나중에는 일하는 즐거움을 압도하고 말았다. 하지만 B씨는 다르다. B씨는 일에서 수확할 수 있는 즐거움이 어떤 것인 지를 잘 알기 때문에 업무에 더 깊이 몰입하게 된다. 몰입에서 오는 즐거움의 진수를 맛본 사람이 바로 B씨다. B씨는 업무를 통해서 최고의 경지에 접근하기 때문에 다른 취미 활동들이 좀처럼 자리를 잡을 수 없다. 취미 활동도 일처럼 높은 수준에 도달할 때만이 자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행력을 결정하는 다섯 가지 측면을 중심으로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 보길 권하고 싶다.
 

글_공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