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영업 칼럼
2005년 내가 영업의 첫발을 내딛은 서울 청계천은 대한민국 유통·공구업계의 심장과 같았다. 거리에는 각종 공구상과 공구 수입업체, 정밀 부품 업체들이 활기를 띄고 상인들은 분주하게 거래처를 오갔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은 다르다. 이제 오프라인 상권은 축소되고 온라인이 커졌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성장하는 업체, 장사 잘하는 공구인의 특징을 생각해 본다.
영업 현장에서는 거래처와의 첫 주문부터 결제, 반복 거래까지 모든 과정이 신용의 근거가 된다. 야망이 있는 공구인은 첫 주문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결제 기한을 철저히 준수하며 두 번째 주문에는 목숨을 건다. 이후 이런 반복 거래를 통해 신용과 신뢰가 쌓인다. 신용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거래처가 늘어나고 사업의 규모도 커진다. 반대로 결제 지연이나 약속 불이행은 신용등급 하락, 거래처 이탈, 심지어 사업 존폐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공구유통으로 사업을 키운 분들은 술과 도박을 멀리한다. 술을 마시더라도 주말 토요일에 한잔 정도만 마시고 취하지 않는다. 이러한 절제는 단순히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다. 술을 많이 마시면 다음 날 일어나기 힘들고 가게 문을 열지 못하거나 중요한 거래를 놓칠 수 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유혹이 많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더 많은 소비, 더 큰 투자, 더 화려한 사교 생활의 유혹에 노출된다. 성공한 사장님들은 술, 도박 등 유혹을 멀리하고 필요 이상의 소비를 하지 않는다.
영업의 본질은 ‘새로운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아버지의 가업을 잇는 공구인 2세, 혼자 창업하여 자수성가를 꿈꾸는 청년 모두 영업을 위해서는 명함을 들고 뛰어 다녀야 한다. 자신이 직접 관공서, 건설 현장, 공장, 소매상, 도매상에 찾아가 인사해야 한다. 처음에는 100군데를 다녀도 한 군데에서만 연락이 올 수 있다. 그러나 그 한 번의 기회를 잡기 위해 그리고 그 기회가 반복 주문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 끊임없는 방문, 인사, 신뢰 쌓기가 필수다. 이런 경험이 쌓여, 지역별 특성, 거래처의 성향, 시장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노력이 없으면 결코 성장하지 못한다.
공구상을 성장시키는 사장님들은 본업에만 집중한다. 그것도 아주 시기적절하게 ‘자기 사업’에 재투자한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소매업에서 온라인 판매로 영역을 넓히는 분들은 전산·물류 시스템을 과감히 투자한다. 온라인 MD, 디자이너, 프로그래머를 채용하고 물류창고를 확장하는 등 본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한다. 그리고 그 투자가 결국 성장을 이끈다. 반면 실패하는 사장님들은 다른 곳에 눈을 돌리더라. 공구상을 하시던 분이 왜 의류 유통업, 음식장사를 하시는지 모르겠다. 남들이 공구유통을 어렵다고 말 하듯 패션, 식음료도 전문적인 분야다. 공구유통이 어렵다고 다른 분야가 쉬운 것이 아니다.
단순한 도덕적 조언이 아니라, 실제 유통·영업 현장에서 수십 년간 관찰된 ‘성공하는 사장’의 본질적인 자질이다. 공구유통처럼 사람과 사람, 신뢰와 평판이 모든 거래의 바탕이 되는 현장에서는 인성이 곧 사업의 뿌리가 된다. 거래처와의 첫 인상, 약속을 지키는 태도, 위기 상황에서의 책임감, 동료와 직원, 고객을 대하는 태도 이 모든 것이 결국 ‘사람 됨됨이’에서 비롯된다. 나이가 많다고 직책이 높다고 상대방에게 말을 함부로 하고 쉽게 하는 사람은 머리가 나쁜 사람이다. 성장하는 사장님들은 대부분 머리가 좋고 절제를 잘한다. 단순히 영업 스킬이나 상품 지식만으로는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사람을 존중하고 신뢰를 쌓으며 공동체 안에서 함께 성장하려는 태도가 있어야 장기적으로 살아남는다.
인공지능, 데이터 기반 영업, 온라인 플랫폼 활용 등 새로운 트렌드가 공구유통업계에도 속속 등장한다. 온라인 유통은 오프라인을 넘어섰고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사업을 하는 분들은 온라인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온라인 플랫폼의 확산은 국경을 넘어 글로벌 시장 진출도 용이하게 만들었다. 최근 많은 공구상들이 중국, 동남아 등 해외 전시회 참가해 신상품을 찾고 해외에서 제품들을 수입해 유통한다. 글로벌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인 아마존, 알리바바 등에도 다수가 진출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시대가 요구하는 경영 방향이다. 이런 방향을 놓쳐서는 안된다.
장사는 사람과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신용을 지키려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런 사람을 이용하려는 악독한 사람도 있다. 그런 찜찜하고 나쁜 사람을 잘 피해야 한다. 선의로 기반된 신용을 악용해 일부러 결제를 미루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다. 또 남의 아이디어를 훔치거나 뒷거래, 허위 소문을 흘리기도 한다. 불성실한 사람과 거래를 하면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회피하고 결국 사업에도 큰 손실을 준다. 사업을 잘 하는 사장님들은 소위 말하는 ‘부도’라는 악취를 피하는 방법을 안다. 거래 전 충분한 정보를 수집해 거래처의 신용, 결제 이력, 업계 내 평판을 미리 확인하고 구두 약속보다 계약서를 통해 거래를 한다.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거래처는 손해를 보더라도 거래를 중단해 더 큰 피해를 막기도 한다. 회피는 비겁함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악취’를 잘 피하는 것이 사업을 오래, 건강하게 이끌어가는 데 필수적이라 생각된다. 장사는 사람을 믿는 일이지만 그만큼 사람을 잘 가려야 오래 살아남는다. 오늘도 공구인들이 좋은 사람들과 건강한 거래를 이어가길 바란다.
글 _ 홍원기 크레텍 특수영업부 차장 / 정리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