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공구인 칼럼] 온라인 공구업 30년 변천사
최근 중국 쇼핑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의 등장으로 공구업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일찍이 온라인에 뛰어든 동양테크툴의 지난 30년을 돌아보니, 현재는 위기 아닌 또 다른 기회다.
동양테크툴은 1985년, 수중에 모든 돈을 긁어모아 딱 300만원어치 물건으로 시작한 공구상이었다. 서울 청계천에 올라가 사온 공구를 팔아가며 대구 북성로에 작은 가게를 차렸고, 이후 지금의 산격동 건물로 확장하며 예초기를 비롯한 엔진, 정원 용품을 위주로 한 사업을 이어왔다. 관련 업계의 구색과 매출 면에서는 어느 업체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할 정도로 자신감을 갖고 사업을 운영해왔다. 현재는 직원 20명, 연매출 200억 원을 달성하며 올해도 더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어떻게 지금의 동양테크툴로 성장시킬 수 있었나 돌이켜본다면, 시대가 변할 때마다 움츠리기보다는 남들이 안하는 것을 먼저 도전하며 기회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업 초창기, 북성로에서 밤마다 노트에 공구 명칭과 구조를 적고 외워가며 장사할 때였다. 구색이 늘다보니 주변 공구상과 경쟁이 붙게 됐다. 판매방식을 바꿔보자 싶어 차에 공구를 싣고 3년간 전국에 다니며 팔아봤다. 하지만 곧이어 외판을 따라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번엔 다른 아이템을 찾기 위해 일본으로 갔다. 논밭에 수많은 예초기가 펼쳐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당시 일본은 농기계 시장이 잘 형성돼 있었던 반면, 우리나라는 낫으로만 힘들게 풀을 베던 시기였다. 산소 벌초용으로 멋져 보였다. 일본 예초기를 처음으로 한국에 들여오자 주변에서는 ‘젊은 사람이 뭘 모르고 장사한다’ 했다. 하지만 나는 확신을 가지고 신문 광고도 했다. 내가 모델을 하고 ‘풀을 아직도 낫으로 베십니까? 최신형 벌초기로 벌초해보세요’라는 문구를 걸었다. 그랬더니 금세 소문이 났다. 우리가게에 유명 영화가 개봉한 것처럼 예초기 찾는 사람들이 매일 줄을 지었다. 예초기가 연 4~5만대씩 팔렸다. 3년 정도 신나게 팔다보니 계양과 LG에서도 사업성을 보고 내게 찾아왔다. 예초기를 취급하는 다른 업체들도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90년대 중반, 1가구 1컴퓨터 시대가 왔다. 내가 처음 도입한 농기계 판매는 경쟁자가 생기면서 매출이 줄어들고 있었다. 집집마다 인터넷이 보급되자 나는 새로운 기회가 온 것을 직감했다. 지금의 구글, 네이버처럼 그때는 포털사이트 야후가 대세였다. 전문업체를 통해 온라인 사이트를 만들어 상품을 올리고, 야후에 검색되도록 했다. 수기로 장부를 적던 시절, 컴퓨터 검색도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지만 앞으로는 온라인 이용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은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예초기, 잔디깎이 등 전원용품, 조경기계를 팔기 시작했다. 혼다, 미쓰비시, 허스크바나 등을 수입해 자사몰에 판매하다보니 매출이 계속해서 늘었다. 품목이 일목요연하게 나열된 우리 홈페이지는 공구인들의 교본처럼 활용되기도 했다.
과거 공구 도매는 대부분 약속어음을 발행했기 때문에 부도가 나서 돈을 떼이는 경우가 참 많았다. 하지만 온라인몰은 결제를 먼저 해야 배송이 되기 때문에 돈 잃을 일이 없었다. 현금 흐름이 원활하니 판매가 더 수월해진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오픈마켓이 하나 둘 등장했다. 온라인 시장이 커지며 또 다른 기회를 맞았다. 초창기 옥션, G마켓과 이후 등장한 11번가, 네이버, 쿠팡 등에 입점해 온라인 판매 채널을 다양화 했다. 경쟁자가 적을 때 시작했기 때문에 오픈마켓 시장도 빠르게 점유할 수 있었다. 자사몰에서는 주로 큰 조경장비를 취급하고, 오픈마켓에서는 다양한 소형 가든 용품들을 판매했다. 온라인 판매는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억대의 광고비도 투입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지금은 오픈마켓 비중이 크게 늘어 전체 온라인매출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비대면 시장규모가 더욱 커졌다. 재고 없이도 도매업체 직배송으로 물건을 팔 수 있다. 쿠팡에서는 물건을 미리 입점 시키면 우리 매장이 쉬는 동안에도 결제 즉시 로켓배송을 해준다. 판매와 구매 모두 쉽기 때문에 온라인업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이익률은 더욱 감소하고 있다.
공구업계는 다소 보수적이다. 판매 방식이나 품목 면에서 특히 그렇다. 하지만 시야를 조금만 넓히면 좋은 제품을 찾을 기회가 많다. 현재 나의 아들인 임준철 대표는 가까운 산업용재관에서 백두종합기계를 운영하며 전동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곳 동양테크툴에는 사위인 김현우 이사가 4년 전 합류하면서 또 다른 도약을 하고 있다. 해외에서 마케팅을 전공했던 능력을 살려 해외의 좋은 제품을 발굴하고, 작년부터는 수공구를 취급하며 마케팅 하는 등 품목 확대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작년에 새로 취급하게 된 브랜드는 50~60개가 늘었고, 이를 바탕으로 연매출은 10%나 상승했다. 품목이냐, 전문성이냐 묻는다면 나는 품목이라고 할 것이다.
요즘 온라인 시장은 치열한 가격 경쟁, 판매 품목의 다양화, 차별화된 판매 품목 등으로 급변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진출하며 기존 온라인 공구 시장을 파괴할 정도의 공격적인 가격정책과 품목 넓히기에 돌입했다. 공구 생태계를 뒤흔들며 생각지 못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는 정부나 협회 차원에서 개입, 조정이 필요하며, 주요 대형 공구 유통업체들의 역할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는 큰일 났다고 걱정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겪어온 30년간의 공구시장은 계속해서 변화해왔다. 우리 공구인이 해야 할 일은 여기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는 것이다. 선입견을 갖지 말고 어떤 것을 어떻게 팔아볼까 생각해야 한다. 알리나 테무는 저렴할 뿐 아직 품질 면에서 부족해 보인다. 좋은 품질에 가격 경쟁력 있는 공구들은 세상에 아주 많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 호주, 미국, 유럽 브랜드를 찾아보면 놀라게 된다. 우리도 그간 코로나로 잠잠했던 국내외 전시회를 많이 다니고, 새로운 품목을 적극 발굴해볼 예정이다. 결국 먼저 시작하는 것이 답이다.
글 _ 동양테크툴 임정식 대표 / 진행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