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마케팅 칼럼] 공구장사 관리체계 갖추기
나는 대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전동공구 설계실에서 신상품 개발과 효율적인 생산을 위한 다양한 업무를 했다. 이후 전동공구 영업으로 업무 전환하여 12년 넘게 영업활동을 하며 과거에 비해 매장확장, 매출신장 등 놀랄만한 발전을 한 공구상과 아무런 발전 없는 공구상의 차이점을 알게 되었다.
나는 전동공구를 직접 설계도 해보고 영업, 마케팅 업무도 긴 시간 했었다. 엔지니어로 사무실에서 제품분석, 도면작업, 엔지니어링 관련 업무를 하던 내가 전동공구 영업을 하게 되었을 때의 첫 느낌은 대략 난감했다. 영업을 지원해서 오기는 왔는데, 뭘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의문만 있었다. 영업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전라남북도에 흩어진 거래처 30여곳을 관리해야 했다. 그때 지인으로부터 1년에 구두 2켤레가 닳을 정도로 뛰어다녀라. 발품을 열심히 팔아보라는 매우 단순한 조언을 듣게 된다. 사무직에서 영업직으로의 변신은 쉽지 않았다. 나는 당시 내가 관리하는 30여개 모든 업체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관계없이 일주일에 1번은 방문하였다. 신상품이 출시되면 홍보용 샘플을 들고 모든 거래처에 신제품 개발배경, 제품의 장단점 등을 설명했다. 이후 사람들로부터 ‘이 사람 열심히 하네, 쓸만하네, 대리점 숟가락 숫자까지 알고 있다고 하더라.’ 등 호의적인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고 1년 정도 지났을 때 내가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작은 성과들은 처음 도전했던 영업업무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에게 기술지식과 현장지식이 있으면 판매가 쉬워지고 단골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판매자는 구매자가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그 사용 용도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고 구매자는 그 제품을 사용해 보고 정보에 대한 만족감을 느낀다면 판매자와 구매자간 신뢰관계가 형성된다. 단골고객의 씨앗이 뿌려진 것이다. 특히 지식이 필요한 전동공구를 판매하는 사람은 다양한 기술적인 지식과 정보를 쌓아두라고 권하고 싶다. 이러한 정보는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제품을 구매한 사람에게 어떤 현장 어떤 작업에 사용하는 것인지 물어보고 사용해보니 만족도와 장점,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물어보자. 그렇게 학습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도 전파하면 고객과의 신뢰를 통한 단골고객 확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산업용 공구분야에서는 기술이 경쟁력이다. 나도 사무직 엔지니어로 일을 하다 영업을 해보니 제품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제품개발을 할 때 습득한 기술적인 지식들을 소개할 수 있었고 고객들이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 영업활동에 큰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저 사람하고 일을 하면 나에게 뭔가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상대방에게 심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전동공구 영업을 하던 시절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바로 AS 할 수 있는 사람을 소개 좀 시켜달라는 말이다. 공구상 운영하는 사장님이 자신의 사업체를 차별화할 수 있는 것들 중의 하나가 바로 전동공구 AS다. 공구 판매업도 경쟁이 치열하다. 이 치열한 시장에서 AS를 할 수 있는 집과 단순히 공구 판매만 하는 집은 큰 차이가 있다. AS를 맡긴 고객이 AS하는 동안 매장에 전시되어 있는 제품들을 둘러보면서 필요한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 구매한 제품은 일정기간 지나면 AS를 받아야 한다. 수리가 불가능하거나 수리비보다 새로 사는 것이 더 저렴할 때 자연스럽게 신규 판매로 이어진다. ‘판매-AS-판매’의 선순환 구조는 고객이 도망가지 않게 하고 그 고객을 단골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
공구 유통업을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이 큰 자본금이 있다면 대형화, 종합화를 이루는 것을 추천한다. 그런데 현재 자본금이 적으면 온라인 판매로 시작하고 동시에 전동공구 AS기술을 배우기를 권한다. 온라인 판매도 경쟁이 심하다. 처음에는 잘 안될 것이다. 시간이 남는다. 남는 시간에 AS를 배워서 미래를 준비하자. 공구장사는 도매, 소매, 납품, 온라인 판매, AS로 구분할 수 있다. 온라인 판매-소매-AS까지는 단기목표로 준비해보자. 자본금이 충분하면 직원을 고용하여 장사를 하면 된다. 반면 자본금이 부족하면 본인이 직원 역할까지 해야 한다.
몇 천원 또는 1~2만원 하는 상품을 찾아주고 설명하며 판매하는 것은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효율은 바쁘기만 하고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공구 등 기능이 단순하고 가격이 저렴한 상품들은 반드시 진열대에 걸어야 한다. 손님이 원하는 상품을 직접 골라서 계산대에서 계산만 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구조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가격이 고가이고 지식이 필요하고 부피가 커서 물류비가 많이 발생되는 전동 기계류 등의 상품에는 충분히 설명하는 시간의 분배가 필요하다. 부족한 설명으로 소비자가 반품을 한다면 오히려 손해가 발생할 수 있고 손해에 대한 부담으로 책임을 회피하다가 소비자와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 오히려 고객을 잃을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다. 어떤 것이 효율적인가, 어떤 것이 중요한가 어떤 것이 이익인가를 판단하여 결정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큰 대형화를 이루지 못한 공구상 사장님들은 고민이 많을 것이다. 가만히 있자니 남들보다 뒤쳐지는 것 같고, 대형화를 이루 자니 많은 자금을 쏟아 부어야 하는데 그렇게 한다고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인건비는 점점 올라서 사람 쓰는 것도 무섭다. 반면 돈 안들이고 돈 버는 방법이 있다. 효율적인 재고관리를 해보자. 중복되는 재고를 줄여보자. 어떤 공구점은 펜치만 7~8개 브랜드의 재고를 가지고 있는 곳들이 있다. 한번 물어보았다. 펜치가 이렇게 잘 팔립니까? ‘아닙니다. 유통업체마다 특판 한다고 하고, 친분 있는 영업사원 얼굴 봐서 뭐 라도 해줘야 할 것 같아서 주문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라고 한다. 조견표를 만들어보자.
조견표를 만들었으면 판매기준을 정하자. 사이즈별은 잘 나가지 않는 구색상품까지 갖출 것인지 아니면 소위 골든 사이즈만 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가격대별은 저가, 중가, 고가 3단계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저가, 고가 2단계로 갈 것인지 정하자. 브랜드별은 납품 스펙 지정 등으로 반드시 필요한 브랜드인지 아닌지 조견표를 만들다 보면 중복된 재고가 보인다. 마음 굳게 먹고 2가지만 정리하자. 효율적이지 못한 부분은 과감하게 버리자. 우리 가게에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파악하고 비효율적인 부분을 찾아내자. 매출을 늘릴 수 없다면 낭비라도 줄여야 한다 데이터를 기초로 하여 기준을 정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실행하자.
글 _ 이창진 크레텍 크레텍 마케팅 부장 / 진행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