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영업 칼럼] 가능한 기분 좋은 말 건네자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지만 영업은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사람 마음을 얻기란 쉽지 않지만 그런데 우연한 멘트 하나가 사람 마음을 사로잡는 경우가 있다. 우연히 내린 소나기 덕분에 영업이 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영업을 처음 접한 것은 22살 군입대를 앞두고 시작한 신용카드 회사 영업이었다. 6개월 사이 단기간 겪은 영업활동이었지만 그 기간은 내 삶의 방향을 만들었다. 군입대를 기다리며 시작한 카드 영업은 의외로 재미가 있었다. 내가 판매하는 신용카드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공무원이나 간호사, 스튜어디스가 대상이었다. 카드사에서 주는 월급은 거의 없고 신용카드 1장을 판매하면 5만원의 수당이 주어졌다. 22살의 나는 주로 나보다 몇 살 많은 간호사, 스튜어디스,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애처롭게 보이는 전략을 썼다. 카드 판매 영업 멘트 속에 ‘카드 한 장만 팔아주시면 미래에는 나도 계약직 아닌 정규직이 될 수도 있다’는 멘트였다.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시는 분들은 따뜻한 마음씨를 가지신 분들이 많다. 어린 남동생처럼 살짝 귀여운(?) 내가 얼굴을 들이밀며 신용카드를 설명 할 때 이 카드를 팔면 저도 정규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노력하는 남동생 한 번만 도와주십쇼 하고 읍소하면 마음이 착한 누님들은 대게 신용카드를 만들어 준다. 한 달에 80장을 팔아 400만원 넘게 벌기도 했는데 적게 팔 때는 하루에 2, 3장 팔고 많이 팔 때는 12장 팔았던 것 같다. 신용카드를 가장 많이 팔았을 때는 비가 많이 왔던 날이다. 소나기에 비를 쫄딱 맞은 내가 계약직 벗어나려 노력한다고 병원, 관공서에서 일하는 누님들께 읍소하니 그렇게 카드가 잘 팔리더라.
카드사 영업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을 졸업한 나는 영업사원의 삶을 살겠다는 생각에 가득 찼다. 영업직 위주로 취업을 했는데 모 기업의 창호, 바닥재, 영업 일도 할 수 있었다. 나는 주로 동네의 인테리어 업체들을 상대하면서 영업을 했는데 처음에는 적성에도 맞았고 재미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판매하는 회사가 뒤를 받쳐주지 못하면 오히려 내가 열심히 하는 영업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주문 받은 물건을 어느 날 까지 약속한 장소로 배송하기로 했는데 회사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판매를 해도 배송이 제대로 되지 못하면 거래처부터 시작해 연쇄적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영업을 하더라도 좋은 회사에서 일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카드 영업, 인테리어 자재 영업을 그만둔 나는 운 좋게 다시금 산업 공구 유통 상사 영업사원이 된다. 공구업을 비롯해 어떤 분야에서 영업 하더라도 영업사원이라면 전략적으로 내가 접근해야 하는 업체를 파악하자. 그것이 일의 우선 순위다. 영업을 하기위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면 영업을 할 수 없다. 나의 매출을 늘려 주는 좋은 업체를 찾았다면 매일 방문하도록 하자. 매일 방문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거래처 사장님은 내게 물건을 주문 할 것이다. 그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변함없이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예를 들자면 나는 대전에서 영업활동을 하는데 전날 거래처에서 주문했던 중요한 물건이 아침에 도착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그때 나는 곧바로 대구의 물류센터로 출발해 점심이 되기 전 물건을 가지고 대전으로 돌아왔다.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내 모습을 본 거래처 사장님이 나를 더욱 믿고 주문해 주었음은 물론이다.
영업은 성실하게 해야 한다. 발로 뛰고 많은 사람을 만나면 그만큼 매출은 늘어난다. 동시에 가급적 거래처 사장님과 인간적으로도 가까워지려고 노력하자. 그리고 주문을 잘해 주시고 수금도 잘 해주시는 사장님이라면 못하거나 안드릴 말도 없다. 소위 말해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상대방을 높여 줄 수 있고 나를 낮출 수도 있다. 속 시원하게 사장님 대신 다른 사람을 욕 할 수도 있다. 이왕이면 거래처 사장님의 가려운 부분 긁어주자. 항상 밝은 모습으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는 이런 내 모습을 오래 본 거래처 사장님들은 나를 보면 웃음 섞인 미소와 함께 ‘우리 사기꾼 또 왔냐?’라고 응해 주신다. 그런데 그런 애정 어린 사기꾼이라는 호칭은 나를 더욱 뿌듯하게 만들어 준다. 사기꾼이라는 애정 어린 말을 들을 정도로 주변 거래처 사장님과 관계가 좋은 내 모습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영업사원이라면 이런 뻔뻔함은 필수 아닐까?
하지만 나도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것은 아니다. 영업을 하면 우선 거래처 사장님들께 밝고 친근하게 다가서는 것은 기본이고 또 내가 맡은 거래처인만큼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데 이런 나를 우습게 보고 막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 상처 받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 거래처를 방문하면 퉁명스럽게 ‘넌 왜 왔냐?’ 라는 말을 듣는다면 ‘일이니까 왔죠.’라고 받아치면 된다. 악의를 가진 사람이 내게 어떤 말을 할 때면 그럼 나는 로봇처럼 응대하면 그만이다. 사람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자. 그런데 그런 사람들에게도 꾸준하게 얼굴을 들이밀며 계속 계속 찾아가자. 계속 계속 찾아가면 언젠가는 주문을 한다. 그때는 또 열심히 웃으며 잘해주자. 영업은 그런 거니까 말이다.
글 _ 이종명 크레텍 영업부 계장 / 진행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