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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에도 급이 있다!

칭찬에도 급이 있다!
‘사회초년생 시절 기뻤던 순간’을 생각해보라고 하면 ‘처음 칭찬을 들었을 때’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칭찬은 사람을 긍정적으로 강하게 자극시키고 동기부여를 한다. 진심이 담긴 칭찬은 사람을 단번에 변화시키는 놀라운 힘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칭찬이 모두 다 좋은 효과를 거두는 건 아니다. 칭찬이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칭찬에 인색해서는 안 되고 제대로 된 칭찬을 넉넉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칭찬이 만능 요술봉은 아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과 캐럴 드웩 교수 연구팀은 뉴욕의 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 400명을 대상으로 칭찬의 효과를 연구했다. “머리가 좋구나” “대단하네” 같은 말로 ‘지능’이나 ‘재능’을 칭찬한 그룹과 “노력 많이 했구나” “앞으로도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하는 말로 ‘노력’을 칭찬한 그룹에게 같은 시험을 보게 했다. 그런 다음 비슷한 수준의 문제를 주면서 아주 어려운 문제라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지능을 칭찬한 그룹의 아이들은 시험이 너무 어려웠다고 좌절하는 반면, 노력을 칭찬한 그룹 아이들은 해볼 만한 시험이었다고 말했다. 시험 결과, 노력 칭찬 그룹은 첫 시험에 비해 평균 성적이 30% 이상 높아진 반면, 지능 칭찬 그룹은 평균 점수가 20% 정도 떨어졌다.
또 아이들을 대상으로 쉬운 문제를 주고 좋은 점수를 얻게 한 실험이 있다. 몇몇 아이들에게는 좋은 점수를 얻었다고 굉장히 크게 칭찬했다. 그 이후 조금 어려운 문제를 주었다. 큰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부담을 느꼈는지 부정행위를 했다. 또한 쉬운 문제와 어려운 문제들 중 선택하게 하자 쉬운 문제만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칭찬의 긍정적 효과는 말하지 않아도 대단한 것이긴 하지만 모든 칭찬이 다 약이 되는 건 아니다. 칭찬이, 뛰어난 아이나 뛰어난 직원을 만드는 비결인 것처럼 말하지만 결과나 재능에 대한 칭찬은 오히려 실패할 상황을 피하게 하고 거짓말을 하게 하는 등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그렇다고 칭찬에 인색한 것이 정답일까. 그런 건 아니다. 많이 하는 게 좋다. 칭찬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고, 칭찬하고 기대한 만큼 그 기대에 맞추어 행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칭찬에 인색하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 조금 과하다 싶게 칭찬한다고 해도 그렇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칭찬하는 방법을 살피면 조금만 해도 효과는 더 좋아질 것이다.
요술봉이 되는 똑똑한 칭찬
직장에서 부하직원을 제대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일은 상사의 중요한 업무가 되어야 한다. 칭찬에 서툴거나 인색한 상사는 ‘지금의 내 기준’으로 부하직원을 보기 때문일 수 있다. 내 직원이 그 나이 때 나보다 훨씬 잘 했는데도 지금의 내 생각과 능력을 기준으로 평가하려들면 도저히 칭찬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자타가 좀 인정하는 ‘잘난 사람’이라면 그의 기준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더욱 칭찬에 짜다. 상사가 이런 사람인 경우 부하의 사기가 자주 꺾이고 눈치를 보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부하가 가진 능력 이상으로 과장되게 칭찬하는 것도 좋지 않다. 부하의 현재 능력이 90이라면 열심히 했을 때 100까지 할 수 있다고 칭찬하는 것이 적당하다. 너는 120을 할 수 있다고 칭찬한다면 처음엔 진짜 120까지 할 수 있는 줄 알고 열심히 할 것이다. 그러나 120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좌절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기대치 120에 맞추려고 노력할 위험이 있다. 직원이 단계적으로 작은 목표들을 성취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칭찬하는 것이 가장 좋다.
또한 앞서 말한 결과에 대한 칭찬보다는 가능한 과정에 초점을 두어 칭찬을 해야 한다. “계약에 성공했으니 잘 했다”라는 칭찬보다, “그렇게 공을 들이고 정성을 다하더니 결국 계약에 성공했구나” “둘이 그렇게 힘 모아 애를 쓰더니 결국 해냈구나”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좋다. 좋은 결과는 ‘선’이고 좋지 않은 결과는 ‘악’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직장에서 부하 직원에게 이렇게 칭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회사나 상사 입장에서는 가장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어쨌든 모든 비즈니스는 결과나 성과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좋은 성과에 칭찬하고 나쁜 성과에 화내거나 꾸중부터 한다. 당연히 좋은 성과는 중요하다. 좋은 성과에 보상하고 칭찬하지 않는다면 사람은 최선을 다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과정’이 있지 않다면 좋은 성과도 잠시이고 때로 ‘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이것을 무시했던 사람이나 조직이 의외로 쉽게 무너지는 것을 우리는 많이 봐왔다.
고급 칭찬이 사람을 움직이다
칭찬과 부탁을 동반하는 일은 조심해야 한다. 아무리 진심에서 우러난 특별한 칭찬을 했다 해도, 뒤이어 무엇인가 부탁한다면 칭찬은 어느새 ‘곁다리’처럼 들리고 말 것이다. “어쩐지 비행기 태운다 싶더라”, “속셈은 따로 있었군” 하지 않을 수 없다. 칭찬을 받은 사람은 부탁을 거절할 수도 없고 들어줄 수도 없어 난처하게 된다. 칭찬한 사람이 금세 원망스러워진다. 정말 부탁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시간 여유를 두어야 한다. 진심에서 우러난 칭찬이 속보이는 칭찬으로 둔갑하지 않으려면 처음 만났을 때는 칭찬을 하고 좋은 덕담을 나누다가 두 번째 만났을 때에 부탁을 한다든지, 정 다급하면 칭찬을 하고 다른 말을 하며 시간을 좀 보낸 다음에 하도록 한다.
부탁이 다급하고 간절하다면 고수의 방법을 써야 한다. 아부하고 있다는 의심을 주지 않으면서도 효과가 가장 좋은 칭찬은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하는 칭찬이다. 당사자에게 말을 전할 만한 사람 앞에서 인품이나 능력, 됨됨이 같은 것을 칭찬해 보라. 그 사람 귀에 이 이야기가 들어간다면 내게 자연스러운 호감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앞에서 한 칭찬보다 효과는 적어도 2배가 될 것이다.
대단한 칭찬을 할 때 고수들은 칭찬만 하지 않는다. 칭찬할 때 단점이나 고쳤으면 하는 점도 살짝 양념처럼 언급한다. 예를 든다면 “초반에 일의 진행이 더뎌서 좀 게으른 분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꼼꼼하고 찬찬한 분이었네요. 훨씬 믿음이 가고 든든합니다”와 같은 식이다. 칭찬을 크게 할수록 약간의 비판을 적절히 가미하는 센스가 칭찬의 효과를 더 극대화한다.
모든 칭찬엔 진정성이 있어야 하지만,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효과는 많이 달라진다. 조금 더 현명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칭찬하고 행동한다면 어디에서도 환영 받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러면 지금도 내가 없는 곳에서 누군가 내 칭찬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