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공구인 칼럼] 달라지고 격려하라
광주광역시 천변대로에 위치한 양동시장은 광주, 전남을 통틀어 규모가 제일 큰 전통시장이다. 이곳의 공구거리에서 공구인의 삶을 살며 청춘을 보낸 나는 지금은 20대 아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내가 처음 일했던 1996년만 하더라도 인터넷 유통이 없었고 카드로 계산하기보다 현금을 주고 받으며 일을 했었다. 이제는 사람들도 매장에 직접 찾아와 물건을 사기보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한다. 몇 년 전부터는 카드가 아닌 휴대폰을 건내면서 계산하는 시대가 되었다. 마진도 변했다.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소매로는 이제 큰 마진을 볼 수 없다. 인건비도 매년 오르고 공구업계에 일하려는 사람도 줄어들면서 직원을 고용하는 것 보다 가족이 함께 일하는 것이 더욱 안심이다. 공구장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시대가 변화하는 것에 맞춰 변신을 꾀해야 한다.
시대가 이렇게 변화하는 속도가 빠른데 발 맞춰 변신하지 못하는 공구인들도 있다. 이제는 각성해야 한다. 작은 이익을 생각하고 아까워하지 말고 투자할 것은 투자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협회나 지역에서 실시하는 교육이 있다면 반드시 시간을 내어 참석하거나 교육을 듣도록 하자. 가게 문 하루 닫는다고 세상이 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정보를 얻거나 우수한 사례를 발견 할 수 있다. 남이 어떤 시스템을 도입해서 잘 되었다면 따라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귀찮아하지 말고 시도해보아야 한다. 온라인 유통에 도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로 홍보하는 것도 그렇다. 일단 시도를 해봐야 한다. 그렇게 해야 지역에서 자신만의 강점을 갖출 수 있다. 이제는 공구유통업도 그렇게 사업해야 한다.
시대의 변화를 무시할 수 없고 또 이길 수 없지만 그래도 과거의 모습이 그립고 현실이 안타까울 때가 있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이제는 공구유통업도 자본이 없으면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의 한국만 하더라도 우리 업계에는 정이 있었다. 큰 자본 없이 몇 천만원만 있다면 물건을 빌려서 장사하는 것이 가능했다. 10년 넘게 일한 직원이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다면 주변에서 도와주는 업체도 많았다. 나 역시도 지역 공구업체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제는 소위 몇 억원의 돈이 있어야만 자신있게 공구업계에 뛰어 들 수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어떠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다면 보다 자신있게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려는 젊은이들이 나타날 것이다.
요즘 들리는 경기 불황의 징조가 심상치 않다. 현명한 공구인이라면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대비를 해야 한다. 금리가 갑자기 높아지면서 큰 건설 공사가 전부 중단되었다. 건설 공사의 경우 시행하기에 앞서서 설계사무소에 일을 맡긴다. 설계를 하지 않고 공사 진행이 불가능해서다. 그런데 내가 속한 지역의 설계사무소가 불황에 허덕인다면 자연스럽게 지역의 건설경기도 당분간 불황인 것을 예상 할 수 있다. 광주광역시에 대기업의 큰 투자나 정부의 인프라 공사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당분간 공구유통업계도 불황이 예상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가 아니다. 지금은 새로운 투자를 하지 말고 현금을 모으고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54살의 나는 공구인 2세로 볼 수 있다. 나의 부친은 양동시장에서 공구상겸 철물점을 하셨고 27살의 나는 1996년부터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공구장사를 시작했다. 2023년 현재 이제는 장성한 나의 20대 아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나 젊었을 때의 아버지를 생각하면 코끝이 시큰해진다. 아버지는 나와 함께 일 한지 한 달 만에 돌아가시었다. 제일 안타까운 것은 나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을 아버지께 보여주지 못한 점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정신없이 삶을 살면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사업의 규모도 늘리면서 지역과 업계를 위한 한국산업용재협회의 일도 하고 있다. 참고로 5월 28일에는 제 5회 호남 한마음 축제가 있었다. 길었던 코로나19로 5년만에 회원 상호간 친목 도모와 화합 그리고 단결하는 뜻 깊은 자리였다.
나는 아들과 함께 일하고 또 지역의 후배들을 만나면서 공구업계 젊은 후배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후배를 이해하고 후배들의 할동을 응원하는 것은 선배 세대가 할 수 있는 배려이자 의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젊은 공구업계의 후배들은 당면한 문제가 많다. 선배 세대처럼 경기 활황의 시대를 겪지 못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성장을 거듭해야 한다.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광주지역에도 공구유통업에 종사하는 청년회가 발대식을 가졌었다. 젊은이들의 모임에서 후배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큰 희망을 보았고 업계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아버지로서 또 업계의 선배로서 아들과 후배들의 미래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우리 선배들은 섣부른 간섭과 지식보다는 응원과 격려를 바탕으로 업계 청년들의 미래를 응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의 공구유통업은 국가 산업에 큰 도움이 되는 빛나는 가치를 지닌 일이다. 젊은 세대와 선배 세대가 하나 되어 어려운 불황과 미래를 극복해 우리 업계가 더욱 발전하길 간절히 소망한다.
글 _ 박재홍 (주)광명티엔에스 대표, 한국산업용재협회 광주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