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경제 칼럼] 불황 시 공구상 대처법
작년 10월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잡았다. 한국에 대해서는 2023년에는 2%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산업연구원(KIET) 또한 2023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1.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3월,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 3년간 전 세계인들은 질병과 경제적 상황 등으로 고통을 겪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외출이 어려워지며, 외부활동과 관련된 산업의 피해가 컸다. 경제 전문가들과 기업인, 일반 국민은 2022년 하반기부터는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전환되며 외출이 늘어나고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다르게 큰 폭의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이어지며 오히려 팬데믹 때보다 더욱 힘든 상황에 처해지고 있다.
‘엔데믹(질병의 풍토병화)코로나’ 시대로 접어드는 이때, 경제 상황은 왜 이렇게 어려워지게 된 것일까? 크게 3가지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금리가 급격하게 올랐다. 팬데믹 시기 세계 각국은 경기 부흥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으며 어려운 계층과 산업을 지원하였다. 부동산과 주식, 가상화폐가 대호황을 이루었으며 이렇게 풀린 돈들은 물가를 끌어올리게 되었다. 미국은 2021년, 31년 만에 최고의 물가 상승을 기록했다고 한다. 자칫 인플레이션이 버블로 갈 수 있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서는 0.25%였던 기준금리를 여러 차례 ‘빅스텝(금리 0.5%P상승)’으로 11월 기준 4%까지 16배를 상승시켰다. 이에 한국에서는 달러 누출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작년 11월 기준 3.25%까지 올리며 11년 만에 최고 금리를 기록했다.
두 번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전 세계 에너지 생산량에서 러시아는 원유의 11.2%, 천연가스 생산량의 16.6%를 차지한다. 특히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는 40%나 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전쟁으로 러시아 에너지에 대해 제재를 가하며 국제 유가는 급상승하였다. 국내 휘발유 가격도 2022년 1월 1,600원대에서 전쟁 후 6월에는 2천 원까지 올라갔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세계 6위의 밀 수출국이다. 전쟁으로 인해 밀 생산량이 전년 대비 3분의 1로 감소하며 2천백만t까지 하락하였다. 국제 밀 선물 t당 가격이 올해 1월 270달러대에서 3월에는 최고 470달러까지 1.7배나 상승됐다. 국민 외식요리 짜장면의 가격이 5천 원에서 7천 원까지 올라가며 식당주와 손님 모두에게 어려움을 주고 있다.
세 번째는 시진핑의 3연임이다. 우리나라는 중국 경제 의존도가 28%에 달할 만큼 중국의 경제 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다.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은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모든 국민이 다 같이 부유해지자는 ‘공동 부유론’을 내걸고 있다. 중국 국민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이 정책은 중국 내수 중심 정책으로 중국 경제를 이끄는 글로벌 기업에 악영향을줬다. 중국 대표기업 알리바바의 주가는 2021년 1월 250HKD(홍콩달러)에서 2022년 12월 85HKD를 기록하며 2년 만에 약 65% 가까이 하락했다. 또한 사회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중이다. 이런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중국의 경제를 어둡게 만들었다. 상당수의 중국을 상대로 하는 우리나라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중국의 경기 하락은 치명적이다. 이례적인 것은 최근에 MZ세대를 중심으로 방역에 불만을 느끼고 백지 시위를 통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도 방역을 완화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럽다 할 수 있다.
세계적 경제 침체가 전망되는 현재,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불황을 피할 수 없다. 이제 한국 경제는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침체되는 ‘스테그플레이션(Stagnation)’시대에 들어섰다. 가장 우려할 점은 소비 감소다. 현재 금리 상승에 따른 연쇄적 자산 폭락으로 소비를 지탱하던 계층들이 붕괴되고 심지어 무리하게 투자한 투자자들은 금리를 감당 못 하는 실정이다. 작년 8월에는 우리나라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5개월 연속 소비(소매판매)가 감소했다. 이 추세는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물가 상승은 상품 공급 가격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유가 상승과 원자재 상승으로 인해 제품 생산 비용이 올랐으며 코로나 이후 컨테이너 물류비용은 중국에서 한국 40FT용량 컨테이너 기준 12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2배 이상 올랐다고 한다. 이는 상품 공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바로 판매가격을 올리면 판매량이 줄기 때문에 타 경쟁업체 눈치를 보며 고민을 하는 상태다. 마지막으로 기업 운영 경비 또한 증가해 매출도 준 마당에 이익은 더 가파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유통시장이 불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오프라인을 대표하는 마트와 슈퍼마켓 매출은 이미 감소했고, 심지어 온라인 쇼핑 시장도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어려운 불황의 시대, 공구상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불황 시장에서는 신규고객을 확보하는 것보다는 기존 고객 유지 전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산업 활동이 줄어들면서 공구 수요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업체가 나 혼자이면 조금 덜 벌고 기다릴 수 있겠지만, 경쟁시장에서는 매출 단가를 공격적으로 낮춰 시장을 교란하는 업체가 꼭 있다. 이런 업체의 등장은 고객의 신뢰도와 충성도에 따라 유지 또는 이탈로 이어진다. 불황일 때 신규고객 확보에는 호황 시기보다 더 큰 비용과 리스크가 필요하기에 기존 고객 이탈 방지를 위해 여러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존 고객사를 대상으로 무료 배송을 해준다거나, 아니면 A/S 비용을 안 받는다거나, 공구 상품 판매 시 소모품을 증정하는 등 극진한 고객 서비스로 기존고객 이탈을 막아야 한다.
또한 판매 상품을 꼭 필요해 구매해야 하는 필수품과 구매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비필수품으로 나눠 대응해야 한다. 불황일 때 소비자는 상품별로 대하는 자세가 다르다. 소득이 줄면서 먹고사는 생활과 관련된 제품 구매를 우선하기 때문에 그 외 상품 구매를 줄이는 것이다. 기업 역시 불황일 때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제품이 아니고는 구매를 삼간다. 우리 매장의 고객사를 분석해 필수 제품이 무엇인지를 찾아 판매에 주력해야 한다. 이런 불황 시대에서는 결국 필수 소모품을 잡는 기업이 시장 우위를 점한다. 그리고 잉여 역량을 다른 사업으로 선회해 매출을 만들거나 매출 발생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과 업체 중심으로 운영하는 공구상도 개인 고객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블로그나 인스타 등 SNS나, 지역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 활용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매체와 어플에 집수리 방법 또는 공구 사용 방법 등을 올리거나 가게 홍보를 통해 개인 고객을 유입할 수 있다. 공구 상품 특성상 집에서도 바로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지역 내 믿을만한 공구 점포를 찾는 개인 고객 수요는 분명히 있다.
올해 2023년은 대다수 경제 전문가의 의견처럼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IMF 금융위기, 리먼 브라더스 사태 등 10년 단위로 큰 경제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다. 앞선 사례를 분석해 보면 결국 어려운 시기에 효율적인 운영과 단골 고객을 중심으로 버틴 기업이 향후 타 경쟁사가 퇴출당한 시장에서 시장을 주도하게 되었다. 또다시 시작된 고뇌의 시간, 효율성 높고 세밀한 경영전략만이 위기 속 생존의 열쇠가 될 것이다.
글 _ 이종우(연성대 교수) / 진행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