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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공구인 칼럼] 1세와 2세 서로 존중해야

 

2세, 자식 아닌 동업자 아버지 공로 존경 받아야

 

(사)한국산업용재협회 송치영 회장 ‘백년가업’ 특강

 

 

 

아버지의 잔소리는 정말 정말 싫어


산업용재업계 1세대들은 창업해 열심히 일해 돈 벌어서, 회사 키우고, 가족들 건강하게 부양하고, 자식들은 당신들처럼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모진 풍파와 고난의 시간을 감당해냈다. 반면에 2세대는 이미 자리 잡은 회사를 자연스레 물려받아 돈 쓰는 데 별반 어려움 없이 지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고백하길 나 역시도 2세대다. 1980년대 중반 이었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가게 열쇠를 주시면서 며칠만 가게 문 여닫기를 부탁한다고 말씀을 하셨다. 아마도 나는 그때부터 아버지가 창업한 회사에 처음 나오게 되었다. 얼떨결에 가게에 나왔지만 아버님으로부터 매일같이 잔소리를 들었다. 아버지는 당연히 내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려고 그러셨겠지만, 그 잔소리를 듣는 나는 너무나 힘이 들었고 심지어는 귀에서 고름이 나오는 기분까지 느끼기도 했다. 아버지는 운전면허증이 없었다. 그래서 거래처 방문하면 내가 늘 운전해야 했고 우리는 늘 함께였다. 오죽하면 아버지와 함께 거래처에서 가게로 되돌아오던 그 순간, 자동차를 복잡한 시청 로터리에 세워놓고 아버지를 그냥 두고 가버리고 싶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도 받고픈 아버지 칭찬


40년 전, 그때는 내가 멍청했는지 아버지로부터 참 많이도 혼났다. 나는 아버지로부터는 지금까지도 단 한 번의 칭찬을 못 받아봤다. 하지만, 그렇게 혼이 났지만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게 나는 한 번도 그 자리에서 말대꾸하지 않았다. 내 생각과 다른 게 있으면 다음 날이든 언제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후 말씀을 드렸다. 물론 될 때까지 말씀을 드려서 결국은 내가 얻어낼 것을 얻어내기도 했다. 경험상 아버지께서 화가 나 있으실 때 말대꾸를 해서는 절대 좋을 게 없었다. 더 화를 내시면서 역정을 내실 게 뻔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말대꾸 안 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페르시아 격언에 “총에 맞은 상처는 치료가 될 수 있어도, 말로 받은 상처는 결코, 치유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그렇기에 나도 아버지로부터 아직 칭찬 한 번 들어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세월이 흐른 현재 아버님께서 건강이 안 좋으시다. 나는 언제 한 번 아버지로부터 칭찬을 들을 수 있을까.

 

 

1세대와 2세대 서로 인정해야 발전


아버지와 아들, 1세대와 2세대 모두 잘한 부분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서로 ‘인정(認定)’을 해 주자. 인정하는 자세는 상대에 대한 신뢰와 칭찬의 의미가 있고 인정받은 2세에게 가업의 승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인간은 평생 인정을 갈구한다.”라고 했다. 이제 2세대들도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해서 앞선 세대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1세대 입장에서 자신이 평생 일군 회사는 인생의 전부다. 그 회사를 대책 없이 그냥 막 2세대에게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1세대 창업주들께서도 “네가 뭘 알아?” 또는 “내 말이 맞아!”와 같은 표현처럼 자기 생각이 맞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며 생각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그 순간 세대 간 관계는 불편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버지세대의 사고도 틀릴 수 있다는 경우를 상기하면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그리고 조언이나 도움 줄 말이 있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해야 한다. 잔소리나 설교, 충고 등은 길고 장황하면 도움이 안된다.

 

 

믿고 맡기고 기다려야 하는 기업승계


가업(기업)승계를 제대로 하려면 할 일이 많다. 우선 부자간의 관계를 좋게 하여야 하고 다음으로 기업승계 제도에 따르는 준비와 상속세 등을 비롯한 승계 요건 등을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 가족 간의 분쟁이나 회사 구성원의 문제로 인해 정작 중요한 회사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소홀해 질 수 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기업승계는 가족 간의 관계가 우선이다. 그 다음 제도나 법에 대비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원활한 가업승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릎 맞대기’다. 표현 그대로 가까이서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를 자주 할 수 있는 분위기다. 될 수 있으면 말을 줄이고 서로 간 들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자식에게 물려준다는 생각보다는 계승자를 사업의 동업자나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존중을 해주어야 한다. 우리는 사업 파트너나 동업자를 자식 대하듯 대하지 않는다. 1세대가 2세대를 존중하면 우리의 2세대도 자연스럽게 1세대를 존경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차피 기업승계를 할 것이면 우선 작은 일을 맡겨 가면서 믿고 기다려야 한다. 실수나 실패를 할지라도 그것을 통해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다. 

 

 

100년 기업을 위해 필요한 노력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장수기업들을 보면 그들은 내외의 수많은 도전을 끊임없는 혁신으로 수성을 해나가고 있다. 나는 《백년가업 - 내가 생각하는 백년가게의 조건》 책을 쓰기 위해 설문지를 보낸 회사 중 ‘파버카스텔(Faber-Castell)’이라는 회사에서 좋은 점을 많이 보았다. 세계적인 장수기업인 파버카스텔은 1761년에 창립하여 261년의 역사를 지녔고, 9세대 경영인이 운영하는 세계최초의 연필 제조 회사다. 이 회사의 8세대 회장인 안톤 볼프강 폰 파버카스텔이 이런 말들을 했다. “중요한 것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 태도입니다. 스스로 연결고리로 여기며 지나친 성장을 욕심내기 전에, 회사가 오래도록 존속하는 방법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가업승계와 회사 운영을 위해 본받을 만한 말이다. 이처럼 세계적인 장수기업을 보면, 가업을 물려받는 2세는 물려받는 순간 다음 세대로 물려줄 준비를 한다. 대한민국의 공구유통업계도 2세대 3세대 경영을 넘어 백년 가업 백년 기업이 우후죽순 나타나길 기원한다.  

 

 

_ 송치영 한국산업용재협회 협회장, ㈜프로툴 대표이사 / 정리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