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경영 칼럼] 고객 관리해야 매출 오른다
여러 가지 방법을 써 봐도 매출이 잘 안 오른다면, 기존 고객부터 신경 쓰고 있는지 되돌아보자.
기존 고객 관리법 5가지를 소개한다.
회사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을 때였다. 필자는 당시 산업용 계측 장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고민은 언제나 매출이었다. 위로는 유명 글로벌 브랜드가 높은 기술력으로 저만치 앞서가고 있었고, 아래로는 국산 혹은 중국산의 저가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었다. 우리 팀은 새로운 매출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타겟 고객을 다시 정하고, 세일즈 스크립트를 가다듬고, 가격 구조를 현실적으로 손보기도 했다. 마케팅 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웬만하면 킨텍스나 코엑스 전시회는 빠지지 않았으며,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솔루션 세미나도 정기적으로 진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는데, 고민에 빠져 있는 우리 팀을 보더니 본부장님께서 한마디 툭 던졌다. “CRM에서 기존 고객 정리하고 연락 한 번 해봐!” 기존 고객? 이메일? 나는 좀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이메일 보낸다고 매출이 나올까? 스팸 처리나 되겠지. 게다가 이미 산 사람이 과연 또 살까?’ 당연히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으나 그렇게 엄청난 파급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쩌리, 영업이라면 매출과 관련된다면 그 어떤 것이라도 해야 마땅하다. 그것이 영업의 존재 이유다. 내친김에 ‘기존 고객’이라는 키워드를 좀 더 확장해서 우리가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 도출을 하기로 했다.
우리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았다. 물론 이 중에는 실제로 진행을 한 것들도 있었지만 실행하지 못한 것들도 있었다. 어쨌든 생각보다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때 나온 아이디어는 표1과 같았다.
영업팀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보상판매나 추천인 보상 프로그램 등의 직접적이고 화끈한 이벤트가 더 솔깃했으나, 재무팀과 운영팀 쪽에서 그런 이벤트는 선례도 없고 법적 근거에 비추어볼 때 위험할 수도 있으니 지금은 시기상조라 하여 진행하지 못했다. 어쨌든 나머지 아이디어는 곧 영업팀에 임무가 할당됐고, 한 달여 동안 집중적으로 소위 ‘기존 고객 프로모션’이 진행된 것이다.
결과는 상상 밖이었다. 생각보다 좋았다. 전화 혹은 이메일을 보내 구매했던 제품의 만족도와 추가 구매 의사를 물었는데, 솔직히 몇몇 분들께서는 실제로 활용을 잘 못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상당수가 재구매 의사를 밝혔다. 우리는 내부적으로 ‘아니 그럴 거면 진작 구매할 것이지 우리 쪽에서 연락을 하니까 왜 그제서야 구매의사를 밝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그것은 별다른 이유가 있기 보다는 마치 몸을 만들고는 싶던 와중 마침 헬스장 전단지를 받아서 헬스를 끊는 것과 비슷하다는 피드백을 들었다. 그리고 회사 예산이라고 하는 것이 계속 충분한 게 아니라, 어떤 때에는 부족하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여유가 있기도 하는 게 예산이라며 마침 연락을 잘 주셨다는 피드백도 들었다.
한편, ‘기존 고객 프로모션’의 하이라이트는 ‘빅딜 구매 고객 직접 방문’과 ‘기존 고객 간담회’였다. 진짜 효과는 여기에 있었다. 정말이지 이런 기획을 안 했다면 어쩔 뻔했나 싶을 정도였다. 사실 빅딜을 진행했던 고객은 당연히 VIP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들을 VIP 취급을 해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이 점은 참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그들이 중요한 고객이라는 것도 잘 알고 그들 때문에 우리 매출도 잘 나왔는데, 우리는 왜 그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일까? 그건 오래된 옷 보다 새 옷에 자연스럽게 손이 많이 가듯이 ‘기존 고객’ 보다는 ‘신규 고객’에 더 관심이 가는 이치인 듯했다.
어쨌든 기존 고객은 우리를 만나자 마자 그들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처음에는 서운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제품의 기능이 어떤 면에서 떨어졌으며, 다른 장비와의 호환성은 어떻고, 업그레이드 때문에 오히려 성능이 떨어졌다는 등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었다. 우리 팀장님은 그들의 말을 열심히 받아 적었고, 연신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괜히 긁어 부스럼 한 기분이다. 하지만 연민의 정이 들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제품을 그래도 잘 사용하고 있으며, 이 정도면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했다. 한결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곧이어 내가 누구누구를 알고 있으니 그 사람한테 이 제품을 소개해 주겠다, 또 요즘 모 대기업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하니 그쪽을 좀 알아보라는 식의 충고와 정보를 줬다.
공급자로서 같은 제품을 계속 팔다 보면, 즉 어떤 일이든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다 보면 관성이 생기고 매너리즘에 빠진다. 실제로 우리 제품에 하루 종일 파묻혀 판매자 입장에서 지내다 보니, 그 동안 우리가 시장에 대해 얼마나 몰랐나 싶다. 기존 고객들은 우리의 소비자이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누가 무엇을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을 놔두고 도대체 어디에서 무슨 시장 조사를 했던 것인지 우리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그들은 해당 산업의 살아있는 정보를 매일 접하면서 동시에 우리 제품까지 사용하고 있는 진정한 우리 편이다. 우리가 그들을 너무 오랫동안 방치했다는 반성을 했다. 이처럼 기존 고객은 여러 모로 이득이 많다. 우선 기존 고객을 만날 때는 에너지가 덜 든다. 신규 고객을 우리의 고객으로 만드는 과정은 ① 일반인 끌어들여 관심자로 만들기 ② 관심자를 전환시켜 리드(sales lead)로 만들기 ③ 리드를 클로징하여 고객으로 만들기 등의 순서로 이루어져 있는데, 기존 고객의 경우는 앞의 두 단계를 그냥 뛰어 넘어 그저 클로징 단계만 반복하면 되기 때문이다. 시간과 에너지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그만큼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또한 고객이 나를 대하는 태도 역시 완전히 다르다. 그들은 이미 우리의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기존고객 영업 원칙 5가지
이렇게 본부장님의 힌트에서 출발한 세일즈 프로모션 이후, 우리 영업팀은 일종의 영업 원칙을 정하였다. 기존 고객을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하던 관행 혹은 습관에서 벗어나, 기존 고객을 새로운 세일즈 리드 창출의 기회로 여기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그렇다고 해서 엄청나게 복잡하거나 어려운 일도 아니었는데, 신입사원들이 들어와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몇 가지 방법론을 공유했다.
1. 정기적으로 방문하라: 영업팀장이나 CEO가 담당자와 동반하여 기존 고객사를 방문하자. 기대 이상의 효과를 가져온다. 고객사는 자신들이 특별한 관심과 배려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우리 쪽에서도 팀장이나 사장이 방문을 드릴 테니, 고객사도 그에 맞는 적절한 상대가 참석해 달라고 애교를 부려보자. 고객사와의 관계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 특별한 이슈가 없더라도 고객들을 접촉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이탈 고객을 막을 수 있다.
2. 기존 고객 유지율, 추가 판매율 등을 영업팀 KPI에 포함시켜라: 기존 고객을 잘 유지하는 영업 담당자에게 높은 평가를 매겨라. 이러한 정책을 영업 담당자의 인센티브나 평가에 동기화 (Alignment) 해야 한다. 핵심성과지표 (KPI)에 확실하게 포함시키고 리포트에도 기존 고객 유지율과 추이, 추가 판매 비중을 기록하게 하라. 그런 장치만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담당자들에게 기존 고객을 중시하도록 만드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3. 맞춤형 이벤트를 진행하라: 우리 서비스를 도입한 지 1주년이 됐다면 그냥 넘어가지 말자. 가령 서비스 도입 1주년을 기념하여 고객사 직원 5명에게 추첨을 통해 스타벅스 상품권을 증정해 보자.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고객사 직원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처음부터 너무 크게 벌이지는 말고 위트와 여유를 담아서 진행하자.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에 부가 서비스가 있다면 그것을 제공해도 된다. 이렇게 감동한 기존 고객은 또 다른 신규 고객을 추천할지도 모른다.
4. 기존 고객을 영업 미팅에 참석하게 하라: 기존 고객 중에 비교적 우호적이고 친분이 깊은 담당자를 영업 미팅에 실제로 참석하게 해보자. 고객사는 최근 어떤 사항을 내부적으로 강조하고 있는지, 해당 산업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경쟁사들은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등 질문을 하다 보면 금방 고객과 한 팀이 될 것이다. 미팅 시간을 잘 조정하여 미팅 전후에 점심이나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5. 그래도 떠난다 하더라도 먼저 등 돌리지 않는다: 말없이 떠나가는 고객이나 잔뜩 성질을 부리고 떠나는 고객을 향해 정중히 고개 숙여 인사하자. ‘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 ‘그동안의 성원에 감사하다’, ‘언젠가 꼭 다시 돌아오시기를 희망한다’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서 배웅하자.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우리를 떠나는 고객에게 실례를 범한다. 방금 떠난 고객은 당장은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으니, 몇 개월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미팅을 시도하자. 그 사이에 다른 경쟁사에게 불만이 생겼을 수도 있다. 한 번 떠난 고객이라고 해서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거라 지레짐작하지 말자.
글 _ 유장준 / 진행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