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공구인 칼럼] 장사에 갖출 3박자
시대가 변하고 있다.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공구사업도 마찬가지다. 용기를 가지고 시작하면
어떻게든 통하던 과거의 사업과 달리 이제는
철저한 준비를 해야 살아 남는다.
최소한 3가지를 갖춰야 한다.
1987년 청계천에 들어와서 공구유통업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사람이 신용이 있고 성실하다는 인식과 판단이 있으면 주변에서 너도 나도 물심양면 도와주던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2022년이다. 어음이라는 것이 없어지고, 온라인 유통과 함께 라이브 커머스라는 판매방식도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이루어지던 비즈니스가 이제는 점점 비대면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더욱 장사하기 편리해진 시대지만 동시에 무한경쟁의 시대로 들어선 것 같다. 우리 공구인들은 과거의 낭만, 과거의 기억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우리는 달라져야 한다.
2022년 현재 공구유통업을 한다면 자본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최소 내가 유통하는 물건의 현금 3개월치는 항시 준비되어야 한다. 물건을 판매했다고 곧바로 수금이 된다는 착각은 하지 말자. 어떠한 사건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특히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신용을 지키기 위해 더더욱 많은 자본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사업을 시작하려는 후배 공구인들은 자본의 중요성을 생각하고 철저히 준비하도록 하자. 1980년대와 같은 과거에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살아남는 것이 사업이었는데 지금은 더더욱 많은 준비가 있어야 한다. 사람의 인맥이나 신용도 중요하다. 그러나 자본이 첫 순위다.
물건을 사 놓고 판매하는 시대가 아니다. 이제는 판매가 되는 유통망, 거래처를 확보해 놓고 물건을 구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맞다. 아무리 물건이 많아도 판매가 되고 수금이 된 후에야 이익이 된다. 판매가 되지 않는 공구는 재고가 되어 보관비가 들어간다. 물론 재고가 자산이라는 말도 맞지만 재고보다 중요한 것이 현금이고 현금을 만드는 것이 바로 유통망, 거래처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유통망과 안정적인 판매처의 중요성을 생각해야 한다. 공구는 썩지 않는다, 유통기한이 없다고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자. 유통은 회전이다. 빠른 회전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판매처, 유통망이다.
판매처와 같은 유통망을 키우고 늘리는 것이 바로 사람, 인간관계다. 나의 경우 외국의 에어 공구를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는 일을 한다. 중요 거래처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아는 진리다. 거래처의 어그러진 관계를 바로 잡는 것도 사람이고, 새로운 거래처를 발굴하고 만들고 하는 것도 결국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다. 인연을 쉽게 생각하지 말자. 그래서 많은 사람을 만나서 인사하고 아는 것이 영업에 있어 큰 위력을 발휘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온기를 불어 넣는 것은 결국 만남이다. 공구유통업을 하는 사람은 ‘자본’, ‘유통망’, ‘사람’ 이 3가지를 가지고 시작하면 좋겠다. 나 역시도 앞서 말한 3가지를 가지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물건 하나 수입하는 것이 어려운 시대였다. 해외 여행이 쉽지 않던 시대였고 인터넷도 없던 시대라 공구를 수입하는 일은 까다로웠다. 물건이 귀했던 시대라 사업은 상대적으로 쉬웠다. 앞으로도 경제는 계속 성장하고 발전도 계속 될 것이라는 희망도 있었다. 반면 지금은 일반인도 해외직구로 국내에 찾아보기 힘든 공구를 구입해 사용한다. 일반인이 해외의 물건을 수입해 사용 할 만큼 수입이 쉬워진 반면, 사업은 어려워진 듯 하다. 인구도 줄어들고 과거처럼 두 자리수 경제 성장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물건 판매가 어려워졌다. 사업이 어려워진 것이다. 사업을 쉬게 생각하면 안되는 시대다. 그렇기에 공구인들도 변화해야 살아남는 시대다.
지구 반대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원유가격이 오르고 곡물 및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것이 심상치 않다.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고 대비하는 것도 공구인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원자재, 원유가격이 오르면 제조업체로부터 지불하는 금액도 달라진다. 유통의 기본은 우선 물건을 잘 구매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올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저마다 준비하자. 물건을 더욱 구매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대출을 줄이거나 보다 나은 금리를 찾아서 은행들에 연락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공구인마다 환경이 다르다. 인플레이션이 온다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은지 스스로 공부하자. 환율, 원자재, 인플레이션은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준다. 그 영향에 맞춰 사업의 속도나 방향을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는 우리 공구인들이 자랑스럽다. 공구유통은 70년대, 80년대를 지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제품은 물론 사용하는 소비자의 요구사항도 알아야 하는 전문적인 직업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전문가다. 업계의 위기나 변화도 많았다. IMF, 온라인 유통의 출현, 대기업 공구유통 진출 등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공구인들은 살아남았고 성장했고 저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바르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다. 모두가 크게 성공한 것은 아니다. 나 역시도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브라보 마이 라이프 아닌가. 공구인 모두가 하나되어 업계를 위한 마음이 하나가 되기를 기원한다. 내 아들 딸, 2세 3세를 넘어 4세 5세까지 우리 업계 사람들 모두 승승장구 하길 응원한다.
글 _ 오철택 (주)한신기기 대표, 한국산업용재협회 수석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