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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경제 칼럼] 투자 승률 높이는 ‘변동성의 마법’

 

 

투자 승률 높이는 ‘변동성의 마법’

 

주식 등 투자와 사업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변동성’은 어느 부분에서 발생하는 걸까. 
필명 ‘샤프슈터’로 활동하는 투자전문가 박문환이 전하는 인생 필수 금융 노하우.

 

 

회사 경쟁력 알려면 변동성을 보라


어떤 회사에 투자를 고려할 때는 우선 그 회사의 경쟁 상태를 살펴야 한다. 경쟁 상태는 굳이 회계 장부를 보지 않더라도, 20세 이상의 직관력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오늘은 그중 하나의 방법을 알려주마. 독특하게도, 주기적으로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결함을 가진 회사들이 있다. 조금만 관찰하면 이런 회사들은 쉽게 가려낼 수 있다. 그전에, 네가 평생 조심해야 할 ‘변동성의 마법’에 대해 먼저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이 마법에 걸리면 네가 아무리 잘해도 파산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모든 투자에서 변동성의 마법에 걸리지 않도록 평생을 두고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 

 

 

50% 수익에 40% 손실인데 손해라고?

 
먼저, 문제를 하나 내 볼 테니 고민해보고 답을 말해봐라. 한 달에 꾸준히 1%의 수익을 유지한 사람이 있다. 반면, 이번 달에 50% 수익을 냈다가 다음 달에 40% 손실을 보면서 수익의 변동성이 매우 컸지만 그래도 손실보다는 수익이 많은 사람이 있다. 이 두 사람 중에서 누가 더 유리할까? 당연히 1%라도 꾸준히 수익률 내는 사람이 유리하다. 후자의 경우, 분명 수익 부분이 더 크고 손실 부분이 작지만, 이런 극심한 변동성은 결국 손실로 끝난다. 마치 마법 같은 일이지만 간단하게 증명할 수 있다. 100만원으로 투자를 시작해서 그다음 달에 50%의 수익이 났다면 150만 원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다음 달에 40% 손실이 나면 너의 계좌에는 90만 원밖에 남지 않는다. 어라? 50% 수익이 나고 40% 손실이 났다면 10% 이익인 것 같은데 오히려 10%의 손실이 되는 것이다. 다시 다음 달에 50% 수익이 나서 135만 원이 되었다가도 그 다음 달에 40% 손실이 나면 81만 원만 남는다. 잔고는 더 줄었다. 분명 50%가 이익이고 40%가 손실인데 왜 나의 잔고는 점점 줄어들까? 

 

수익의 변동성을 최소화하라

 
이처럼 수익과 손실이 반복되면, 시간이 갈수록 투자금은 내 생각과는 반대로 쪼그라들게 되는데 이를 변동성의 마법이라고 한다. 수익의 변동성이 심한 사람이 겉으로는 남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쪽박으로 가게 되는 ‘변동성의 저주’인 것이지. 그래서 이 세상 최고의 투자자 워런 버핏의 스승 ‘벤자민 그레이엄’은 버핏이 평생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한 가지로 ‘수익의 변동성을 최소화하라’를 권고했던 것이다. 실제로 투자의 세계에서는 많이 남길 수 있는 능력보다는 적더라도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능력을 더 높이 평가한다. 수익의 변동성이 크면, 남는 것 같아도 손해를 보는 마법에 걸려 결국 망하게 되니까 말이다. 늘 시장을 이기는 것 같은데도 계좌는 자꾸 마이너스라면, 변동성의 마법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평상시에는 돈을 잘 벌다가도 불황 때만 되면 급격히 수익이 악화되는 회사들이 있는데 이들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특성 때문이다. 바로 고정비가 다른 회사에 비해 크다는 점인데 이런 경우 역시 변동성의 마법에 빠지기 쉽다. 이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정비를 이해해야겠구나.  

 

고정적 비용이 많으면 불황에 약하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의 비용은 고정적으로 늘 들어가는 고정비와 변동비로 나눌 수 있다. 고정비는 생산을 늘리거나 줄여도 변동하지 않는 비용을 말한다. 변동비는 그 반대의 개념으로 생산을 늘리거나 줄이면 이와 함께 변동하는 비용을 말한다. 이해가 잘 안 가지? 예를 들어보자. ‘제조 경비’는 생산을 늘리면 비용도 커지기 때문에 변동비에 들어간다. 그래서 기업의 활동이 커져 변동비가 커지는 것은 비록 비용이 커진다고 해도 나쁜 일이 아니다. 경기가 좋아져서 생산을 늘리게 되면 그 매출 증가분만큼 변동비가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변동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기업의 이익도 함께 커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비용이라도 ‘임차료’ 같은 고정비는 어떨까? 생산을 늘리든 낮추든 임차료는 매 분기 일정하게 들어간다. 또한, 우리나라처럼 Strict한 고용시장의 여건상 ‘인건비’도 어떤 의미에서는 고정비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이 나빠지면서 물건이 안 팔린다고 해도 사람을 함부로 해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체 비용에서 인건비의 비중이 큰 회사라면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매우 심각한 경쟁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 이익의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에 고정비가 큰 회사들은 투자 리스트에서 가급적 제외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고정비가 적은 회사는 경기가 좋지 않으면 공장 가동률을 줄이면 된다. 매출액은 감소하겠지만 변동비 역시 줄일 수 있다. 결국, 고정비가 높은 회사들은 비용을 줄일 수 없으니 불황의 시기에도 공장가동률을 그대로 둘 수밖에 없고, 생산량이 그대로 유지되므로 초과 공급분을 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단가를 낮추어 파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경기 침체기에는 매출 단가가 하락하면서 전체 이익이 많이 줄어들거나 적자로 반전되는 일이 많아지게 되니 변동성의 마법에 걸리는 것이다.  

 

인건비는 고정비도 변동비도 될 수 있어 

 
인건비는 모든 나라, 혹은 모든 회사에서 무조건 고정비로 해석하지는 않는다. 예전에 애플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아웃소싱’을 든 적이 있다. 애플은 전체 인건비 비중에서 아웃소싱의 비중이 높았다. 경기가 좋을 때는 탄력적으로 생산을 늘릴 수 있고,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굳이 해고하지 않아도 주문만 줄이면 되기 때문에 경기의 등락에 대해 탄력적으로 비용을 운용할 수 있었다. 애플의 경우에는 인건비가 고정비가 아닌 변동비가 될 수도 있겠지? 그럼 어떤 경우에 인건비가 고정비가 되는지 쉽게 예를 들어볼까? 컴퓨터 보안 업체라면 당연히 매출의 대부분은 인건비다. 보안 업무는 아웃소싱을 할 수 있는, 즉 표준화된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술인력을 모두 자체적으로 고용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인건비를 고정비로 보는 회사가 된다. 경기가 좋고 컴퓨터가 많이 팔릴 때는 매출이 늘어 상관이 없지만 경기침체에 빠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차기 경기 호황을 대비해 사람을 해고할 수는 없고, 결국 직원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더 싸게 파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연히 수익의 변동성이 커지는 마법에 빠지고 회사는 곧 재무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수주를 위해 낮은 가격으로 경쟁하다가 대부분의 인터넷 보안업체들은 지독한 저가 경쟁의 늪에 빠지게 되었고, 재정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코스닥 시장 초기에 상장되어 있었던 인터넷 보안 회사들은 어쩔 수 없이 대부분 문을 닫게 되었지. 

 

 

인력 고정비 많은 회사는 투자 피할 것

 
건설이나 조선도 마찬가지다. 특히 노조의 힘이 커서 유연한 고용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직원들이 나태해져도 해고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 해고는 완전 해고를 의미하는 ‘Fired’와 일시적 휴지기를 의미하는 ‘Laid off’로 나뉘고,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에는 기업들이 탄력적으로 인력 수급을 해 경쟁력을 유지한다고 했지? 하지만, 우리나라의 건설사나 조선 업종은, 평상시에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지만 경기가 불안정할 때는 그들을 해고할 수 없기 때문에 매우 비탄력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 너는 장차 너의 투자 목록에서 어떤 회사를 지워야 하겠니? 전체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높은 회사에 대한 투자는 피해야 할 것이다. 특히, 그 회사의 기술이 공개된 기술이 아니라서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없다면, 경기 침체 시마다 심각한 경쟁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기억해둘 일이다. 또한, 네가 장차 창업을 하더라도 고정비가 많이 들어가는 사업은 경기의 순환 파동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해라.

  

진행 _ 장여진 / 글 _ 박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