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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확률 높이는 가격·판매 전략 4
구매 확률 높이는 가격·판매 전략 4
같은 상품이라도 고객이 필요하도록 느끼게 하고, 사고 싶게 만드는 가격&판매 차별화 전략.
똑같은 상품도 다르게 파는 법
공구 제품을 팔 때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는 남들 다 파는 제품을 나도 팔아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모든 판매자가 동일한 브랜드 그리고 동일한 제품을 팔아야 한다. 그러다보니 모두가 앞다퉈 가격을 내리고, 심지어 밑지고 팔기까지 하게 된다. 그야말로 피 튀기는 무한 경쟁이다. 소규모 영세 상인들은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없어 상대적으로 비싸게 팔수밖에 없기에 고통스럽다. 가격 차별화가 가장 절실하다는 점은 본인도 누구보다 잘 알지만 현실적으로는 가장 적용하기 어렵다. 게다가 온라인으로 판로가 옮겨지다 보니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이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혹시 오프라인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차별화할 수 있는 가격, 판매 전략은 없을까?
1 상품 의미 부여하는 큐레이션 전략
각각의 제품마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물건을 팔 때 가격으로만 승부하지 말고 상품 저마다의 스토리를 입히는 것을 말한다. 가령 2019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와이어스트리퍼, 독일 판매 1위 유압전동펌프, 대한민국 무형문화재 OO 대목장이 추천하는 드릴 등 사례는 많다. 가격만 표시해 놓지 말고 가격표 근처 눈에 잘 띄는 곳에 POP나 팻말을 붙여놓자. ‘큐레이션’이라는 단어는 원래 ‘보살피다’라는 뜻을 가진 큐라레(curare)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그저 돌 조각에 불과한 유물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며 국보나 보물이라 격을 높여 애지중지 보관하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뭉치로 파는 드릴비트라 할지라도 어떻게 제시하는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2 ‘이것만 있으면 다 돼’ 세트메뉴 전략
요즘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 ‘클래스101’(class101.net)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클래스101은 온라인 교육 사이트인데, 2019년 8월 기준 회원 수는 40만 명,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에서 130억 원 이상 투자를 유치하며 급성장한 스타트업이다. 이곳은 미술, 공예, 사진, 영상 등 예술 분야에 특화되어 강의를 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예술 분야는 실습 위주로 교육이 진행되어야하기 때문에 온라인 강의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이유는 바로 세트메뉴 전략에 있다. 단순히 미술을 온라인으로 강의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에 필요한 붓, 물감, 팔레트 등 초보자들이 처음 구입하기 어려운 재료들을 온라인 강의와 함께 세트로 제공, 판매하는 것이다.
공구상도 세트메뉴 전략을 응용할 수 있다. 절삭, 금형, 계측, 컴프레서, 용접, 전동, 철물, 원예 등 제품별로 구분하고 진열할 생각만 하지 말고, 과감하게 소비자의 목적에 맞게 주제를 정해서 세트로 제시하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어 ‘목공 초보자를 위한 공구세트’를 구성해 보자. 전동드릴, 캘리퍼스, 센터펀치, 이중기리, 스퀘어, 줄자, 드라이버, 비트, 나사못, 다보, 톱자루, 수평자, 샌딩페이퍼, 작업벨트 등을 묶어서 케이스까지 예쁘게 함께 판매하면 입문자들이 무엇을 사야할 지 몰라 방황할 때 큰 위안이 될 수 있다. ‘이것 하나면 입문용으로 앞으로 3년간은 무난하게 DIY 목공을 즐길 수 있습니다!’라고.
또 비슷한 사례가 있다. 일본의 유명 서점 츠타야(蔦屋書店)는 책이 잘 팔리지 않는 건 판매하는 쪽에 문제가 있다고 자책하며, 소비자들이 어떻게 하면 잘 구입하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기존의 여느 서점처럼 경영, 경제, 소설, 만화, 잡지, 수험서 등으로 분류를 한 게 아니라, 디자인과 건축, 음식과 요리 등으로 재구성을 했다. 그래서 요리 책 옆에는 냄비와 올리브오일을 함께 파는 등 파격적으로 세트를 구성했다. 처음 볼 땐 여기가 서점 맞나 싶었으나 ‘이 냄비에다가 이 요리를 해먹으면 맛있겠구나!’라는 이미지가 떠올리게 구성해 놓은 것이다. 그래서 츠타야서점의 모토가 ‘취향을 설계하는 곳’이다. 공구는 도구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의 목적은 도구를 사려는 게 아님을 지각하자. 세트메뉴 전략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를 유통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을 위한 라이프 스타일 인플루언서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3 선택지를 줘라, 골디락스 가격전략
고객에게 가격을 제시할 때는 기본적으로 3가지의 버전, 즉 Good, Better, Best 가격으로 견적을 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3가지 종류로 가격을 차등화 하는 방식을 ‘Good-Better-Best 가격법(GBB Pricing)’ 혹은 골디락스 가격전략이라고 한다. 이럴 경우 고객은 3가지의 선택지를 놓고 가격과 스펙을 비교 검토하게 되는데, 판매자 입장에선 꽤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기존에 고객은 ‘구매한다’ vs ‘구매하지 않는다’의 이분법에서 고민했는데, 여기에서 탈피하여 3가지 중에 ‘어떤 가격을 선택할까?’라는 완전히 긍정적인 고민을 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구매 확률을 훨씬 높이는 고민일 수밖에 없다. 흔히 쓰는 말로 프레임의 전환인 것이다. 설마 그럴까 하지만 이렇게 견적을 하면 고객이 구매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이미 여러 실험을 통해 입증이 되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3가지 버전의 가격을 제시하면 대부분의 고객들은 ‘Better’ 가격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대중들은 3가지 선택 안이 놓여 있으면 확률적으로 가운데 옵션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즉 Good-Better-Best 가격 방식의 목적은, 소비자들이 ‘Better’ 가격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는 데에 있다. 이것이 바로 골디락스 효과(Goldilocks Effect)다. 3가지 이상으로 너무 많은 옵션을 제공하면 오히려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스타벅스 메뉴판에 톨(Tall, 355ml), 그란데(Grande, 473ml), 벤티(Venti, 591ml) 사이즈만 적혀 있고, 숏(Short, 237ml) 사이즈가 적혀 있지 않은 이유가 나름 납득이 간다.
4 폰 요금제처럼, 서브스크립션 전략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가격 전략은 주로 온라인 비즈니스에 적용되는 것이 사실이다. 웬만한 클라우드 서비스가 이 가격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데, 아마존 웹서비스(AWS), 넷플릭스(Netflix), 네이버 클라우드, 협업 툴인 잔디(Jandi)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매월 얼마의 구독료를 정기적으로 받고 있으며, 그래서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라고 한다. 이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전체 총소유비용(TCO, Total Cost of Ownership)을 작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주며, 쓴 만큼만 돈을 내게 되는 일종의 종량제 과금 방식(Pay-as-you-go)의 성격을 띄게 되므로 합리적인 소비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비즈니스는 물론 거의 모든 제품이나 서비스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위메프에서 운영하는 W카페는 커피 무제한 패스 가격 전략을 사용 중이다. 예를 들어 월 29,900원을 내면 한 달 내내 아메리카노가 무제한이다. 카페라떼를 포함한 요금제는 월 39,900원, 모든 커피 요금제는 49,900원이다. 물론 하루 한 잔 기준이다. 통신사의 요금제를 따라한 것이다. 과연 이게 말이 되나 싶겠지만, 카페 근처에 직장을 다니는 커피 마니아 소비자들에게는 매우 합리적이다. 판매하는 카페 입장에서도 현금 융통에 도움을 주며, 낙전효과를 누릴 수도 있기에 가격을 적절히 설정하고 혜택 범위와 조건을 잘 조절하면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공구를 판매할 때도 소모품 등 저렴하지만 정기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들 제품을 잘 분류하고 구성하여 단골손님들에게 월간 비용 혹은 더 나아가 연간 비용을 받되 수량 한도를 적절히 정해서 제공한다면 거래상의 쓸데없는 행정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소상공인들에게 가격이란 언제나 불리한 것이다. 그러나 조금은 비싸더라도 지금까지 제시한 여러 가격·판매 전략을 이용한다면 경쟁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뻔한 제품에 가치를 새롭게 부여하고,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상품을 재분류를 하고, 이렇게 묶고 저렇게 묶어 번들을 제시하고, 기간을 이용해 가격을 다시 재구성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드릴을 팔지 말고 구멍을 팔자!
진행 _ 장여진 / 글 _ 유장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