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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무엇을 파느냐보다 언제 파느냐가 중요해

 

무엇을 파느냐보다 언제 파느냐가 중요

 

타이밍의 기술

 

 

 

 

낚시꾼이 물때를 노리듯 장사꾼도 때를 잡아야 한다. 시즌에 맞는 멋진 언어를 사용한다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김연아 경기 때는 홈쇼핑 스톱


2006년 6월 24일. 독일월드컵 스위스전에서 2대0으로 패전한 바로 그 다음날. 그냥 진 것도 아니라 심판의 편파적 오심 탓에 밤새 응원한 사람들이 잔뜩 열 받은 상태로 출근하고 있었다. 하필 그날 아침 8시에 하필 스위스 유명 브랜드 특집 방송이 잡혀있었다. 방송에서 이 상품 소개했다간 민족의 역적이 되는 상황. 담당 PD 얼굴을 보니 하얗다.
스위스 상품 방송이 시작되기 직전, 방송은 매몰차게 빠지고 타상품의 재방송으로 긴급 편성됐다. 타이밍 끝내준다. 만약 한국이 승리했다면 이 스위스 브랜드 상품은 초대박이 나고도 남았을 거다. 상품이 문제가 아니라 타이밍이 문제였다. 
2010년 2월 26일 정오 무렵.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결승전 빙판에 오른 순간. 나는 회사에서 그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방송 주문콜에서 정말 진귀한 장면을 봤다.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그 순간 콜이 0을 찍은 것이다. 아무리 홈쇼핑 시청률이 낮다 해도 주문콜이 제로인 경우는 못 봤다. 심야 재방송(새벽2~6시는 재방송이다)을 틀어도 콜이 나오는데 말이다. 당황한 MD는 전산이 고장 났나 싶어 본인 휴대폰을 눌러 주문 전화로 걸어보는데 그 순간 1콜이 팍 올라왔다. 정말 전국적으로 단 한명도 관심이 없었던 거다. 이 두 경험에서 알 수 있듯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무엇’을 파느냐보다 ‘언제’ 파느냐가 중요하다. 


명절 직후 보석판매 급증… 주부 보상심리


증권사 PT코칭을 하면 늘 듣는 말이 있다. ‘주식투자에 좋은 종목은 없다. 좋은 타이밍만 있을 뿐’. 금융용어에 ‘오버슈팅’이란 말이 있다. 환율, 주가, 금리 등이 한순간 미친 듯 폭등하거나 폭락해서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과하게 빠지거나 들어오는 현상을 말한다. 시장은 이때 대목이다. 상대가 오버슈팅으로 이성을 잃었을 때 치고 들어가 이익만 챙기고 빠지는 거다. 그래서 미래에셋대우증권의 PB들에게 세일즈 코칭을 하면서 이렇게 가르쳤다. “기회는 계절처럼 급히 사라집니다. 너무 똑똑해서 의심하고 재고 따지느라 기회를 놓치는 지적 바보들이 있죠. 매수는 타이밍입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마케팅에서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우산은 장마철보다 소나기 때 팔린다. 대부분 집에는 이미 우산 넘치게 있다. 장마철에 굳이 더 살 이유는 없다. 빈손으로 집을 나섰다가 예기치 않게 만나는 비에 지갑을 연다. 
보석이 가장 잘 팔리는 시기가 있다. 설날과 추석 지난 직후이다. 명절 때 시댁에서 고생했는데 그 보상으로 나를 위해 쓰라는 것이다. 이때는 확 질러도 남편도 뭐라 못하는 절호의 기회다. 이처럼 상품마다 최상의 판매 타이밍이 있다.
계절의 힘은 지갑을 열게 한다
핫커피와 아이스커피 중 어느 것이 더 비싼가? 아이스커피가 오백 원쯤 더 비싸다. 이제 그 이유가 무엇인지 대답해 보시라. 소비자 설문을 해 보니 다음 순서로 이유를 댄다.  

1. 얼음이 더 들어서 
2. 컵이 더 커야 해서 
3. 샷(에스프레소)을 더 추가해야 해서 
4. 빨대가 달라야 해서 

당신도 아마 ‘얼음 때문에’ 라고 대답할 거다. 정말 커피 회사들이 그 이유 때문에 가격을 높게 책정했을까? 정답은? ‘여름에는 값을 더 올려도 잘 팔리니까’ 이다. 겨울에는 돈을 주고 맛과 향만 사먹었다면 여름에는 갈증 해소, 시원함까지 사먹기 때문이다. 땀이 줄줄 흐르는데 그깟 오백 원쯤 어렵지 않게 더 지불할 의사가 있다. 계절의 힘은 구매력을 좌우한다. 
여기까지 얘기하고 질문 하나. 홈쇼핑에서 에어컨 방송 언제 할까? 정답은 여름이다. 내 몸이 느껴야만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더워야만 구매욕이 상승한다. 봄이나 추운 겨울에 판매하면 절대 안 팔린다. 6월부터 습도는 오르고 더위로 숨이 차오르기 시작할 때 본격적으로 방송을 하며 5월이라도 이른 더위가 찾아오면 바로 방송 편성이 잡힌다. 더울 때 팔아야 한다.  

 

 

계절별 시즌멘트를 준비하라! 

 
내가 홈쇼핑에서 만들어 놓은 시즌전략은 아직도 홈쇼핑에서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왜? 계절은 변함없이 똑같이 돌아오니까. 겨울엔 ‘콜록콜록 이제 그만’ 건강식품, 여름엔 ‘체력충전 으쌰으쌰’ 건강식품,  봄가을엔 ‘환절기엔 골골 안녕’ 건강식품. 이런 식으로 말이다. 당신도 이를 응용해서 당신 상품의 계절 멘트를 만들어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계절과 상관없어 보이는 생활가전으로 화제를 돌려 말해본다. 침구청소기는 언제 많이 팔릴까? 이 질문을 해보면 의외로 사람들은 봄이다. 여름이다. 겨울이다. 이러면서 의견이 분분해진다. 정답은 역시나 4계절 내내 잘 팔려야 한다. 한 침구청소기 회사에 만들어 준 4계절 시즌전략이다. 
위와 같이 4계절 시즌전략을 세워서 필요성을 계속 일깨워 나가서 상품 판매를 독려해야 한다. 그 달(月)에 맞는 계절 멘트를 준비하시라. 하다못해 기업과 달리 마케팅에 관심없을 것 같은 일본관광청도 ‘봄에 내리는 하얀 눈 일본 벚꽃 여행’이라고 광고하다가 계절이 바뀌면 “이맘때면 하늘에서 내리는 붉은 눈 일본 가을 단풍 여행”이라고 바꾼다. 공구 업계에서도 시즌에 맞는 긴밀한 시즌언어를 쏟아내야 한다.  

 

 

09월09일 공구데이 어때?

 
2월14일은 초콜릿 주는 발렌타인데이, 3월14일은 사탕 받는 화이트데이, 4월 14일은 자장면 먹는 블렉데이, 5월 14일은 장미주는 로즈데이… 우리나라는 언제부턴가 연중 내내 데이잔치 벌이느라 바쁜 데이공화국이 됐다. 마케팅의 산물에 놀아나는 건데 알면서도 지갑을 열지 않을 수가 연다. 감상적인 축일의 일시적인 변덕에 놀아난다는 것쯤은 잠시 잊은 채 말이다. 
이런 데이 기념일이 없다면 정말 힘들어질 산업이 꽃시장일 것이다. 바로 5월 셋째주 월요일 ‘성년의 날’이 있기 때문이다. 이날이면 대학가엔 꽃장사들이 나타나 장미꽃 단 한송이씩을 팔며 돌아다닌다. 한송이라 부담 없이 쉽게 살 수 있고 꽃의 계절 봄에 어울리는 선물이라 정말 학생들 많이 산다. 
공구상 업계에도 09월09일(공구월 공구일) 같은 ‘공구데이’를 만든다면 충분한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낚시꾼이 물때를 노리듯 마케팅도 때를 잡아야 한다. 비즈니스 공식, 상식, 법칙이 파괴된 유통 생태계에서 기존 성공률에 대입하는 짓은 실수다. 옷을 짓듯 함부로 고객을 재단하지 마라. 고객 마음은 달과 같다. 달의 모양은 볼 때마다 달라지듯 고객도 월초, 보름, 월말이 다르다. 시즌에 맞는 멋진 언어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시길. 

 

진행 _ 이대훈 / 글 _ 장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