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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공구인 칼럼] 멜탈 갑 王고참의 생생 조언

 

멘탈 갑 王고참의 생생 조언

 

35년 공구회사 근무 크레텍 이명숙 부장

 

 

 

 

내 어깨를 내가 두드리며


며칠 전 배롱나무(백일홍) 모종을 심으며, ‘이 나무가 큰 나무 될 때까지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작은 나무가 큰 그늘을 만들며 꽃을 피울 때까지 회사에 몸담고 싶다는 뜻이다.
나 역시 정말 작은 묘목에서 시작했다. 1986년 6월 16일, 나는 ‘책임기업사’라는 난생 처음 들어본 회사에 입사했다. 세상물정 아무 것도 모르던 스무 살 이명숙에게 쉰을 넘긴 지금의 이명숙은 말할 수 있다. 
“너 참 수고했다. 그리고 잘해왔다.”
그렇게 스스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한 직장에서 꾸준히 일해 온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이렇게 펜을 들었다.

 

직장에 오면 마인드 리셋


나는 원래 소심한 사람이었다. 낯도 가리고 사람들 앞에 잘 나서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회사에만 오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무엇이든 어떻게든 해내려는 사람이 된다. ‘새로운 삶을 살아보자’고 첫 입사 때 한 다짐처럼 말이다.
마케팅 절삭팀에서만 근 10년간 근무했다. 주문 전화가 오면 주문해주고, 특별주문 건이 생기면 공장에 알아보기도 하고, 참 재미있었다. 당시 직원이 35명 정도 됐을까. 야유회나 송년의 밤도 가족과 함께 참석할 정도로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주인과 나그네는 천지 차이


회사생활 15년쯤 되자 새 도전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뒀다. 화장품 영업사원으로 6개월을 일해 보니 이건 내 길이 아니구나 싶었다. 열심히 뛰어봐도 100만원 벌기가 쉽지 않았다. 주문전화 한통이 얼마나 감사한지…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는 것과 진짜 주인이 되는 것은 달랐다. 그리고 2001년 8월 6일 재입사했다. 주인이 되어 열심히 일했다. 그렇게 다시 19년이 흘렀다. 


베테랑에서 초신입으로 거듭나다


오래 근무하다보니 디자인, 경영정보실 빼고 대부분의 부서를 경험했다. 불평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오히려 ‘이곳에 또 내 할 일이 있구나,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을 가졌다. 재입사후에는 곧 웰딩으로 발령이 났다. 책임 제품은 다 아는데, 웰딩 제품은 하나도 몰라 난감했다. 서른 다섯 나이에 신입이 되어 한참 어린 옆직원에게 물어보며 일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때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2~3년간 고생은 했지만 그 덕분에 회사에서 파는 물건들 대부분이 내 머릿속에 있다.

 

회사의 성장이 나의 성장


배롱나무 한 그루 키우는 데도 공이 든다. 사람을 키우고, 회사를 키우는 것이 배롱나무 키우는 노고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동지가 되어 함께 커나간다면 어떨까. 입사할 당시 회사이름은 ‘책임기업사’였다. 그때에 비해 회사의 위상은 많이 높아졌고, 그만큼 나의 자부심도 커졌다. 회사성장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렇게 같이 커왔기 때문일까. 회사의 성장이 나의 성장이란 생각에 늘 회사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나에게 직장은 두 번째 집


살림을 못해서가 아니다. 나는 집에 있는 것보다 회사에 나와 일하는 게 좋다. 그러나 이런 나도 화가 나거나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나만의 비법을 소개한다면, 화가 날 때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노트에 적어본다. 화가 난 이유를 하나하나 적고 어떻게 해결할지, 또 어떻게 마음을 다스릴지 적는다. 일종의 마음챙김이다. 2012년 대구사이버대학에 진학해 상담심리학을 전공하며 얻은 지식도 유용하다. 나는 취미는 따로 없지만 책 읽는 걸 좋아하고 배우는 걸 즐긴다. 회사 도서지원제도도 적극 활용한다. 그리고 앞으로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싶은 열망과 영어 어학연수를 꼭 가고 싶다는 꿈이 있다. 

 

‘최선을 다하자’가 인생 모토


이 나이쯤 되면 최근 입사한 후배들이 내 자식 같고 이쁘다. 한 가지 조언을 한다면, 어차피 일하는 거 밝은 표정으로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누군가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산다고. 긍정적인 마음만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온 건 아닐까. 그래서 때로 가면이 필요한가보다. 나는 전화를 받을 때 도레미파솔의 ‘솔’톤으로 받으려 노력한다. 늘 ‘솔’톤의 기분이 아닐 수 있지만 노력하는 것이다. 나는 회사에 노동을 제공하고, 회사는 월급을 준다는 1차원적 생각에서 벗어나 함께 즐겁게 일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최선을 다하자’가 나의 인생 모토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

 

진행 _ 김연수 / 글 _ 이명숙(CRETEC 해외마케팅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