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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경제 칼럼] 유통의 무덤에 입성한 독일 할인마트 '알디'

 

유통의 무덤에 입성한 독일 할인마트 '알디'

 

단오절인 지난 7일 상하이(上海)에서는 독일계 할인점 알디 개점 행사로 들썩인다. 징안(静安)스포츠센터와 구미(古美)생활광장에 두 개의 점포를 내자 2만여 명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상하이 소비자들은 더운 날씨에도 새벽 5시부터 긴 줄을 선다. 문이 열리자마자 매장으로 달려간 소비자들은 650g에 8위안(약 1350원)하는 수입 바나나부터 25위안짜리 수입 우유부터 싹쓸이한다. 이 바람에 두 점포 선반과 물류 창고에 가득 찼던 물건은 하루 만에 모두 매진된다. 불황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중국인의 소비심리가 오랜만에 폭발하는 순간이다. 

초저가 할인마케팅으로 유명한 알디가 중국에 상륙하면 중국 소비문화를 통째로 바꿀 것이라던 소문 그대로다. 이런 전략으로 전 세계에 1만1000여개 점포를 낼 정도로 불황에 강하다는 이야기다. 유통 시장을 개방한 지 25년 만에 내로라하는 외국 업체들이 줄줄이 사업을 접는 시점을 중국 진출 시점으로 잡은 배경이기도 하다. 유통업체의 무덤이라는 중국서 지난해 롯데마트가 철수한 데 이어 최근 아마존도 중국 전자상거래 사업을 접는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중국 소비자들의 요구가 이른바 ‘천인천명(千人千命)’에서 ‘일인천면(一人千面)’으로 확 바뀐 탓이다. 이에 따라 슈퍼마켓과 전자상거래업체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O2O 형태의 소매업태간 경쟁만 날로 격화되는 양상이다. 알디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기다린 듯하다. 불황 마케팅으로 근 백년 간 갈고 닦은 노하우를 발휘할 시점이라는 판단에서다. 

고성장을 멈추고 불황이 닥치기 시작한 지난 2015년 중국 시장 진출 준비를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알디는 이 때 홍콩에 구매 센터를 설립한다. 그리고 2년 뒤 알리바바의 국제상거래 사이트인 텐마오귀지(天猫国际)를 통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접근한다. 주로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호주 상품을 가져다 파는 방식이다. 특히 신선우유나 포도주 등 가격 탄력성이 강한 품목을 중심으로 300여종을 취급하며 인기를 끈다. 이렇데 2년을 준비한 끝에 상하이에 오프라인 점포를 낸 것이다.

독일 1위 슈퍼마켓 업체인 알디는 실용형 슈퍼 체인이다. 1913년 독일 에센에서 35㎡짜리 식품 소매점으로 시작한다. 2차 대전 패망 후 카를알브레히트과 테오 알브레히트 형제는 부모로부터 이 구멍가게를 물려받아 1962년 알디라는 간판을 내건다. 젊은 형제는 당시 독일에서 일던 저가 상품 수요를 겨냥해 정기적인 할인 상품을 내놓았고 이게 히트한다. 이런 전략으로 지금은 전 세계 수십 개국에 진출해 있고 점포수도 1만개를 넘는다. 매출은 800억 달러에 이르고 유럽 각지에서 월마트와 치열한 승부를 벌이는 중이다.

그렇지만 알디의 영업 전략은 의외로 간단하다. 신선 식품을 빨리 회전시키는 것이다. 비싼 관리비를 물지 않기 위해 점포도 1500㎡이하로 소형화한다. 이를 통해 염가전략을 쓴다. 그렇지만 품질을 유지하는 바람에 저소득층이나 부유층 양측 모두에서 두터운 충성도를 확보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런 경쟁력은 월마트가 독일에 진출할 당시에도 큰 힘을 발휘한다. 월마트는 알디의 영업 전략에 밀려 바로 1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후 2006년 독일 시장에서 철수한다.

월마트를 독일서 밀어 낸 알디는 지명도가 더 높아진다. 개업하는 도시마다 알디 점포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고 이런 전통은 상하이까지 이어진다. 월마트의 심장부인 미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1976년 알디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첫 점포를 개설해 현재 35개 주에 1700점을 개점한 상황이다. 알디 점포가 들어선 도시에서는 월마트도 맥을 못 춘다. 가격이 월마트보다 10% 싼 전략이다보니 가격을 내리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어 보인다. 미국에서 조사한 슈퍼마켓 소비자 인식도에서도 알디는 월마트를 크게 누르고 1위를 지키는 이유다. 

최근 알디는 점포수를 늘려나가는 중이다. 월마트보다 20% 싸면 다른 슈퍼보다는 30% 싸게 판다는 이야기다. 영업점포 면적도 최소화한다. 월마트의 영업면적 4000㎡의 4분의 1정도다. 품목수도 만개를 넘는 월마트에 비해 1500종으로 특화한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고 번화가에 점포를 내는 것도 기피한다. 번화가를 벗나나 상대적으로 사람이 몰리는 주거지나 대학가 근처를 선택한다. 장식도 화려한 외관과 내부 장식 등 미관성보다 효율을 중시한다. 진열원칙도 무거운 물건을 아래 배치하고 가벼운 것을 상충에 올리는 식이다. 이러다 보니 종업원이 진열에 신경 안 써도 되고 교환하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알디의 ㎡당 매출은 1만3000달러로 월마트의 두 배 수준이다. 
종업원 수도 점포당 4-5명 정도로 적은 편이다. 1000㎡ 넘는 대형 점표도 10명이면 충분하다. 이들이 상품 입하부터 진열 계산 청소를 다 하고 손님들을 빨리 회전시킨다. 따라서 알디의 점원 인당 매출은 50만 달러 수준으로 월마트의 두 배다. 당연히 급여도 동업종 보다 50% 이상 높다. 

알디는 중국점포에서 중앙 지휘소를 두고 지역 분공사를 두는 중국식을 접목한다. 이른바 직원이 현장서 모든 일을 결정하는 외식업체 하이디라오(海底捞)보다 더 권한을 준다. 이른바 선거를 통해 뽑힌 직원들을 직원위원회를 통해 회사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식이다. 다른 중국 기업처럼 성장 목표가 없는 데도 영업력은 최고여서 코스트코와 최고 할인점 자리를 놓고 경쟁중이다.

한 가지 고민은 까다로운 중국 소비자의 비위를 어떻게 맞추느냐다. 예컨대 공짜 쇼핑백을 안 주고 쇼핑카트에 이용 보증금을 받으면서도 소수점 이하를 깎아주는 마케팅이 얼마나 지속될까에 성패가 달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독일에 대한 중국인의 친근감은 알디의 중국시장 안착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중국인의 국수주의적 애국심이 발동하기 전까지만 유효하다는 생각이다. 

 

글 _ 매일경제신문 현문학 기자


이 글은 매일경제신문으로부터 제공받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