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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경제 칼럼] 맥도날드엔 '햄버거 대학' 있다

 

맥도날드엔 ‘햄버거 대학’ 있다

 

햄버거 만드는 방법 가르치냐고요?
햄버거 만드는 사람을 키워냅니다
“빅맥 단골이 원하는 건?”… ‘맥’을 짚는 토론수업

 

 

현재 맥도날드는 전 세계 120개국에서 3만70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일 찾는 고객 수만 6900만명에 이른다. 세계 인구 20위인 태국 인구(6930만명·2019년 통계청 기준)만큼의 인원이 매일 맥도날드 매장을 찾는다는 의미다. 1988년 문을 연 한국맥도날드는 1만50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맥도날드 글로벌 매출은 지난해 기준 약 113조원에 달한다. 1955년 미국 일리노이주 데스플레인스에서 처음 매장을 연 맥도날드가 60여 년 만에 이처럼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저렴한 가격, 햄버거의 품질과 맛, 서비스 등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수많은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인만큼 제대로 된 직원 교육을 빼놓고는 성공 비결을 논하기가 힘들 것이다.

 

 

외식 공룡 맥도날드 교육의 중심에는 `‘햄버거 대학’이 있다. 햄버거 대학은 맥도날드의 전 명예회장인 프레드 터너와 맥도날드 창업자인 레이 크록에 의해 1961년 미국 일리노이 엘크 그로브 마을에 위치한 맥도날드 레스토랑 지하에서 처음 수업을 시작했다. 운영 첫해에는 15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후 졸업생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현재까지 36만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다.
당시 기업이 이런 대학을 세운다는 것 자체가 일반인들에게 생소하기도 했지만 설립연도가 창립 이후 6년째 되는 해에 불과하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물론 맥도날드가 초기 성장이 두드러진 회사이긴 하지만 일반 기업들이 성장 초기에는 시설 확장 등 생산 기반 넓히기에 주력하는 데 비해 맥도날드는 일찍부터 직원 교육의 중요성에 눈떴음을 알 수 있다. 

햄버거 대학은 2018년 6월 맥도날드가 글로벌 본사를 미국 시카고 다운타운에 위치한 웨스트 루프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함께 둥지를 옮겼고 맥도날드 본사 건물 2층에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맥도날드 본사를 방문한 이들이 햄버거 대학을 함께 둘러보는 경우가 많으며 유튜브 등에도 본사 건물과 함께 햄버거 대학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종종 올라오기도 한다. 

 

 

맥도날드가 전 세계 곳곳으로 진출함에 따라 글로벌 캠퍼스도 속속 설립됐다. 1971년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런던(1981년) 시드니(1989년) 뮌헨(1991년) 상파울루(1997년) 상하이(2010년) 등에 6개 캠퍼스가 추가됐다. 이외 지역들도 햄버거 대학 교육과정 중 일부를 가져와 나라별로 직원 교육을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미국 햄버거 대학에서 직접 교수 자격증을 취득한 직원 한 명이 햄버거 대학 교육과정을 직원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현재 연간 글로벌 햄버거 대학 과정 수료자는 7500여 명에 이르고, 한국의 경우는 레스토랑 점장, 중간 관리자, 본사 임직원을 포함해 연간 130여 명이 햄버거 대학 과정을 수료하고 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회사 고유의 `사람 중심 경영`으로 인해 이 같은 강력한 직원 교육이 이뤄지는 것 같다”며 “단순히 햄버거를 서빙하는 회사가 아니라 햄버거를 서빙하는 `사람들의 회사`를 기업 가치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일관된 기준에 맞는 메뉴를 서빙하는 것에서 나아가 직원 교육 및 고객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도 글로벌 통용이 가능한 일관적 기준 수립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교라는 이름을 붙이기는 했지만 `‘단순히 기업 교육이 강화된 수준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맥도날드 햄버거 대학교는 미국 주요 고등교육기관 조정 기구인 `ACE CREDIT(American Council on Education’s College Credit Recommendation Service)`에서 지원하는 대학 학점 추천제를 받은 유일무이한 퀵서비스 레스토랑이다. 미국의 경우 1600개 대학 및 칼리지에서 `‘Food Safety’, ‘Coaching’  같은 과목으로 학점이 인정될 정도로 수준이 높고 실제 대학에서 인정받고 있는 교육이다.

이름에 `햄버거`가 들어가다 보니 햄버거 만드는 법을 주로 배우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할 수도 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실제 교육과정은 직원들이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데 필요한 전반적인 지식이나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을 키우는 데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맥도날드 레스토랑 한 곳당 근무하는 직원은 대략 40~100명 정도로 웬만한 중소기업 규모와 맞먹는다. 이 정도 규모의 레스토랑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경영에 대한 지식은 물론 여러 사람과 원활한 의사 소통이 가능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코칭 능력, 리더십 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사장 한 명을 키우는 것과 비슷한 과정으로 실제 비스니스 환경에서 통할 수 있는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햄버거 대학의 가장 큰 특징이다. 실제로 유튜브에서 햄버거 대학 관련 영상을 보면 일반 대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실전 관련 기술들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는 후기들을 찾아볼 수 있다.

햄버거 대학의 교육과정은 맥도날드 임직원뿐 아니라 맥도날드와 함께 일하는 공급업체, 가맹점주 및 가맹점 직원, 협력업체 관계자들도 참여할 수 있다. 맥도날드의 문화를 함께 이해하고, 레스토랑 운영에 관한 경영기법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단 맥도날드 이외 업체나 인원이 교육에 참가할 때는 교육비는 참가하는 쪽에서 부담해야 한다.

 

글 _ 매일경제신문 박준형 기자

 

이 글은 매일경제신문으로부터 제공받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