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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정정용 감독의 승리 이끈 노하우

 

정정용 감독이 어린 선수들을 승리로 이끈 노하우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태극전사들이 2019 국제축구연맹(FIFA) 주최 U-20 월드컵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했다.

 

무명 정감독, 명장이 되기까지 


“슛~ 골인!”
“이로써 대한민국이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기뻐하십시오. 드디어 상상치도 못했던 월드컵 우승을 우리나라 20세 이하의 젊은 선수들이 해냈습니다.”
이렇게 끝나길 바랐건만, 끝에서 살짝 아쉽게 되었다. 하지만 준우승이라는 결과에 기쁜 마음으로 박수를 보낸다.
FIFA 주최 U-20 월드컵 결승까지 올린 감독은 그전까지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정정용 감독이다. 얼굴은 개그맨 김대범을 닮았고, 하는 행동은 2002년 월드컵에 4강 신화를 만든 히딩크와 비슷하다. 사실 그는 오래전에 선수 생활을 접었다. 스물아홉 살의 꽃다운 나이에 이랜드 푸마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얼굴뼈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고 그만두었다.
선수를 할 때도 명지대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던 정정용은 한양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그 이후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했다. 하지만 일찍 선수 생활을 그만둔 무명인 그에게 미래는 어떻게 보였을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U-14팀 코치를 시작으로 U-17, U-23팀 등의 코치와 감독대행을 하며 꾸준히 실력을 만들어왔고,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그동안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구성원을 이끄는 방법


요즘 직장에서는 젊은 밀레니얼 친구들을 이끄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한다. 회사에 어렵게 들어와서는 자신과 안맞다고 금방 나가버리고, 회사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개인주의적인 성향도 강하다. 30대 직원들도 그런데 20살도 안된 친구들은 얼마나 더할까? 이런 선수들을 이끌고 월드컵 결승까지 이끈 데에는 그만의 노하우가 있다. 당돌하기 그지없는 이승우 선수도 정 감독을 가장 존경하는 감독으로 꼽는다. 이강인 선수도 정 감독이 최고라고 한다. 우리도 회사에서 젊은 직원들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의 노하우를 배워보자.

 

 

1.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정 감독은 팀을 이끌 때 무엇보다 소통을 중시한다. 선수들과 상담도 많이 하고 대화도 많이 나눈다. 훈련을 할 때도 기존의 감독들이 강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무조건 따라와’였다면 그는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주고, 선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를 알아간다고 한다. 선수 입장에서는 어린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정 감독으로부터 배려 받았다는 마음,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런 감정을 느낀 사람들은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을 위해 기대에 맞는 행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한다. 행동은 마음을 따라간다.

 

 

2.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준다
어린 선수들도, 어린 직원들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처음 하는 경우가 많을 테니 이는 당연하다. 경기에서도 직장에서도 대충 가르쳐 주고 알아서 잘 하라고 하면 젊은 친구들은 멘붕에 빠지게 된다. 선배들은 그렇게 실패하면서 배운다고 하지만 어려서부터 학원과 집에서 친절한 배움을 받고 자라난 아이들은 기성세대와는 어려울 때 느끼는 충격의 강도가 다르다. 정 감독이 전술 노트를 만들어 선수들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동영상을 함께 보며 피드백을 해준 것처럼, 직장에서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자신의 역할에서 잘할 수 있도록 자세하게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순간순간 변하는 상황에 따른 전술 변화처럼 급속히 변하는 환경 속에서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

 


3. 각자가 주인공으로 느끼게 한다
에콰도르전에서 감독은 이강인 선수를 빼고 박태준 선수를 기용했다. 다음 경기의 체력 안배를 고려한 전략적인 결정이었겠지만 박태준 선수는 끝까지 벤치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팀을 위해 헌신하는 역할로 한몫을 했다고 느꼈을 것이다. 또한 김정민 선수가 수비 불안을 보이자 공격적인 위치로 올린다거나 엄원상 선수를 후반에 투입하여 선수가 가지고 있는 스피드를 극대화 시키는 등 경기의 흐름 속에서 선수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전술적인 의사결정을 한다. 회사에서도 리더의 의사결정은 팀의 성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직원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역할을 나눠주고 일을 주는 것이 그 직원이 일하면서 승리의 쾌감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 자신이 소외되지 않았다고 느꼈을 때 원팀이 만들어진다.

 

 

4. 성공사례로 자신감을 극대화한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 동물이다. 일이 잘 풀려갈 때는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듯하고, 잘 안되면 주눅이 들어 가지고 있는 능력조차 발휘하지 못한다. 이번 우리 선수들은 처음 포르투갈 전에서는 패했지만, 남아공, 아르헨티나, 일본을 차례로 깨부수면서 자신감을 끌어올렸고, 3:3 동점에 승부차기까지 갔던 세네갈 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가져오면서 팀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준결승에서 남미 챔피언인 에콰도르를 이기면서 모든 선수가 우승을 염원했다(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에서는 아쉽게 패했지만), 직장에서 리더는 직원에게 어떤 일을 주느냐에 따라 자신감을 끌어올릴 수 있다. 처음에는 쉽게 할 수 있는 일에서 시작해서 점점 난이도를 높여 나가면서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다. 이때 핵심은 도전적이지만 달성 가능한 일을 주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는 일에 대해 몰입하게 하고 주어진 일을 이뤄낸 기쁨과 자신감으로 더 큰 도전을 하게 만들어준다.

 

 

5. 자신이 아닌 그들 입장에서 생각한다
세네갈 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자 선수들은 정 감독에게 생수를 뿌리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 모습을 보고 점잖은 어르신 기자분들은 감독에게 좀 과한 세리머니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하자, 정 감독은 기쁨을 나누는데 그 정도는 괜찮다, 자신도 좋았다고 대답을 했다. 기본적인 규율 안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평소에 그가 선수들을 얼마나 수평적으로 대했는가를 보여준다. 또한 선수들이 경기를 해오는 동안 핸드폰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에 비해 핸드폰을 끼고 사는 젊은 선수들 같은 경우 이렇게 해준 것에 대해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다고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부르는 신세대 아이들에게는 핸드폰을 쥐고 주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놀기도 하고, 쉬기도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만든 것이다. 여기서 정 감독 리더십의 핵심은 '자신이 중심이 아니라 선수들을 중심에 놓고 행동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주인공이 되도록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선수들은 자신을 위해 팀을 위해 미친 듯이 뛰어다닌 것이다. 직장의 리더들도 잊지 말자. 젊은 직원들은 선수이고, 자신은 감독이다. 선수들이 뛰어다녀야 할 일에 자신이 뛰어다니지 말자. 직원이 해야 할 일이 있고, 리더가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다.

나 혼자 잘 되려고 하기보다 직원들이 주인공이 되고 빛나도록 만들자. 그들이 빛날 때 자신도 빛나게 되어있다. 그들의 성공의 합이 리더의 성공이기 때문이다.

 

글 _ 이형준 / 사진 _ 대한축구협회, 연합뉴스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