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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비즈니스 말하기 - 이미지선언 기술

 

피곤할 땐 박카스! 딱 떠오르게 하라

 

이미지선언 기술

 

TV를 사려고 마음먹었다 하자. 
먼저 사이즈를 고르고 그 다음으로는 기술적 사양보다 
브랜드를 고민한다. 그만큼 우리는 이미지에 따라 판단하고 
이미지에 따라 사고하는 것이다.

 

들국화와 참나무


간단한 실험을 해보자. 당신에게 두 가지 질문을 하겠다.
첫째, 들국화라는 꽃을 본 적 있는가? 아마 당연히 봤다고 대답할 것이다. 착각이다. 당신은 평생 들국화를 본 적 없다. 들국화라는 품종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을에 피는 야생 국화류를 총칭해서 들국화라고 이미지상 부르지 들국화라는 종은 실제론 없다. 
두 번째 질문, 참나무라는 나무를 본 적 있는가? 역시 당연히 봤다고 대답할 것이다. 역시 거짓말이다. 참나무도 존재하지 않는 사물이다.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등 참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들을 총칭해서 부르는 말이지 정확히 참나무라는 나무는 없다. 
이처럼 존재하지 않는 꽃과 나무를 평생 보아 온 것 같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이미지는 언어적으로 표현하거나 말로 정형화시킬 수 없는 영역까지도 지배한다. 

 

대중은 이미지로 판단한다


기업 강의를 희망하는 지망생 네 명에게 15분씩 돌아가며 한 시간 강의를 맡겼다. 먼저 자기소개를 하도록 했는데 앞의 두 명에게는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당당하게 자신감을 피력하게 하고, 뒤의 두 명에게는 “겸손이 미덕이야. 최대한 자신을 낮춰야 해!”라면서 ‘제가 배우는 입장이지만’, ‘저도 부족합니다만’ 식의 소극적이고 소심한 자기소개를 시켰다. PT를 경청한 청중에게 설문을 돌렸더니 후자가 전자보다 아마추어라고 답했다. 이처럼 이미지는 사람들의 생각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다.
이것을 이미지선언 기술이라 한다. 먼저 이미지를 선언해 버리면 사람들은 실제 상태나 본 모습과는 상관없이 선언한 그대로 믿어버리는 심리를 말한다. 일종의 ‘이미지선언 효과(Image declaration effect)’다. A는 한마디로 B다 라고 선언하면 대중들은 정말 A를 B로 의심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먼저 이미지를 선언해 버렸기에 소비자들은 그대로 믿게 된다. 

 

이미지선언 기술의 중요성


시대 트렌드는 계절처럼 급변하기에 기업들은 그에 걸맞은 이미지 전환을 하려 애쓴다. 하지만 기업은 자신의 본질을 잃으면 끝장이다. 다음 두 회사의 비교되는 이미지선언을 보라. 

 

 

월마트는 가격 내리면 끝장이다. 월마트의 모토는 매일 최저가(everyday low price)다. 절대 세일이나 프로모션 안한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똑같다. 덕분에 한국에서 망하게 된 결정적 이유 중 하나가 됐다. 한국 소비자들은 저녁이나 마감 즈음에는 할인도 하고 덤도 주고 하는 인간적 정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 시장에서는 먹히지 않는 이미지선언을 심어주려다가 결국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게 되었다.

 


반대로 다이소는 가격 높이면 끝장이다. 다이소는 3만개가 넘는 품목이 있는데 이중 80%가 천원대 이하인 저가 정책이 모토다. 다이소 박정부 회장은 “천원 가게의 정체성을 깨면 다이소가 존재 못한다(동아일보)”고 했다. 이 천원짜리를 팔아서 다이소는 한해 2조원에 육박하는 놀라운 매출을 내고 있다. 

 

분명한 콘셉트는 성공의 열쇠


이미지는 전 세계인의 공통 언어다. 피곤할 때 박카스, 불안할 때 우황청심원이 떠오르는 것처럼 어떤 상황에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그 이미지를 자기 선언의 언어로 내세우면 콘셉트가 되는 것이다. 
닛산의 ‘패스파인더’라는 차종의 이미지선언 콘셉트는 ‘몸이 평화로워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모험은 평화로워야 한다. 몸이 편안할 때 험난한 여정은 가족을 위해 준비된 풍경’이라는 제법 긴 문구를 내세운다. 그리고 차창 밖으로 평화로운 절경이 펼쳐진다. 이 차종의 이미지는 먼 길을 가족과 떠나도 평화로운 승차감, 안락감이 되겠다.

 


캐논은 ‘인물 사진에 강하다’라는 콘셉트로 이미지를 굳혀 놨다. 나는 똑같은 여성 모델을 세우고 전문 사진작가를 시켜 캐논, 니콘, 삼성, 소니 4개 브랜드의 카메라로 각각 촬영을 하게 했다. 삼성전자디지털프라자 직원 백 명에게 이 중에 캐논 사진을 찾아보라 했다. 15%도 못 찾아냈다. 그래도 일반 소비자들은 캐논은 유독 인물 사진에 강한 줄 안다. 이미지의 승리다.

 

이미지선언의 방법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미지선언의 기술을 사용하는 한 방법은 이미지가 유추되는 단어를 조합해서 간단한 문장이나 구호를 만들어 보는 훈련을 하는 거다.

예를 들어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의 신상품 중 ‘마이크혼 짚티’라는 티셔츠는 옥수수에서 추출한 소재로 만들어진다.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천연, 자연 소재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 이미지를 조합해서 문장을 만들어 보자. ‘자연의 옥수수로 실을 짰다. 음식을 입는다. 자연을 입는다’ 이런 식으로 계속 문구를 뽑아 보는 거다. 이제 매장에 손님이 오면 한마디로 던지면 된다. “고객님, 이 티셔츠를 입으시면 한마디로 자연을 입는 겁니다. 흙에서 자라난 옥수수로 만들었거든요. 티셔츠는 우리 살에 직접적으로 닿는 속옷과 같아 화학물질과 장시간 밀착되면 좋을 게 없죠. 그런데 천연 성분이라니 얼마나 안전합니까?”

 

너저분한 설명보다는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이 제품은 한마디로 이런 포인트가 있습니다.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점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라고 정의내릴 수 있게 선언해도 좋다.
간 건강에 좋은 건강식품을 팔아야 한다고 하자. 우선 간에 대한 이미지를 한마디로 정의내리고 시작하는 거다. “간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우리 몸의 건강필터입니다.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는 모든 독소, 노폐물, 세균을 걸러내는 관문입니다. 겨우 1%미만의 세균만 통과할 수 있게 해주지요. 그러니 우리 몸의 건강필터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정수기 필터야 때가 쌓이면 교체하면 되지만 간은 교체가 안 됩니다. 내 생명과 영원히 함께 가는 소중한 장기를 위해 얼마나 돈을 쓰십니까? 간 건강에 좋은 이 건강식품을 드십시오.”

 

신념과 의지의 슬로건을 걸어라


멋진 슬로건을 내거는 것도 이미지선언에 한 몫 한다. 특히 슬로건의 장점은 우리 상품이 지향하는 방향과 주장을 담고 있어서 그 기업의 신념과 의지를 담을 수 있다. 
밀폐용기 락앤락은 ‘환경과 사람을 생각한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친환경 제품을 만든다. 2007년 설립된 안마의자 바디프랜드는 ‘건강을 디자인하자’는 캐치프레이즈로 눕기만 해도 근육이 풀려 건강해질 것 같은 근사한 디자인의 안마의자를 내놓고 있다. 자격증전문기관 에듀윌의 이미지선언은 ‘에듀윌은 합격이다’ 이다. 문장이 말이 안 되지만 상관없다. 
왠지 잘 가르칠 것 같고 합격률로 말하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르까프는 요즘 ‘사는 게 다 스포츠야’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일상에서도 데일리화로 사용가능하다는 것과 함께 일상의 모든 부면에서 르까프를 신고 즐기라는 메시지를 준다. 

 

슬로건으로 효과 본 시디즈 의자

 


시디즈 링고 의자의 컨셉은 ‘생각이 자라는 의자’다. 왜? 생각하는 힘은 앉아있는 시간만큼 자라니까 오래 앉아있게 하는 의자일수록 생각이 많이 자라게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서 나아가 이 의자의 슬로건은 ‘의자가 인생을 바꾼다’이다. ‘의자가 자세를 바꾼다. 집중력을 바꾸고 성적을 바꾼다. 어쩌면 당신의 연봉도 바꾼다. 의자가 인생을 바꾼다.’ 의자가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는 이 메시지로 2016년 마케팅효과가 가장 뛰어난 광고로 뽑혔다. 광고 마케팅의 실질적인 효과를 선정 기준으로 삼는 에피어워드 코리아 대상을 받았다. 


장문정이 성공한 이미지선언


나 장문정의 요즘 이미지선언은 ‘한 시간에 210억을 판 남자’다. 그 이야기를 해보자. 
필리핀 세부에 있는 리조트와 필리핀 클락에 있는 호텔 2군데의 수익형 분양 컨설팅을 맡았었다. 제일 중요한 건 첫 단계인데, 바로 콘셉트와 슬로건이다. 내용은 이렇다. 1구좌당 1500만원을 일 년간 맡기면 이 리조트와 호텔에서 일 년 동안 30박을 할 수 있다. 온천 무료, 대한항공 항공권 무료, 골프 무제한 라운딩 무료 등등 특전이 넘쳐나고 더 중요한 건 매달 말일이면 확정금리 13%로 회원의 통장에 수익금을 따박따박 넣어준다. 
고객들에게 보낼 사업설명회 초대장 문구를 고민했다. “우리 가족 사계절 휴양 완벽 해결, 가입 즉시 지급되는 안정적 고수익” 길다. 간결하게 운을 맞췄다. “즐겨라! 달콤한 휴식. 누려라! 연금같은 수익” 그리고 서브슬로건을 달았다. “설레이는 새로운 꿈은 이 아름다운 초대로 시작됩니다.” 
사업설명회 날. 1300명 참석자 앞에서 개그맨 사회자는 이 문구를 힘차게 외치며 시작했고 이날 단 한시간만에 210억 어치의 판매고를 올려 줬다. 그야말로 이미지선언의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