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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경제 칼럼] 美·中 무역 분쟁과 원화값

 

美·中 무역 분쟁과 원화값

 

G2 경제력·교역량 세계 최대
양국 충돌로 교역 위축되면 수출의존도 높은 韓에 악영향
달러 등 안전자산 선호 커지고, 원화 등 신흥국 통화매력 감소

 

 

 

최근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되면서 달러당 원화값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1달러당 원화는 1110~1120원 선에서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3월부터 슬금슬금 1130~1140원대로 떨어지는가 싶더니 5월 들어서는 순식간에 1190원까지 급락했습니다. 왜 미국과 중국이 일으킨 갈등에 우리나라 통화 가치가 이렇게나 떨어지는 걸까요? 환율의 개념부터 설명해 보겠습니다.

 

 

- 환율이란 무엇인가요

 

▹서로 다른 두 통화의 교환 비율을 말합니다. 즉 원·달러 환율은 미국 1달러당 우리나라 원화가 얼마인지 나타내는 상대 가격입니다. 원화 환율은 보통 외화를 기준통화로 삼습니다. 현재 국제 금융 거래의 기본이 되는 ‘기축통화’가 달러이다보니 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환율을 ‘1달러당 자국 화폐’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환율은 상대 가격이기 때문에 달러가 강세일 때 원화는 상대적으로 약세가 되고, 반대로 달러가 약세일 때 원화 가치는 달러에 비해 강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원화는 약세(하락), 반대로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는 강세(상승)라고 표현해도 같은 의미입니다. 매일경제신문에서는 수출업체 등 한국 독자의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원화 가치를 기준으로 쓰고 있습니다.  

 

- 통화 가치는 왜 오르내리는 건가요

 

▹ 금융시장에서 주가가 해당 기업의 영업 실적과 전망에 따라 좌우되듯, 통화 가치도 각국의 경제·정치 변수에 따라 변화합니다. 당연히 원·달러 환율은 미국 등 해외 경제 변수도 직접 반영해 움직입니다. 특히 오늘날에는 국제 금융시장이 거대해지고 전 세계 뉴스가 시시각각 전달되기 때문에, 환율을 이해하기 위해선 글로벌 동향에 눈과 귀를 열어둬야 합니다. 고정환율제도에서는 정부나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합니다. 변동성을 낮춘다는 장점은 있지만, 글로벌 자본 이동이 어려워져 외화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최근 미·중 무역갈등에 원화값이 급락 (환율이 급등)하는 이유는

 

▹ 국제사회에서 가장 막강한 경제력과 교역량을 보유한 두 나라가 서로 관세를 물리며 교역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충돌하면, 그 여파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주변국에도 닿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별 수출 비중은 중국 26.8%, 미국 12%로 각각 1, 2위였을 정도입니다. 즉 무역갈등이 심화할수록 우리나라 경제 여건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원화 가치를 떨어트리는 겁니다. 또 한편으로, 갈등이 지속될수록 달러는 강세를 띱니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하는데, 이 상황에서는 위험자산보다는 안전자산에 투자하고자 하는 심리가 강해집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나 일본 엔화를 매수하는 세력이 늘면 그만큼 이들 통화의 가치는 상승하게 됩니다. 반대로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는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만큼 투자 매력도가 떨어집니다. 

 

- 원화값 급락(환율 급등)이 우리나라 수출업체에는 유리하다던데

 

▹ 수출업체 입장에선 이런 호재가 없을지 모릅니다. 같은 1만달러에 팔아도 한 달 전보다 50만원을 더 받을 수 있는 것이고, 외국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황을 긍정적으로만  보긴 어렵습니다.
원화 약세의 배경이 다름 아닌 ‘세계 교역 위축 우려’와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 등 ‘경기 둔화 우려’에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매월 하락 일변도입니다. 이달 1∼10일 수출액은 130억달러에 그쳐,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6.4%(9억달러) 줄었습니다. 원화 약세에 따른 일시적 수익성 개선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산업 구조 재편과 신성장 동력 발굴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잇달아 나오는 이유입니다. 

 

글 _ 매일경제신문 / 그림 _ 정찬동 

 

이 글은 매일경제신문으로부터 제공받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