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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비즈니스 말하기 - 히스토리 기술

 

상품을 돋보이게 하는 히스토리 기술

 

히스토리를 보여줄수록 매력도는 높아진다


백화점 프로모터들을 교육하면서 재미난 현상을 체크했다. 르쿠르제 라는 브랜드의 무쇠주물냄비 3종을 진열해 두고 A그룹에게는 ‘색깔 예쁘다’라는 말만 전했고 B그룹에게는 “이 냄비의 비밀 아세요? 냄비는 표면에 에나멜 입히는 작업이 생명처럼 중요합니다. 왜냐면 결국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물이 직접 닿는 면은 냄비 표면이니까요. 코팅 기술력은 수백도 고온에서도 나쁜 화학물질이 조리하는 음식에 배어나오지 않아야 하고 음식 맛을 좌우하기에 냄비의 생명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르쿠르제는 냄비에 이 덧칠 작업을 30년 이상 경력의 장인이 하기에 일반 냄비와는 차원이 다릅니다”라고 히스토리를 밝혀줬다. 그러고 나서 체크를 했는데 동일한 제품을 A그룹 교육생들은 평균 0.7회 만진 데 비해 B그룹은 평균 2.3회 만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B그룹이 3배 이상 더 꼼꼼한 눈빛으로 더 자주 만진 것이다. 이처럼 숨은 히스토리를 꺼내 보여줄수록 고객이 느끼는 제품의 매력도는 올라가는 것이다. 

 

매력적인 속살을 고객에게 드러내라


‘30년간 김치찌개 하나만’ 이런 식당은 간판만 보고 믿고 들어간다. 세월이 믿음이다. 상품의 대단하고도 멋진 히스토리를 밝혀주면 뭔가 있어 보인다. 상품의 숨은 비밀, 굉장한 매력, 몰랐던 정성 등을 캐내서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것이 히스토리의 기술 되겠다. 
히스토리 기술은 평범해 보이는 상품을 말로써 순식간에 돋보이게 만드는 방법이다. 내 상품의 숨은 히스토리(공과 노력이 들어간 제조 기술, 오랜 제조 역사, 숨겨진 기술력 등)를 드러내서 드라마틱하게 밝혀 주는 것인데 마치 상품을 해부하듯 속살을 매력적으로 벗겨 보여주는 기술이다.

 

보물 상자를 닫아둘 필요가 없다


호빵, 송편, 만두는 깨물기 전엔 속을 모른다. 그러다가 딱 깨물었을 때 자기가 좋아하는 맛이 들어 있으면 괜히 횡재한 듯한 기분이 든다. 이처럼 상품을 일일이 깨물어볼 수는 없으므로 속을 열었을 때 대단한 것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어린 시절 깨물고 나서 단팥이 아니라 야채 호빵임을 알게 될 때 느꼈던 재미처럼 우리 상품도 속을 까보면 뭔가 대단한 게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아마 공구제조·유통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다양한 업종에 대한 지적 통찰력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식품업에서 행해지는 히스토리 기술을 몇 가지 언급한다. 

 

① 맹물도 사연 있는 물이 더 맛있다
일반 생수라도 숨겨진 히스토리를 밝혀주면 느낌이 달라진다. 

 


“생수 브랜드 제주삼다수는 여타 생수와 다른 점이 하나 있죠. 신기하게도 제주도에 정수 공장이 없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대신 4백 미터짜리 천연 필터가 있습니다. 제주도 땅은 현무암층과 송이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4백 미터나 되는 층이 천연 필터 역할을 합니다. 빗물이 이 두꺼운 층을 서서히 통과하면서 자연 필터링이 되어 깨끗하면서도 천연 미네랄은 살아있는 신선한 물이 됩니다. 이렇게 걸러진 물은 원수가 너무나 깨끗해서 별도로 정수 처리를 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제주도에는 정수 공장 자체가 필요 없는 겁니다. 가장 자연에 가까운 깨끗하고 좋은 물을 드십시오.”


② 라면도 히스토리를 알면 다를 걸? 
라면은 서글픈 조사를 혹처럼 달고 다닌다. 라면‘을’ 먹을까 라고 하지 않고 라면‘이나’ 먹을까라고 한다. 천대받는 조사가 꼬리표처럼 붙는다. 라면을 목표로 먹기보다는 딱히 땡기는 것도 없으니 몸에는 안 좋지만 건강 죄책감을 한번만 눈 딱 감고 꿩 대신 닭으로 먹을까라는 의미다. 그 인식의 중심에는 합성조미료만큼이나 몸에 안 좋은 것의 대명사인 라면스프 때문이다. 하지만 라면 스프도 그 안에 담긴 히스토리를 밝히면 달라진다. 

 


“신라면 스프는 그 해에 생산되는 버섯, 고추 등 산지에서 선별한 신선한 농산물 50가지를 배합해서 만듭니다. 
라면 한 그릇으로 한번에 50가지나 되는 영양 듬뿍 농산물을 먹는 겁니다.”

 

③ 프리미엄 음식으로 탈바꿈한 김밥
깁밥은 라면과 급이 다른 밥인데도 역시 저렴한 음식으로 못박혀 있다. 회사의 김밥이 프리미엄 음식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게 해달라는 한 김밥 체인점 사장님 부탁으로 손님들이 식사하는 매장 벽면에 김밥의 전통에 대해 알리는 문구를 붙여놓으라고 조언했다.

 

 
“김밥은 우리 선조들부터 내려오는 음식입니다. 김은 1300년대 이미 해의(海衣)라는 단어로 알려져 왔고 1819년 한양의 연중행사를 기록한 열양세시기에는 밥을 김에 싸먹는 것을 복을 싸먹는다는 의미라 하여 복쌈이라 적혀 있습니다. 그만큼 김밥은 한국의 오랜 전통 음식이며 또한 영양가 높은 음식이기도 합니다. 김밥 한 줄에는 밥 한공기가 들어가고 게다가 7종의 반찬도 들어갑니다. 완전한 한 끼 식사로 충분한 프리미엄 음식인 것입니다.”


소주는 진로 참치는 동원참치!


소주하면? 진로지! 맥주하면? 하이트지! 왜? 하이트진로는 소주사업 92년, 맥주사업 83년을 맞는 국내 최고(最古) 주류기업이니까. 이러면 대부분 수긍한다. 사조참치랑 동원참치 중에 어느 게 맛있을까? 그건 사람 입맛 나름이지만 동원참치는 1982년 12월 첫 출시 이후 시장 점유율이 70%를 넘는다고 말한다. 이러면 둘 중 고르라면 동원을 고를 가능성이 높다. 그게 더 안심이 되니 말이다. 된장은 어디 게 맛있지? 샘표잖아. 샘표는 ‘샘표의 70년 콩 발효기술로 찾아냈습니다. 집된장 본연의 깊은 맛! 콩을 제일 잘 아니까 발효를 제일 잘 아니까’라고 말한다. 

 

누구나 최초, 최고(最古)가 될 수 있다


우리 회사를 찾아오는 고객사들은 보통 신제품을 들고 온다. 더구나 새로 생긴 신생 기업이라 히스토리가 전무한 경우도 많다. 걱정 마시라. 없는 히스토리도 만들면 된다. 
물리적 잣대로는 제일 오래된 회사나 제품은 하나뿐이어야 맞다. 하지만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얼마든 너도 나도 최초라고 어필할 수 있다. 무슨 말이냐면 모든 면에서 최초인 경우는 드물다는 명제를 이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제약회사는 어디가 최초일까? 동화약품은 1897년 동화약방에서 출발해서 우리가 ‘국내 최초’ 제약기업이라 말한다. 그런데 희한하게 유한양행도 ‘국내 최초’ 제약기업이라 외친다. 유한양행은 1926년 창립했으니 당연히 동화약품보다 한참 늦다. 하지만 근대적 제약 공장을 ‘국내 최초’로 세웠다고 말하고 제약회사로서 연 매출 1조원을 ‘국내 최초’로 달성했다는 점에서 최초라고 내세운다.

 

최초가 되려면 기준을 달리하라


우리나라 최초의 은행은 어디일까? 신한은행은 자신이라고 말한다. 1897년 한국 최초의 은행인 한성은행부터 시작하여 동일은행, 조흥은행, 신한은행, 신한금융지주로 이어져왔다고 말한다. 반면 2년 늦은 우리은행도 자신이 최초 은행이라고 말한다. 1899년 대한천일은행부터 시작되었는데 한국 역사상 최초의 ‘민족자본’은행을 설립한 1호 은행이라는 점에서 최초라 강조한다. 고종황제도 저축한 은행(황실자금을 맡겼었다)이고 백년이상 튼튼했고 앞으로도 백년이상 튼튼할 것이라고 서로 최초란다. 
최초의 보험회사는? 한화생명이라 해도 맞고 메리츠손해보험이라 해도 맞다. 한화생명은 1946년 설립된 대한생명부터 시작된 최초의 생명보험사이고 메리츠손보는 1922년 조선화재해상보험사로 시작된 최초의 손해보험사다. 하지만 기준을 다른데 두면 둘 다 틀렸다. 현존하지 않는 보험사까지 포함하면 지금은 폐업한 1921년 설립된 조선생명이 정말 최초이다. 

 

스스로 어필해야 고객은 알아준다

 
이 세상에 겸손하고 착한 마케팅은 존재하지 않는다. 춘향이의 전략을 상기해보라. 집에 박혀있지 않고 일부러 눈에 띄는 드넓은 야외에서 속옷을 나풀거리며 이몽룡을 꼬시지 않았던가? 스스로 어필해야 알아준다.
횟집수족관 전문 제작 업체 ‘돌고래해양’이라고 있다. 오랜 경험과 노하우 끝에 아주 특별한 수족관을 탄생시켜 ‘수아수’란 브랜드로 특허출원을 냈다. 개념은 이렇다. 모든 수족관은 기포기를 넣어 인공산소를 투입한다. 그런데 이 수족관은 인공산소가 아니라 자연산소를 넣는 방식이라 용존산소량이 높아져서 물고기들이 숨쉬기가 좋고 활동이 좋아져서 육질도 좋고 맛도 좋다. 그런데 정작 홍보는 전혀 안한다. 회를 먹으러 온 손님들은 이유는 모르지만 이 집 회는 이상하게 맛있다고 입을 모으는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수족관 앞에 스티커로 ‘항생제를 넣지 않고 자연산소로 가동되며 늘 깨끗하게 정화되는 수족관입니다’라는 딱 한 문장만 있어도 얼마나 좋았겠는가? 이런 안타까운 분들이 어디 하나 둘 뿐이겠는가? 내가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으면 알아줄 이는 없다. 숨겨진 나만의 히스토리를 밝혀줘야 고객이 그것이 값진 것인 줄 비로소 알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진행 _ 이대훈 / 글 _ 장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