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비즈니스 말하기 - 고객 자각의 기술
한시간에 200억 파는 남자
장문정의 말하기 비법
자각의 기술
권하지 말고 깨닫게하라
없는 문제 깨닫게 만들어라
장문정의 재미난 실험 하나. 현대해상 직원 400명에게 대머리가 아닌 지극히 평범하고 멀쩡한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주고 이 사람 머리가 가발일까요? 가발이 아닐까요? 라고 질문을 던졌더니 무려 70%가 가발일 것 같다고 답해 버렸다. 멀쩡한 머리를 대머리로 만들어 버리는 건 의심의 씨앗을 심어주기만 하면 된다. 이처럼 고객 삶의 문제와 불편함을 깨닫게 해서 의심과 이슈를 만들어 버리는 것이 자각(自覺)의 기술이다. 더 쉽게 말하자면 없는 문제도 만드는 것이다.
세일즈 앞에서 의심하는 소비자
이 기술이 필요한 이유는 요즘 소비자는 너무 의심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요즘 고객에 별칭을 달자면 한마디로 ‘카그라스 증후군’ 환자다. 카그라스 증후군은 신경정신학에서 쓰이는 용어인데 분명한 대상을 보고도 그 대상이 가짜라고 의심하는 증상을 말한다. 물건 앞에서 의심하는 소비자는 그와 같다. 명백한 원산지 표기를 보고도 안 믿고 명확한 품질 보증서를 보고도 의심하는 의심의 시대가 됐다. 초창기 홈쇼핑은 정말 뭐든 잘 팔렸다. 심지어 돌도 팔면 잘 팔렸다(수석 방송했다). 지금은 뭐를 팔아도 쉽지 않다. 의심부터 앞서니 쉽지가 않다.
고객의 의심병을 역이용하라
원인제공은 전적으로 판매 쪽에 있다. 소비자가 한두 번 당해봤어야 말이다. 홈쇼핑에서는 늘 특집을 외친다. 오늘 고등어 열 마리 구성 마지막! 내일부터 12마리 주니까 마지막은 맞는 말이다. 이 가격 마지막! 내일부터 세일 들어가니까 맞는 말이다. 오늘 3마리 추가! 전체 원물 사이즈가 줄어들었다는 건 함정. 이런 저질 마케팅과 배신감에 이제는 진실을 말해도 믿지 않고 일단 의심부터 하게 됐다.
자각의 기술은 이 의심병을 역이용하는 것이다. 의심 맘껏 하셔라. 단 우리 세일즈에 대한 의심에서 고객 스스로에게로 의심을 이동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에 대한 의심을 그들로 돌리는 것이다. 즉, 그들의 삶의 불편과 문제점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고객 삶의 문제와 불편함을 자각시켜라
마케팅의 핵심은 ‘그들이 원하는 것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고객 삶에 문제가 있음을 부각시켜야 하고 그 문제의 해결책 또는 대안으로 우리의 상품이 필요하다고 어필해야 한다. 구매에는 순서가 있다. 생각은 감정을 낳고 감정은 행동을 낳는다. 감정이 만들어지기 전에 선행돼야 할 것은 이 물건을 사야 하는 이유와 논리부터 머릿속에 심는 것이다. 그러니 자각의 기술은 상품을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전의 밑작업이라 보면 되겠다. 자각(自覺)의 기술이란 고객 삶에 문제와 불편함을 일깨워 줘서 우리 이야기에 귀를 돌리게 만드는 기술이다. 당신 삶에 이러 이러한 문제가 있는데 모르셨나요? 그 문제는 이 상품으로 해결이 됩니다. 라는 식의 2단계 접근법이다.
제품 소개에 앞서 불편함 인식 먼저
예를 들어 썬팅업체라면 판매 전략 첫째는 뭐라고 생각하시나? 대부분 매장에 가보면 제품의 기능적 우수성부터 열심히 웅변한다. 우리 거는 열 차단율이 좋구요, 투과율이 어쩌고저쩌고. 이러면 손님은 ‘다른 집 가도 역시 자기네 제품이 제일 좋다고 하겠지’ 등등 오만 가지 의심만 품고 더 알아보고 올게요 하고 매장을 나간다. 사장은 허탈하다. 뭐가 문제였을까?
문제는 2단계 우리 상품부터 제안했기 때문에 카그라스증후군만 유발시켰다는 것이다. 제품 좋다고 어필하기 전에 1단계 의심의 단계부터 만들어야 한다. “썬팅을 안하시면 전면, 측면, 후면 유리창 4면에서 강한 자외선이 쏟아져 들어와 그대로 피부에 노출이 됩니다. 매일 그렇게 피부 노화의 주범 자외선에 얼굴이 공격당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운전 많이 하는 사람은 손등도 빨리 늙어요. 얼굴은 그나마 자외선차단제라도 바르지만 손등에는 햇빛이 그대로 노출되어 쪼끌쪼끌해지죠. 더구나 썬팅 안한 차는 고객님같은 여성분에겐 주차장에서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고 길에서는 난폭 운전자들에게 하대당하는 확률도 높아집니다. 나의 피부보호, 생명보호, 인격보호를 위해 썬팅은 꼭 하셔야 합니다!”
이렇게 고객 삶의 문제를 들춰내고 난 뒤 우리 제품을 어필하는 방식이 자각의 기술이다.
문제 자각시키면 못 팔 상품 없어
이러한 고객의 기존 문제를 만들어주면 이 세상 못 팔 상품이 없어진다. 북극에 냉장고도 팔 수 있다. 북극가정의 문제점부터 찾아내서 부각시키면 된다. 냉동식품이야 많이 먹겠지만 1℃~4℃ 정도의 얼리지 않고 먹어야 하는 요거트 같은 저온 냉장 음식들은 못 먹는다. 가령 저온으로 숙성시켜야 하는 생연어나 생메로 등은 그 부드러운 생물의 맛은 못 즐기고 그동안 얼려만 놓았다가 해동해서 먹었으니 맛을 놓친 당신 혀에게 미안하지도 않나? 이러면서 문제를 만들고 나서 그 다음 2단계로 냉장의 기능을 어필하면 된다.
잊지 말 것 : 불편함에 집중 후 대안 제시
자각의 기술에서는 소비자가 느끼는 불편함에 집중해야 한다. 그 다음이 대안 제시다.
하나투어 세일즈 컨설팅 때 전국 지점 매니저들에게 해외여행갈까 국내여행갈까 고민하는 고객에게 국내여행가도록 권해보라 했다. 열이면 열 모두 국내여행의 장점만 늘어놓는다. 자각의 기술에서는 반대급부로 해외여행의 불편함을 찔러줘서 국내여행으로 돌리는 거다. “해외여행은 일단 언어가 안 통해 불편하고 바가지 쓰기 십상이죠. 음식 안 맞아서 고생이고요. 시차적응도 힘듭니다. 외교부 홈페이지 들어가 보세요. 여행에 주의해야 할 지구촌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흑·적·황·남색 4단계로 나누는데 발 뻗고 잘 곳이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인도양의 낙원이라는 몰디브 몇몇 섬조차 여행 자제를 뜻하는 황색 딱지가 붙어 있습니다. 이 세상에 테러 없고 총 없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고 보면 되죠. 외국인들이 한국 와서 놀라는 거 한 가지가 있죠. 밤에도 젊은 아가씨와 아이들이 돌아다니는 겁니다. 그만큼 안전한 국내여행으로 다녀오십시오.”
자각이란 따끔하게 침을 놓는 행위
우리는 늘 고객 입장에서 자문해 봐야 할 질문이 있다.
“왜 바쁜 내가 지금 당신 얘기를 듣고 있어야 해?” 우리는 이 질문에 분명히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고객은 우리말을 경청하고자 하는 내적 동기와 의지가 생긴다. 그러자면 그들의 문제 속 깊이 들어가서 그 문제를 끄집어내고 펼쳐서 보여줘 그들이 문제를 돌아보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들이 평소 자기 삶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우리 이야기 들을 이유는 하나도 없는 것이다. 자각의 기술에서의 요지는 대안과 해답보다 고객 삶의 문제를 깨닫게 하는데 더 중점을 둬야 한다. 자각의 기술은 마치 한의원에서 몸에 침을 놓는 행위와 유사하다. 침을 놓으면 아프다. 하지만 아파야 혈이 확 풀린다. 고객에게는 끊임없이 ‘삶에서의 문제’라는 이름의 침을 따끔하게 놔야 한다. 침을 맞아야 몸이 풀리듯 문제를 찔러야 내 상품이 대안이 된다는 세일즈의 경락혈이 풀어지는 거다.
알고 있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킬 것
자각의 기술을 쓰도록 코칭을 해보면 판매사원들은 자꾸 새로운 거창한 뭔가를 찾아내려 애쓴다. 몰랐던 것을 깨우쳐 주는 것도 방법이겠으나 그것이 어렵다면 이미 보편적으로 기존에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들춰내는 것도 방법이다. 알고 있는 것과 상기시키는 건 분명 다르다. 알고는 있지만 잊고 사는 사실을 일깨워 주면 된다.
당신이 안경점 판매원이라면 “눈은 우리 몸 장기 중 유일하게 몸 밖으로 노출돼 있는 장기입니다. 눈은 몸 밖에 나와 있는 장기라서 손으로 살짝 만지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아픈 거죠. 그러니 자외선으로부터 너무나 취약한 겁니다. 만약 위나 심장이 몸 밖으로 나와 있다면 얼마나 감싸고 보호하고 다니겠습니까? 그래서 자외선을 차단하는 선글라스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불편함을 크게 깨닫도록 만들어라
마케팅에서 ‘대조효과(contrast effect)’라는 말이 있다. 고객앞에 두 가지 상황, 사물, 사건을 차례로 제시하되 그 격차를 크게 만들어서 제시하면 고객은 그 차이의 인식을 매우 크게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가령 소개팅을 나가는데 1차 미팅 때 겁나게 못 생긴 여자를 봤다면 2차 미팅 때 적당한 여성이 나와도 그 이전의 여성과의 격차 때문에 보통 이상으로 예쁘다고 인식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니 자각의 기술에서도 우리의 상품을 제시하기 전에 우리의 상품을 안 썼을 때의 불편한 상황을 크게 만들어 주고 그 다음 우리 상품을 제시하면 우리 상품을 사용할 때의 편리함, 이득, 가치가 더 크게 부각된다는 말이다.
자각의 기술은 이러한 대조효과를 이용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인위적으로 고객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우리 상품을 사용하기 전과 후의 심리적 파동을 크게 느끼게 해서 고객 스스로 설득되어 가게 해야 한다. 고객의 심리적 방어기제를 무너뜨리고 마음의 변화를 주려면 고객의 자발적인 구매 의지가 발화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의 불편함과 문제를 자각시켜 스스로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과정이 필수적인 것이다.
진행 _ 이대훈 / 글 _ 장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