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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공구인 칼럼] 공구업계가 정체됐다고? 모르는 소리!

 

공구업계가 정체됐다고?  모르는 소리!

 

 

 

 

갓 1년 된 영업신참이 보고 느낀 공구상은 어떤 모습일까. 공구업계 미래의 주역이 되리라는 당찬 포부를 안고 실제 현장에 투입돼 겪은 공구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화를 시작하고 있었다. 

 

공구상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어두컴컴한 미로를 마주한 기분, 공구상에 대한 첫인상이다. 벽마다 빼곡히 들어선 각종 공구와 사람 한 명 겨우 지나갈 만큼 좁은 진열대 공간, 어두운 조명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매장은 어지럼증을 유발할 정도로 막막하다. 찾는 물건이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자연스럽게 직원을 찾게 된다. 이제는 직원의 눈앞이 깜깜해진다. 손님은 모델명, 정확한 규격보다는 제품의 형태와 쓰임을 위주로 문의하기 때문이다. 경험이 풍부하다면 금세 찾겠지만 그도 아니라면 서로 답답하기 일쑤다.
입사하기 전 내게 공구상은 이런 모습이었다. 직원의 응대 정도를 떠나 공간 자체에서 불친절을 느꼈다. 평소 자주 들르는 마트나 편의점과는 상반된 분위기가 주된 요인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런 내게 공구 유통회사 영업사원으로 입사한 이유를 묻는다면, 즉각 원대한 포부를 이야기할 수 있다. 아니, 있었다. 실제 담당지역을 발령받은 지난 12월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낙후된 만큼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했다. 공구업계에 변화를 촉발하는 촉매제가 되겠다는 포부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 나와 보니 나의 당찬 입사 포부가 무색할 정도로 공구상들은 이미 빠르게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젊어지는 공구상, 스마트 시대 돌입 

  
최근 한 거래처 사장님과 공구상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리나라 공구상이 시대의 트렌드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주된 화제였다. 본인도 깔끔하고 밝은 매장을 꾸미고 싶었으나 늘어나는 구색과 일손 부족으로 남들처럼 동굴 공구상이 되어 버렸다거나, 동네 슈퍼가 대기업에 자리를 내줬듯 공구상도 그런 순서를 밟지 않겠냐는 이야기였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충주의 한 공구상. 신규 상담을 위해 주차를 하고 차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통유리로 된 매장과 앞마당까지 환한 LED조명에 눈이 부셨다. 내부 또한 공구 위치가 한 눈에 보이는 인테리어에다 바코드 시스템까지 있는, 소위 ‘마트형 공구상’이다. 개업한지 3개월 남짓 되었음에도 방문객들이 신기한 듯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고객사가 된 지금은 매장에서 찾는 물건이 없다면 CTX 모바일앱으로 그 자리에서 바로 상품을 보여주는 스마트 영업까지 추가됐다. 비단 이 업체뿐만이 아니다. 많은 공구상들이 바코드 시스템 도입은 물론 마트형, 편의점형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공구업계의 불문율처럼 여겨지는 부가세별도 가격 관행을 포함가격으로 과감하게 시행하는 업체들의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아무래도 헷갈려, 도대체 뭘 말하는 거야?

 
‘풀리빼기? 기어풀러? 복스알? 핸드소켓?’ 영업 뿐만 아니라 카운슬러 업무를 하면서도 제일 고전했던 부분이 바로 공구 용어다. 공구 명칭에 대한 통일성은 여전히 부족해 오랜 노하우를 쌓지 않으면 도저히 모를 용어들이 ‘멘붕(멘탈 붕괴)’에 이르게 한다. 한 번은 매장에 방문한 고객이 풀리빼기를 찾으며 언성을 높이는 모습을 봤다. 도통 감을 못 잡고 있는 직원에게 결국 손, 발로 기어풀러를 표현하는 고객을 보고 한편으론 마음이 착잡했다. 물건 하나를 사고자 손, 발까지 동원해야 하다니… 공구 카탈로그가 만들어진 이후 명칭 통일이나 표준화가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할 숙제가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구상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구상의 미래는 긍정적이라 본다. 미래 가능성의 측면에서 볼 때, 동네 슈퍼가 편의점에 자리를 내줬듯 소규모 공구상도 대기업에 밀려 사라지지 않겠냐는 우려도 기우라 생각한다. 공구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상품에 대한 다양한 규격정보와 작동지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스템으로 인력을 대체하는 대기업식 편의점 시스템은 쉬이 발붙이기 어렵다. 지난해 월간 툴 6월호에 보면 편의점식 공구상을 꿈꾸는 사장님의 칼럼이 나온다. 사람들이 부담 없이 방문하고 알아서 공구를 사가는, 어쩌면 업계의 미래를 예측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미래도 다년간 숙련된 공구인들이 없으면 이루어지기 힘들다고 본다. 공구상담 전문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가 생긴다면 모를까. 

 

쓸데 많은 펜치 같은 영업사원을 꿈꾼다

 
나무는 꽃을 떨군 후 열매를 얻고, 강은 강을 벗어나 바다가 된다. 화엄경에 수록된 문장이다. 익숙하고 편한 현재를 탈피하고 미래에 투자하다 보면 열매는 물론 더 큰 물결 앞에서도 당당히 바다가 될 수 있다. 공구 명칭 통일, 관행처럼 굳어진 부가세별도 가격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다시 한 번 내게 포부를 말하라고 한다면 긍정적인 가능성을 향해 변화하고 있는 공구업계에서 쉽게 찾고 쓸 수 있는 펜치 같은 영업사원이 되겠다고 말하겠다. 오늘 하루도 다양한 구색과 각종 공구 지식을 쌓고, 미래를 향해 부지런히 달려가고 있는 전국의 공구인들 파이팅이다.

 

진행 _ 김연수 / 글 _ 임은혁 CRETEC 영업5팀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