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공구인 칼럼] 잘 나가는 부부공구상 아내 역할 중요해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공구상이라도 대표라는 직함은 남편에게 붙기 마련이다. 하지만 성공하는 공구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내의 역할도 남편 못지않게 중요하다.
잘 나가는 부부공구상 아내 역할 중요해
암탉이 울면 망해? 암탉이 울면 알을 낳지!
“결혼해요.”
나보다 한 살 어린, 지금의 남편이 내 눈앞에서 한 말이었다. 다방에 들어와 처음으로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자신이 말하고도 언제 말했냐는 듯 입을 다물고 있었다. 어찌해야 할지 몰랐던 그때, 나도 모르게 실소를 내뱉으며 웃었다. 이 웃음이 그의 청혼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하지만 상황이란 항상 달라지곤 한다. 지금의 나는 다방에서 내게 청혼을 했던 남자와 30년이란 시간을 한 집에 살고 있다.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결혼한 우리 부부는 사회생활을 빨리 시작했다. 남편과 처음 우리의 공구상, 통일인더스트리를 열었을 때 내 나이는 고작 27세였다. 이후 25년이 넘도록 같은 일을 해 오는 동안 주변 사람들은 우리에게 ‘젊은 나이에 성공한 편 아니냐’라고도 말했다. 남편이 뭐든지 잘 하고 추진력이 좋아 성공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과거만 해도 부부가 함께 어떤 일을 이뤄내면 좋은 말은 전부 남편의 몫으로 돌아가고는 했다. 여자의 역할은 작아 보이고 남자보다 눈에 띄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나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 암탉이 있었기에 집안도 유지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이제는 세월이 흘러 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암탉이 울면 알을 낳는다’고 말이다.
남편 뒤에서의 탄탄한 내조가 중요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남편보다 앞서 나가 일을 벌이는 것은 아니다. 탄탄한 내조가 내 역할의 중심이다. 지역에서의 행사나 모임 등이 있으면 남편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보를 줬고, 각종 모임의 회장 등을 맡도록 격려했다. 남편이 너무 바빠 가지 못하는 곳이 있으면 내가 참석했다. 거래처나 손님 접대, 골프, 영업, 행사 뒤풀이 등등 남편의 격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냈다. 그처럼 나는 남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내조에 힘썼고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내조, 외조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남편이 이런 저런 모임에서 회장직을 많이 맡았지만 나 역시 많은 봉사활동을 하며 사회성을 넓혔다. 이러한 홛동들 덕분에 우리 부부는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점들이 많았고, 사회생활에서 느끼는 것들에 대해서도 충분한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다. 또한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남편의 말 한 마디면 나는 힘을 낼 수 있다. 그도 내가 칭찬의 말을 듣기 좋아한다는 것을 아는지, 나를 볼 때마다 좋은 말들을 많이 해주었다.
상대를 존중하고 그 사람이 하는 일을 인정해줄 때 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그래야 없던 기회도 만들어질 수 있다. 불안함이 때로 찾아오지만 그것을 최대한 버려야 한다. 나에게서 에너지가 떨어지면 함께 하는 이에게도 그 영향이 미칠 수 있다.
가버린 손님 다시 불러들이는 차(茶)의 마법
그렇다고 정서적인 내조만 해 온 것은 아니다. 공구상 운영을 남편 혼자서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나 역시도 통일인더스트리의 대표다. 확실한 고객 응대를 위한 방법을 처음 가게 문을 열었던 시기부터 고민이 이어졌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우선 물건들의 용도에 대해 꼼꼼히 적어두고 손님이 공구 이름을 잘 모르더라도, 그 용도에 대한 설명을 보여주며 해당 물건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간혹 물건이 없을 경우에도 손님들을 그냥 보내지 않았다. 물건을 파는 것을 떠나 우리 가게에 찾아온 소님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차를 대접했던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렸네요. 차 한 잔 마시고 가세요.”
마음씨 좋은 손님들은 차를 맛있게 먹었다며 다음에 또 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갔다. 물건을 파는 일도 중요하지만 손님들을 위해 작은 것 하나라도 더 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공구가 준비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손님을 생각하는 마음도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남편을 보러 왔지만 만나지 못한 분들이나, 남편이 천천히 챙겨주지 못했던 손님들에게도 내가 먼저 차를 내왔다. 차 한 잔으로, 남편이 하는 일에서 감정적으로 부족했던 부분까지 채워줄 수 있었던 것이다. 공구상과는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될지 모를 그윽한 차 향기가, 우리 가게만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이다.
부부간 사랑이 있어야 사업도 잘 돼
부부의 행복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경제적으로 풍족한 것? 이것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집에 돈이 많더라도 성격이 맞지 않아 티격태격할 수 있고, 음식 하나로 인해 마음이 상할 수도 있다. 행복을 위해서는 자신과 코드가 잘 맞는 성향이나 성격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 그 사람을 믿고 마음을 맡기는 것. 상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내가 먼저 다가가는 것. 그리고 상대가 하는 일을 관심 있게 지켜봐 주는 것. 그처럼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어떤 힘든 일과 마주하더라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다. 한쪽이 참아줘야 할 때도 있고 아낌없이 나눠줘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해줘야 한다. 사랑은 오늘 하루 고생한 배우자를 위한 보상과도 같다.
사랑 없이 일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부부의 사랑의 힘에 따라 매장의 하루 매출이 달라질 수 있다. 일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사람의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이 지속되어야 일할 의욕도 넘치게 되고 더 잘하려는 마음이 생겨 사업도 성공하게 되어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
글 · 이영수·이순주 통일인더스트리 대표 · 진행_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