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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행동관상학 - 돈 자랑하는 사람 베풀지 않아

 

자기 재산에 대해 시시콜콜 이야기하거나 명품으로 치장하는 사람은 왜 타인에게 베풀지 않으려고 할까. 인색한 사람의 유형을 알아보자.

 

돈 자랑하는 사람은베풀지 않는다

 

 

 

지출 총량의 법칙


외제차나 명품으로 치장을 좋아하는 사람은 타인에게 인색한 경향이 있다. 사람은 심리적으로 어느 정도 돈을 쓰고 나면 더 이상의 지출을 차단하려고 한다. 고가의 외제차나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라서 자신을 위한 지출을 과다하게 한 이후에는 역시 같은 심리가 작용해 자연스레 타인에게 인색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옛 속담에 ‘있는 놈이 없는 놈 덕 보는 수는 있어도, 없는 놈이 있는 놈 덕 보는 법은 없다’고 했거니와 이는 가진 자 앞에서 뭐라도 얻어먹을게 있나 싶어서 과잉충성을 하게 되는 민초들의 서글픈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없는 사람들은 부자들한테 뭐라도 얻어내기 위해 김장도 도와주고 앞마당도 쓸어주고 별별 아부를 다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당연시 여기는 가진 자들은 그저 잔돈푼이나 집어주기가 예사다. 간혹 이처럼 외제차나 명품으로 치장을 심하게 한 사람이 큰 선심을 베푸는 듯한 상황이 전개될지라도 이는 자기 과시, 자기만족을 위한 행위일 뿐이다. 즉, 자기가 좋아서 즐기려고 하는 것이지 도움을 받는 상대방을 위한 것은 아닌 경우가 많다. 예컨대 쫄딱 망한 이를 위로한답시고 술집에 가서 수백만 원짜리 양주를 사주는 사람이 있다. 그러고는 상대를 크게 위로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상대 입장에서는 차라리 몇 십만 원이라도 손에 쥐어주는 것을 바랄 것이다. 그 사람은 단지 상대방의 안타까운 일을 빌미삼아 스스로 즐긴 것일 뿐이다.
따라서 외제차나 명품으로 치장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계약 등 그 무엇인가를 기대하여 굳이 과잉친절을 베풀 필요가 없다. 그들이 노리는 점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재산 뽐내는 건 돈 쓰기 아쉽단 말
 

자기 재산을 자랑하는 사람도 인색하다. 이쪽에서는 묻지도 않았는데 이번에 평당 얼마를 주고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는 둥, 내부를 리모델링하는데 1억 원이 들었다는 둥 계속 반복해서 수다를 떠는 사람이 있다. 누구의 관심사도 아니고 대화의 주제도 아니건만 묻지도 않은 자기 재산을 시시콜콜 이야기한다. 친한 관계도 아니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그런다면 이는 반드시 인색한 사람이다. 그 사람의 머릿속에는 자신이 돈을 쓴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있을 뿐이고 이는 타인 에 대한 인색함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자기투자 적다면 베풀 확률  높아
  

앞서 두 가지 사례와는 반대로, 자기 스스로에게 인색한 사람은 타인에게 후한 경향이 강하다. 근검절약을 통해 부를 이룬 사람이 어느 순간에 자신을 위해 낭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의 습관이 쌓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오히려 반대급부로 타인에게 후한 경우가 많다.
다만 여기서 유념할 것 한 가지는 스스로에게 인색하다고 해서 반드시 타인에게 후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마치 좋은 약이 입에 쓰다고 해서 입에 쓴 모든 것이 좋은 약은 아닌 경우와 마찬가지다. 역시나 충언일수록 입에 거슬리지만 귀에 거슬린다고 해서 모든 말이 충언이 아닌 것도 같은 이치다.

 
격식 따지고 간섭 많아도 인색한 경향
  

허례허식을 좋아하는 자는 인색하다. ‘의전’이란 말은 왕이나 대통령 행사 때만 쓰이는 용어였다. 하지만 요즘은 특정 행사를 진행하는 예의범절 정도로 사용되고 있다. 마치 스승의 부인을 뜻하는 사모님이 요즘은 그냥 아주머니라는 호칭의 대용처럼 흔하게 된 것과 유사하다. 여하튼 자신이 받는 의전이나 격식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인색하다. 그러한 의전이나 격식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야 기분이 좋겠지만 수행해야 되는 사람들은 사실 고역인 경우가 많다. 즉 어찌 보면 강하게 표현해서 일종의 노동착취일수도 있는 것이다.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의전이나 격식을 따지는 사람은 자신이 받는 것만을 중시하고 타인에게는 인색한 심성의 소유자인 경우가 많다. 베풀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들은 대충하거나 무시하기 십상이다.
끝으로 타인에 대한 간섭을 좋아하는 사람도 인색하다. 인색함이란 결국 물질이나 권리를 자기 스스로에게 돌리려는 ‘내향성 심리’가 드러나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일수록 타인의 일에 간섭하거나 쓸데없는 충고를 하는 ‘지적질’에 능한 편이다. 명절날 일가친척이 모인 자리에서 ‘다 너를 위해서 하는 소리’라며 결혼은 언제할거냐, 취직은 어떻게 할 거냐며 간섭하는 사람치고 변변히 용돈 한 번 쥐어주는 사람은 없다. 지적질을 잘하는 상사도 밥 한 끼 사는 경우가 드물다. 결국 인색함이란 타인에 대한 배려심의 유무이자 척도이기 때문이다.

 

글 · 김영선 · 진행 _장여진 · 그림 _김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