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공구인 칼럼] 젊어져라 공구상
젊어져라 공구상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사회가 변화하고 있는 만큼 공구상도 그에 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한층 젊어질 공구상을 위한 변화의 방법.
공구상, 달라져야 한다
현재의 사회는 하루가 멀다 하고 변화의 물결이 들이닥쳐 오늘의 모습이 내일은 달라져 버리기 일쑤다. 때문에 하나의 산업이나 문화가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구시대적 문화로 뒤쳐져 버리기도 한다. 시대에 뒤쳐진 산업 또는 문화는 얼마 가지 않아 사라지는 것이 사회의 순리다. 그렇다면 공구 업계는 어떠한가?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에 발맞추어 변화에 대한 두려움 없이 달라지려 노력하고 있는가? 내 생각에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사회 변화에 가장 뒤떨어져 있는 업종이 바로 우리 공구 업계라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이다 뭐다 지금은 변화의 속도가 지금까지의 어떤 시대보다도 빠르다. 그런데도 지금처럼 우리 공구 업계가 그저 현재에만 안주하고 달라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겁이 날 정도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공구상은 이미 노령화가 심하다. 산업용재의 수요는 해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고 신상품의 유입 속도도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빠르다. 허나 ‘공구상’이라는 직업의 이미지는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나아지질 못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꺼려하는 직업군이라는 얘기다. 발 빠르게 시대의 흐름을 따라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업체가 있는 반면에 “공구상이 원래 이렇지 뭐”라며 안일하게 대처하는 업체도 있다.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과거보다 더 나은 공구상이 되어 ‘젊은 피’를 수혈 받을 수 있는 공구상이 되기 위해 내가 진행해 보았던, 다들 알고 있지만 하지 못했던 몇 가지에 대한 이야기다.
1. VAT가 포함된 가격 제시
아직 공구업계는 제품 가격에 부가세를 별도로 받는 곳이 많다. 부가세를 포함해서 계산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로 많은 업체들이 부가세를 따로 받는다. 우리 매장도 오랜 세월 부가세를 따로 받아왔다. 소매 위주인 매장이라 부가세 관련 고객 클레임이 잦았지만 감히 바꿀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니 바꾸고 싶지 않았다고 해야 더 정확할 것이다. 부가세를 포함해 상품 가격을 말한다면 옆 매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비싸 보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몇 년을 망설이다 도저히 고객들의 클레임에 못 이겨 부가세를 포함시켜 가격을 책정했다. ‘본 매장의 모든 상품에는 부가세(VAT)가 포함되어 있습니다’라고 적힌 아크릴판을 여러 개 만들어 매장 곳곳에 붙이고 기존에 오시던 고객 분들께도 양해를 구했다. 그랬더니 의외의 반응이 일어났다.
“다른 곳은 카드로 결제하면 다 10%씩 추가해서 받던데 여기는 안 그렇네. 앞으론 여기로 와야겠다.” 하는 반응이었다. 당연히 수시로 발생하던 부가세 관련 클레임은 싹 사라졌고 특히 불만이 많았던 젊은 층 고객이 전보다 두 배 이상 많아졌다. 공구업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망설일 수밖에 없는 문제다. 하지만 꼭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임은 잊지 말자.
2. 전 상품에 바코드 부착
우리 매장에 바코드를 도입한지는 아직 2년이 채 못 된다. 판매가격에 부가세를 포함시키면서 바코드 작업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전 주먹구구식의 장사에서 탈피하고 싶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손님들에게 간이영수증을 적어주는 일이 힘들었고 그 시간이 아까웠다. 매입 가격, 판매 가격을 찾기 위해 두꺼운 가격표를 찾는 일이 힘들었고 그 시간 역시 아까웠다. 새로 입사한 직원들도 손쉽게 상품을 계산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고 손님들의 가격 문의에 매장 직원 누구든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오늘 하루 매출이 얼만지, 순수익은 어떤지, 어떤 제품이 얼마나 나갔는지, 제품의 한 달 회전량은 얼만지 알고 싶었다.
각 70평 3층 매장 분량의 바코드 작업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전 직원들의 각고한 노력 끝에 작업을 완료했고 지금은 90% 이상 바코드 결제가 가능해졌다. 간이영수증을 적을 일이 사라졌고 거래명세서나 견적서 작업도 아주 손쉬워졌으며 수십 가지의 물건 계산도 매우 간편해졌다.
예전처럼 복잡한 정산을 위해 늦은 시간까지 남아 계산기를 두드릴 필요도 없어졌다. 클릭 한 번이면 매출, 순수익, 판매량, 재고량까지 한 번에 다 알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에누리 손님이 확 줄어들었다. 그만큼 바코드가 고객들에게 가격에 대한 신뢰를 준 것이다.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공구를 제조하거나 유통하는 리더기업들이 작은 공구상을 운영하는 업체들도 더 쉽게 바코드 작업이 가능하도록 노력을 기울여 달라는 것이다. 아직 메이커사의 삼품들에 바코드 부착이 미비한 경우가 많다. 포장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써 준다면 공구업계의 발전에 도움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3. 주5일 근무제 실시
공구업계에 있어 주5일 근무란 매우 예민한 부분이다. 그래서 그만큼 더 절실한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 공구업계에 젊은 사람들이 부족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휴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돈보다 휴일 같은 복지에 더 관심이 많다. 예전처럼 빨간 날도 없이, 토요일도 없이 근무한다면 ‘공구상’은 영영 노령화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
공구상은 취급 제품의 특성상 체력 소모도 심하고 고객 응대에 있어서도 대화가 길어지기 십상이라 충분한 휴식이 있어야만 업무상의 스트레스도 사라지고 업무효율 역시도 극대화될 수 있다. 남들 쉴 때 일하고 남들 일할 때도 일해서는 직원들에게 좋은 근무태도를 바라기 힘들 것이다. 우리 매장도 아직까지는 일부 직원만 주5일 근무를 하고 있으나, 올해 가을을 기점으로 매장 전체가 주5일 근무에 들어간다. 나도 여느 사람들처럼 휴식이 필요하다. 충분히 쉬고 더 열심히 일할 계획이다.
앞서 이야기한 모든 이야기는 편의점식 매장 운영을 위한 준비 요소들이다. 우리가 대기업이 아닌 이상 홈플러스나 이마트 식의 대형 매장을 가질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와는 다른 편의점식 매장은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본 것이 앞서 말한 변화들의 시작이었다. 편의점은 대형마트 옆에서도 장사가 잘 된다. 요즘 사람들은 편한 것을 좋아한다. 편하다면 조금 더 비싼 가격에도 지갑을 연다. 그렇다면 공구상은 어떻게 운영해야 손님들이 편하게 들를까?
공구상에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들의 대부분은 카운터로 와서 점원에게 필요한 물건을 이야기한다. 그러면 점원이 물건을 찾아 주고 계산하는 방식이다. 그와 달리 편의점은 카운터에 서 있는 1인이 운영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아무리 매장이 작다 하더라도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바로 손님이 직접 물건을 찾아오기에 가능한 것이다. 편의점에서 점원에게 “신라면 하나 주세요”하는 사람은 없다. 직접 매장을 둘러보고 필요한 상품을 골라 카운터로 가지고 온다. 이걸 공구상에 접목시키면 더 큰 매장이라도 적은 수의 인원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 매장은 작은 소품들도 소포장해서 가격이 표시된 바코드를 붙여 연관 상품 가까이에 걸어 둔다. 일일이 소포장해야 하기에 가격은 조금 더 책정하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좋다. 예를 들자면 손님에게 찾아 주는 데 손이 많이 가는 드릴류나 비트류, 피팅류 등이다. 작은 볼트나 철물들도 개별포장해 걸어놓으면 반응이 좋다. 그렇게 노출시켜 두면 고객들은 다른 상품들도 둘러보고 직접 골라 챙긴다. 이 작업이 완성된다면 공구상도 편의점처럼 손님들이 직접 물건을 골라 오는, 그런 업종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우리 공구인들은 사람들에게 물건을 파는 것만이 아니라 상품 설명부터 제품의 사용법 그리고 설치 방법까지 여러 지식들을 제공하고 있다.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직업에 당당해야 하며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부디 많은 공구인들이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진취적인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공구상’의 ‘공구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행_이대훈 / 글_김성철 합동종합공구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