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행동관상학] 말투를 읽으면 상대를 안다
처음 보는 상대라도 말투에서 드러나는 성향을 읽을 수 있다면 대응 방향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집단에서 텃세를 부린다면
어느 집단에서나 텃세를 부리는 사람은 그 조직에서 가장 하위 층에 속하는 사람이라 볼 수 있다. 우두머리급의 눈치를 살피면서 빌붙어서 자신이 우월함을 집단으로 묶어 과시하려는 것이다.
필자의 동창 모임에서 있었던 일을 예로 들어보자. 어느 한 친구가 우연히 신촌의 식당에 들렸는데 마침 그곳에서 다른 동창들 10여명이 모여서 밥을 먹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서 합석을 하려는 순간 누구 하나가 불쑥 말을 던졌다.
“여기는 우리학교 출신들 중에서도 SKY(서울대 연고대) 모임이야.”
이 말을 던진 친구는 SKY라지만 커트라인이 그야말로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비인기학과 출신이었다. 굳이 이런 말을 함으로써 자신을 무시할지도 모를 SKY들에게는 자신의 귀속감을 확인시켜줌과 동시에 타인에게는 우월의식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진짜로 SKY 최상위권 출신이라면 이렇게 표현을 하지도 못할뿐더러 남들이 알아주기에 굳이 동창에게 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어느 집단 어느 소속으로서 유달리 남에게 텃세를 부리는 사람은 자신도 그 레벨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아달라는 몸부림인 것이다. 이러한 사람은 그 집단에 속하는 레벨의 인물이 맞다는 사실만 인정해주면 어린아이처럼 단순해지며 친해지게 된다.
대구에서 잠시 생활하던 시절 사사건건 지역적인 텃새를 부리는 사람이 있었다. 그때마다 “당신이야말로 진짜 경상도 사나이”라고 몇 번 추임새를 넣어주었는데, 그 이후는 필자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절친이 되었음을 밝혀 둔다.
상황을 드라마 보듯 상세히 표현한다면
어떤 상황을 이야기할 때 마치 모노드라마를 하듯 표현을 연출하며 말하는 사람이 있다. 표정이나 동작까지도 연기를 하듯 한다.
예를 들어보자. 누군가를 만났는데 상대방이 자신에게 화를 냈을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개가 나한테 욕설을 하며 화를 내더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를 제3자에게 전달할 때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이 어떠했는지 알아? 팔을 이렇게 하고 삿대질을 하면서 말이지… (말투와 동작을 그대로 흉내 낸다)”. 이 이후는 그 사람에 대한 모노드라마가 전개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은 우선 착하다. 큰 악행이나 잘못은 저지르지 않는다. 본질적으로는 정직하지만 약간은 잔꾀가 있고 얌체 기질도 있다. 고집이 세서 한번 우기기 시작하면 자기식의 논리를 접으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남들이 자신에게 조금만 잘해줘도 감동을 잘한다. 한마디로 단순하면서도 착하나 다만 집단으로 편 가르기를 좋아하는 사람임을 유념하자.
남이 해준 칭찬을 반복한다면
상대방이 어쩌다 자신을 칭찬하였을 경우 그 말을 한 사람 앞에서 계속 ‘너도 그랬듯이’라며 제3자들에게 그 말을 반복하는 사람이 있다. 예를 들어 “형님은 명문대 나온 사람처럼 머리가 좋아 보이십니다”라고 칭찬을 했다고 치자. 그냥한번 해본 소린데 그 말을 제3자들에게 인용하며 한없이 반복하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사람은 자기 현실이 안 좋은 사람이다. 반면 과거 한 시절에는 잘나가던 때도 있었던 사람이다. 과거 잘나가던 때가 없었던 사람은 자기 과신을 위해 칭찬의 말을 반복할 수가 없다. 반면 현실이 비참하지 않으면 남들이 알아주기에 굳이 칭찬을 반복할 이유가 없다. 이것이 사람의 심리인 것이다.
상대 말에 토를 달며 묻는다면
상대방의 말에 토를 달면서 반어법적 결론으로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 예컨대 아무개의 머리가 좋다고 칭찬하면 “근데 왜 서울대 못 갔어요?”라고 하고 누가 잘 산다고 하면 “근데 왜 강남에 안 살아요?” 하는 식이다.
이러한 말투를 반복하는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이나 이룬 것은 없으나 샘이 많은 사람이다. 자기마음 속의 부러운 점을 상대방을 통해서 투영하려는 것이다. 열등감이 심하므로 잘못 건드리면 망신이나 봉변을 당할 수 있는 대상임에 유의하자.
글 · 김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