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공구인 칼럼] 경영자가 말하는 발명의 방법
뭔가를 발명해 낸다는 건 어렵기만 한 일이라 생각하기 쉽다. 과연 그럴까? 아이스뱅크 전옥연 대표가 말하는 발명을 위한 세 가지 간단한 방법.
1. 항상 생각하라
지금처럼 얼음조끼 냉 풍조끼 제조사를 운영하기 전, 나는 대구에서 건설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건설업에는 큰 비전이 없겠다는 생각에, 그리고 고작 대구 안에서 다퉈봤자 뭐 하겠냐는 생각에 세계까지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에 대한 열망을 항상 품고 있었다. 건설업을 하면서 뜨거운 한여름 일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더워도 일은 해야 하는데 뭔가 시원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분들도, 사업체에서 용광로 일을 해야 하는 분들도, 그리고 건설 현장에서 용접을 하는 노동자들도 여름철 아무리 더워도 선풍기를 들고 다니며 일할 수는 없다. 그런 분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번뜩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옷에 얼음을 넣으면 어떨까?’ 그 생각에서 비롯해 얼음조끼를 만들게 됐다.
나는 대학에서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렇게 문과를 졸업한 나는 제품을 개발할 이공계적인 기술을 갖추기 위해 항상 생각하면서 지냈다. 글을 쓸 때도 다각적인 방면에서 생각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듯,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 버리면 단순히 일상에 불과한 일들도 생각하면서 지나가면 새로운 걸 캐치할 수 있다.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매일 매일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과 그저 오늘 눈 떴으니 살아야지 하는 건 굉장한 차이가 있다. 사업에도 그런 게 필요하다. 물건을 만드는 것도 그렇고 직원들을 대하는 것도 그렇고 계속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개선점은 분명히 나온다. 나는 직원들에게도 그렇게 말한다. 네가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대졸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대학 졸업하는 순간에는 가장 실력이 좋겠지만 졸업하고 나서 자기개발 안 하고 책 한 줄 안 읽고 지내다 보면 고3 수준에도 못 미치고 고1 수준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2. 개선점을 떠올려 라
맨 처음 얼음조끼를 출시한 시기는 1998년 무렵이다. 그 이전까지 우리나라에는 얼음조끼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당시 조사하다보니 포항제철에서 미국산 얼음조끼를 수입해 사용하던 것이 있었다. 그런데 미국인들의 체형에 맞춘 조끼이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너무 크고 또 무거웠다. 나는 그걸 보고 개선점을 떠올려 한국인 체형에 맞는 새로운 얼음조끼를 개발했다. 우리말 단어 ‘얼음조끼’도 내가 만든 말이다. 신기한 제품이다 보니 각존 언론과 텔레비전 방송에 노출이 되면서 대박이 났다.
하지만 나는 만족하지 않았다. 당시 출시한 얼음조끼가 갖고 있는 단점. 옷 내외부의 온도차 때문에 일어나는 결로 현상 때문에 물이 새는 건 아니었지만 옷이 축축해져 소비자들이 찝찝해 한다는 걸 발견했다. 또 아이스팩의 무게 때문에 아무래도 무거운 것이 사실이었다. 또 아이스팩이 녹아 버리면 다시 얼려야 했다.
이런 얼음조끼의 불편함을 개선해 새로운 제품, ‘냉풍조끼’를 발명해 출시했다. 옷에 소형 팬을 붙여 시원한 바람이 나오게 한 선풍기 조끼에 아이스팩을 넣어 시원한 바람이 나오게 한 조끼다. 아이스팩도 많이 필요치 않아 무게도 훨씬 가볍고 바람이 부니까 이슬도 말려 줘 결로 현상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냉풍조끼는 내가 발명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옷에 선풍기 팬을 부착한다는 아이디어. 그 아이디어를 냈다는 것 자체가 발명인 것이다. 말은 쉽게 하고 있지만 옷에 선풍기를 붙인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또 소형 팬을 개발하는 것도 어려웠다. 하지만 결국 개발해 냈다. 개발에서 멈춘 것이 아니다. 과거에는 건전지로 작동시키던 구조를 또 한 번 개선해 충전식 배터리를 쓴 제품으로 개선했다. 하나의 제품을 개발한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항상 개선점을 생각하는 것이 또 한 가지의 발명의 방법이다.
3. 자기개발이 우선이다
사원들에게 자기개발을 하라 한다 했는데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계속 나 자신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보통의 성인들처럼 책 한 줄 안 읽고 산에 가서 새소리 바람 소리 듣고 꽃향기 맡을 시간이 없다 보면 오감이 작동하지 않는다. 오감이 작동하지 않고 로봇처럼만 살게 되면 인생이 어떻게 풍요로워지겠으며 또 어떻게 발명이 가능하겠는가? 퇴보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끊임없는 자기개발만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만드는 기본 바탕이다. 나는 술담배를 진작에 끊었다. 더 이상 두뇌의 망가짐을 방치하지 않기 위해서. 친구들은 나에게 ‘오래 살려고 그러느냐, 그래 벽에 똥칠할 때까지 오래 살아라’ 라고 하는데 나는 그런 친구들에게 ‘벽에 똥칠 안 하려고 이렇게 하는 거야’ 라고 대답한다. 나는 원래 술을 일주일이면 7일은 마셨던 사람이다. 그랬던 걸 제품 개발을 시작하면서부터 완전히 끊어 버린 것이다.
나는 회사 사무실에서 입식(立式) 책상을 사용하고 있다. 자리에 앉아 업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서서 모니터를 바라본 채로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연구 결과를 보니 서서 일하는 것이 업무의 집중도와 성과를 높여준다 한다. 입식 책상 사용도 나 자신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다.
내 나이 쉰여덟. 환갑을 코앞에 둔 적지 않은 나이라 할지 모른다. 하지만 뭔가를 발명하는 데 적정 연령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나는 오늘도 항상 생각하고 개선점을 떠올리고 끊임없이 자기개발하며 살고 있다.
글 · 전옥연 아이스뱅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