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나 마타타!
다 잘될 거야, 김대리!
공구상 2세 경영인들은 미래에 대한 생각 뿐 아니라 갖고 있는 나름의 고민이 많다. 공구업계에 뛰어든 지 올해로 4년차. 서울석재산업 김윤후 대리가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2세 경영인들에게 전하는 공감과 소통의 한 마디.
아버지의 입원…
2세 경영의 시작
대학에서 경영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저의 꿈은 다큐멘터리 PD였습니다. 학과 특성상 매 학기마다 조별 프로젝트 발표 수업이 많았는데 단순히 프레젠테이션으로 발표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조원들과 학창시절 좋은 추억도 만들고 보는 사람들 또한 재미를 느끼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자주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발표하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PD를 목표로 한 제 꿈을 꾸준히 키워 나갔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도 마음 한구석엔 하나의 큰 고민거리가 있었습니다.
현재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는 아버지가 창립한 공구 및 건재상입니다. 과거 한국의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아버지께서는 산전수전 다 겪으며 지금의 회사를 이뤄내셨습니다. 저희 부모님께서는 자식들이 고생하시는 아버지를 도와 계속 회사를 성장시키길 원하셨고 그 화살은 항상 장남인 저에게로 돌아왔습니다. 학기 중엔 학업에 충실하느라 바쁘고, 방학 중엔 배낭 하나에 의지한 채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 40개국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쉼 없이 달려왔지만 저에게는 정작 부모님과 나누는 회사일에 대한 진솔한 대화라는 숙제가 항상 남아있었습니다.
수천 가지 공구,
손님과의 소통… 2세의 고민
입사 후 자체 진단한 회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고관리였습니다. 회사에 팔리지 않는 악성 재고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재고를 소진하기도 전에 계속 새로운 제품을 발주해 팔리지 않으면 다시 재고로 두어 악성 재고가 되어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두 번째 문제점은 판매하는 제품의 다양성이었습니다. 저희 회사에 있는 석재 자재와 공구류를 합치면 수천 가지가 넘습니다. 공구업계를 처음 접하는 저로서는 다양한 공구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고 회사에 재고 정리가 잘 되어 있지 않다 보니 항상 상품의 위치가 헷갈리기 마련이었습니다. 또한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사용법이나 정확한 명칭, 활용방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손님들에게 설명드릴 때마다 많은 어려움을 겪곤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를 힘들게 만들었던 점은 손님들과의 소통이었습니다. 업종에 따른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매장에는 저보다 연배 높으신 분들이 많이 찾아오셨습니다. 또한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막무가내 스타일을 가진 손님들이 많으셨는데, 한 번은 저희 가게에서 구입한 물건이 아닌데도 여기서 구매했다며 무조건 환불을 요청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소통이 쉽지 많은 않지만 돌이켜보면 입사 초기엔 감정적인 부분을 컨트롤 하는 게 가장 어렵고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잡지를 통해
해결된 고민
다양한 문제점과 고민이 쌓여만 가던 중 어느 날부턴가 자세히 보니 한 달에 한 번 회사로 오는 잡지가 있었는데, 회사의 어느 누구도 이 잡지를 보지 않고 바로 책꽂이에 꽂아두었습니다. 그때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여 읽기 시작된 잡지가 바로 월간TOOL(공구사랑)이었습니다.
TOOL을 읽으며 제가 생각하는 문제점들이 결코 틀린 것이 아니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소위 뭔가 말 좀 통하는 친구를 만난 느낌이랄까요? 가장 크게 바뀐 생각은 공구업계에도 멋진 생각과 계획을 가지신 분들이 많이 있다는 점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준비를 이미 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처럼 항상 사무실과 매장을 지키는 상황에선 쉽게 접할 수 없는 다른 업체 대표님들의 사례와 열정이 담긴 소식을 읽을 땐 왠지 모르게 제 마음이 뜨거워짐을 느꼈습니다. 또한 공구도감을 읽으며 어렵다고만 생각한 공구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기니까 수많은 공구들이 더 이상 두렵지 않았습니다.
잡지로 만난 인연들…
지금도 종종 모여
영창단조공업 이건우 대표님이 쓰신 공구인 칼럼 중 주위에서 2세 경영인은 부모님이 다 해놓으셨으니 마치 아무런 고충이나 어려움 없이 성공에 가까운 금수저라 생각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 당시 이 부분을 읽으며 이건우 대표님을 포함한 2세 경영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함께 공감할 수 있었고 TOOL에 소개된 2세 분들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외로운 길을 나 혼자 걷고만 있지 않다는 생각에 큰 위로가 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족경영의 바이블을 보여준 삼흥공구 삼남매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작년 2월, 경영인 대담 코너를 통해 만나게 된 이민숙 대표님, 최문성 차장님, 박정우 대표님, 김정규 대리님, 김길재 실장님과의 인연은 제가 공구업계에 관련된 사람으로 세상에 처음 이름을 알리게 된 날인 것 같습니다. 당시 김정규 대리님과 김길재 실장님을 포함한 저희 셋은 사는 지역과 또래가 비슷하여 꾸준하게 연락하며 청년 공구인들이 가진 고민과 시장 상황에 대한 정보를 나누면서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혹시 TOOL을 읽고 있는 청년 공구인 분들 중 모임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TOOL을 통해 연락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경영대학원 진학…
그리고 미래 계획
학부를 졸업하면 공부는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직장인이 되어보니 점점 현실에 안주하려고만 하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가는 저를 바라보며, 일을 마친 저녁엔 몸은 좀 힘들더라도 경영대학원(MBA) 과정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경영대학원에 다니며 좋았던 점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토론하며 공구업계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과, 제가 가진 사업 운영의 부족한 점을 알고 리스크를 인지하며 이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또한 얻었던 한 가지 큰 깨달음은 앞으로 공구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독창적인 플랫폼 구축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와 외국의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DIY(Do It Yourself)문화의 확산 정도입니다. 가까운 일본 뿐 아니라 미국,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는 DIY문화가 크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와 달리 DIY문화가 확산되고 있는데, 저는 학창시절 열심히 했던 콘텐츠 활동의 장점을 활용해 공구상을 단순히 판매만 하는 장소가 아닌, 특색 있는 문화 플랫폼 활용 공간으로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마치 공구도감을 보듯 누구나 직접 셀프 인테리어를 해볼 수 있도록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인터넷쇼핑몰을 구축 중에 있습니다.
Don’t give up!
하쿠나 마타타!
2017년 10월호 TOOL의 발행인 칼럼 중 “삼세판인데 한 번 더”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면 항상 이 칼럼을 다시 봅니다. 지금까지 저에게 2세 경영은 불안함과 걱정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점보단 장점을 보기위해 계속 길을 찾고 있으며 부족한 여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긍정적인 결과를 얻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가 하고 있는 2세 경영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저와는 다른 아버지의 사업 철학 때문에 운영되고 있는 기존 시스템을 변화시키기가 굉장히 난감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부분이 저에겐 가장 큰 숙제였고,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한 가지였던 것이 지금 준비하는 인터넷쇼핑몰 사업입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오로지 혼자서 풀어야 할 숙제를 비롯해 주어진 상황이 쉽지만은 않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 합니다. 왜냐하면 힘들 때 저에게 지혜를 주시는 따뜻한 분들과 월간TOOL이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TOOL을 통해 만나게 될 공구인 여러분들을 기대하며 저 또한 더욱 성장하여 다른 분들에게 신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김윤후 대리가 전해드린 말씀이었습니다.
글 · 김윤후 서울석재산업 대리